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했던 극장가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를 시작으로 <듄>, <이터널스>와 같은 할리우드 대작들이 연이어 스크린을 찾았기 때문. 그중에서도 <듄>의 행보가 눈에 띈다. OTT의 시대로 극장의 존폐 여부가 나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듄>은 극장이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를 여실히 증명해 내고 있다. 오로지 스크린을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영화적 쾌감. <듄>은 1.43:1 화면비를 고스란히 거대한 스크린에 영사함으로써 영화 관람을 체험의 경험으로 이끈다. 관람객들 사이 입소문의 위력은 꽤 대단했다. 상영 내내 용산 IMAX 관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었으며, 마블의 신작 <이터널스>의 개봉에도 불구하고 인기에 힘입어 재상영을 확정했다. 이처럼 종종 관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IMAX 상영 영화들이 있다. 그럴 때면 주기적으로 떠오르는, IMAX로 다시 보고 싶은 영화들을 선정해 봤다.


<블레이드 러너2049>
<블레이드 러너2049>

<블레이드 러너 2049>

영화 마니아들 사이, 전설처럼 내려오는 IMAX 재상영 기원 상위권에 항상 위치하는 작품 <블레이드 러너 2049>.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 시퀄로 <듄>, <컨택트>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야심작이다. SF계의 바이블로 불리는 전편의 위상에 대한 부담감에도 불구하고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다. 흥행에는 실패했으나 평단의 호평,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 촬영상, 시각효과상이라는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블레이드 러너2049>

<블레이드 러너2049>는 풀타임 1.90:1 IMAX 화면비를 갖춘 영화다. 그러나 IMAX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 촬영 감독인 로저 디킨스는 <블레이드 러너2049>를 2D 와이드 스크린, 즉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촬영했다고 밝혔다. IMAX가 최적의 관람 환경을 제공하는 건 아니지만 드니 빌뇌브 감독과 로저 디킨스가 담아낸 미장센은 그 어떤 IMAX 영화보다 놀라운 황홀함을 선사할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화면의 잘림 없이 관람하길 추천한다. <블레이드 러너 2049>만의 IMAX 카운트다운 로고 또한 IMAX로 봐야 할 이유다. 덧붙여 한스 짐머의 저음이 강조된 오리지널 스코어 또한 백미다.

블레이드 러너 2049

감독 드니 빌뇌브

출연 라이언 고슬링, 해리슨 포드

개봉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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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덩케르크>

IMAX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감독? 망설임 없이 크리스토퍼 놀란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상업 영화 최초로 IMAX 카메라를 도입해 촬영한 감독이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다크 나이트>다. 오프닝 시퀀스의 조커(히스 레저)의 등장부터 펼쳐지는 1.43:1의 풀 IMAX 화면은 그저 경이로울 정도. <다크 나이트>보다 더 많은, 무려 총 165분의 러닝타임 중 약 70분을 IMAX에 할애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IMAX의 진가를 맛보고 싶다면 지난 2017년 개봉한 <덩케르크>를 봐야 한다.

<덩케르크>
<덩케르크> 화면비 차이

무작정 IMAX 화면비를 자랑하는 분량이 많다고 해서 좋은 영화가 아니다. 화면비의 전환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영화가 영리한 영화다. 만약 둘 다 갖췄다면?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덩케르크>다. <덩케르크>는 IMAX 디지털 카메라가 아닌 70mm IMAX 필름 카메라로 촬영된 작품이다. 놀란은 제작 단가가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러닝타임의 75%를 IMAX 필름으로 촬영했다. 이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스핏 파이어의 공중전투 신까지 적절하게 활용되며 영화적 완성도를 높였다. 감독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사각형에 가까운 1.43:1의 화면비를 온전히 영사할 수 있는 상영관이 필요한데, 때마침 <덩케르크> 개봉과 맞물려 국내 용산 CGV가 리뉴얼을 마치고 1.43:1의 스크린을 보유한 IMAX 관을 오픈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관람객들의 극찬과 함께 ‘용아맥’ 예매 대란의 서막을 연 장본인이다.

