워너브러더스 케빈 츠지하라 회장

DC 영화의 전략이 확실히 달라졌다. 워너브러더스는 DC확장 유니버스가 아닌 개별 영화에 집중하는 전략이 옳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8년 시작된 마블 유니버스의 엄청 성공을 단숨에 쫓아가려던 DC는 분명 다른 길을 모색하는 중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2월 27일(현지시간) ‘LA 타임스’가 보도한 워너브러더스의 회장 케빈 츠지하라 인터뷰에서 위와 같은 내용은 더 구체화 됐다. 츠지하라 회장은 “DC 유니버스는 워너브러더스의 핵심 프랜차이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엇갈린다. 당신의 전략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했다. 그는 “<샤잠>, <조커>, <원더 우먼 1984>, <버즈 오브 프레이> 등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옳은 방향(right track)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며 달라진 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5년 간 만들었던 DC 유니버스는 우리가 생각한 만큼 잘 연결되지 못했다. 사람들은 개별 캐릭터에 집중한 경험에 더 초첨을 맞췄다. 어떤 시점이 되면 다시 좀더 견고한 유니버스의 개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이게 최적의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원더 우먼>

츠지하라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시티스의 시작>, <저스티스 리그> 등의 부진과 비교되는 <원더 우먼>과 <아쿠아맨>의 성공에 기인한 한 것처럼 보인다. 츠지하라 회장은 “패티 젠킨스 감독이 <원더 우먼>에서 한 일은 배트맨과 슈퍼맨 캐릭터로 무엇을 했어야 했는지를 보여준다. 분명, 우리는 이 두 캐릭터를 제자리(right place)에 가져다 놓을 것이다. 그리고 배트맨과 슈퍼맨에 대한 더 강력한 영화를 원하고 있다. <아쿠아맨>이 완벽한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쿠아맨>

배트맨과 슈퍼맨은 12편 이상의 장편 영화로 각각 존재해 왔다. 츠지하라 회장은 이 두 개릭터가 서로 융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지도 모른다.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다’는 말이 배트맨과 슈퍼맨이 각각의 솔로영화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2013년 잭 스나이더 감독의 <맨 오브 스틸>에서 시작된 DC 유니버스 1기는 결국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스나이더 감독은 <저스티스 리그>를 촬영하는 도중 하차했다. 최근 배트맨을 연기한 벤 애플렉 역시 DC의 세계를 떠났다. <혹성탈출> 시리즈, <클로버필드>의 맷 리브스 감독이 그의 뒤를 이어 새로운 <배트맨>을 연출할 계획이다.

할리퀸을 중심으로 모인 여성 안티히어로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샤잠!>

어쩌면 바다를 지배하는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그린 <아쿠아맨>을 시작으로 DC 유니버스의 챕터 2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더 우먼> 역시 캐릭터의 탄생 신화를 다루긴 하지만 <아쿠아맨>에서 좀더 본격화한 듯하다. 원더 우먼은 많이 알려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게 될 DC영화는 <아쿠아맨>의 전례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슈퍼히어로를 소개하는 <샤잠>, 할리퀸을 중심으로 모인 여성 안티히어로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등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배트맨과 슈퍼맨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구조의 영화와는 다르다.

사실 DC의 이 전략은 마블이 이미 선보인 것과 유사한다. 마블의 대표 캐릭터는 단연코 스파이더맨이었다. 아이언맨은? 마니아들의 우상이었다. 국내 한정이라면 캡틴 아메리카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겠는가. 그런 이유로 캡틴 아메리카가 첫 등장한 영화의 국내 제목은 지금 보면 어이 없게도 <퍼스트 어벤져>가 돼버렸다.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가 원제다. 케빈 파이기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마블의 캐릭터들을 솔로 영화로 소개하는 과정을 먼저 시작했다. 이 과정이 마무리될 시기 <어벤져스>를 선보였다. 결국 약이 아닌 독이 된, 배트맨과 슈퍼맨을 통해 단숨에 마블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DC가 이제서야 올바른 길을 찾은 듯하다.

DC의 망친 찐짜 원흉으로 지목받는 케빈 츠치하라 회장도 이제 정신을 차린 것인가.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