IMAX 카메라로 촬영 중인 크리스토퍼 놀란(가운데) 감독.
덩케르크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톰 하디, 킬리언 머피, 케네스 브래너, 마크 라이런스, 해리 스타일스, 핀 화이트헤드, 아뉴린 바나드, 톰 글린 카니, 잭 로던, 배리 케오간

개봉 2017.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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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

<인터스텔라>, <퍼스트맨>

앞서 소개한 놀란의 작품 가운데 <인터스텔라> 소개를 잠시 뒤로 미룬 이유. IMAX의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영화의 장르를 뽑자면 우주를 소재로 한 SF 영화가 있다. 그 중 소개할 작품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터스텔라>와 데이미언 셔젤의 <퍼스트맨>이다. <인터스텔라>의 경우 169분 중 66분이 IMAX 카메라로 촬영됐으며, 이 역시 1.43:1의 화면비에서만 온전히 즐길 수 있다. 우주에서의 도킹 장면, 웜홀, 밀러 행성 등 IMAX 화면으로 관람했을 때 그 자체로 압권인 장면들이 많다. 국내에서 인기리에 여러 번 재개봉한 작품이기도.

<퍼스트맨>

잘 언급되진 않지만 IMAX 화면비를 적절하게 쓴 SF 영화가 바로 <퍼스트맨>이다. <라라랜드>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연출한 차기작 <퍼스트맨>은 우주 영화라기보다 사실 닐 암스트롱이라는 한 인간의 드라마에 가깝다. 때문에 타 SF 영화들에 비하면 정적인 편이지만 데이미언 셔젤은 클라이맥스에 2.39:1의 시네마스코프 화면비를 1.43:1 IMAX 화면비로 확장 시키며 달에 첫발을 내딛음으로써 새로운 세계를 연 인류의 발걸음을 영리하게 그려 냈다.

인터스텔라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매튜 맥커너히, 앤 해서웨이, 마이클 케인, 제시카 차스테인

개봉 2014.11.06. / 2016.01.14. 재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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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맨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라이언 고슬링, 클레어 포이

개봉 2018.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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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토르: 라그나로크>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토르: 라그나로크>, <아쿠아맨>
 
IMAX의 활용은 슈퍼히어로 장르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상업 영화상 최초로 러닝타임을 전부 IMAX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해 채운 의미 있는 영화다. 이어서 개봉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이기에 1.43:1이 아닌 1.90:1의 화면비로 접해볼 수 있다. 두 작품보다 조금 더 앞서서 IMAX로 인상 깊은 몇몇 장면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의외의 작품이 있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연출한 토르의 세 번째 시리즈 <토르: 라그나로크>다. 극장을 걸어 나오며 IMAX의 활용에 감탄했던 점을 떠올려보자면 감히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보다도 한 수 위가 아닐까 하는 소신 발언을 해본다. <토르: 라그나로크>는 130분 중 약 40분가량이 IMAX 전용 화면비로 상영됐다. 무스펠헤임에서의 오프닝 전투 시퀀스부터 발키리(테사 톰슨)의 과거 회상 등 다수의 장면이 거대한 화면을 통해 감각적으로 스크린에 펼쳐진다.

<토르: 라그나로크>

DC의 <아쿠아맨>도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다. <아쿠아맨>은 <토르: 라그나로크>보다 50분 더 많은 90분 분량을 IMAX에 할애했다. <토르: 라그나로크>와 마찬가지로 일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해 일부 장면을 IMAX 화면비로 전환한 케이스다. 아틀란티스 왕국과 트렌치의 영역, 후반 옴(패트릭 윌슨)과의 전투 신까지 제임스 완 감독이 연출해낸 화려한 비주얼과 미장센은 큰 스크린 관람을 놓쳐서는 안 될 <아쿠아맨> 하이라이트다.

<아쿠아맨>

<1917>

<1917>
 
오스카 트로피를 두고 <기생충>과 대립했던 그 작품.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독특한 촬영 기법과 연출을 통해 영화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일명 ‘원 컨티뉴어스 숏’(One Countinuous Shot)으로 장면들을 롱테이크처럼 느껴지게 이어 붙이는 것. 이에 맞춰 동선과 촬영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 촬영감독을 맡은 로저 디킨스에게도 도전적으로 다가온 작품이었다고. 로저 디킨스는 <1917>로 <블레이드 러너 2049>에 이어 두 번째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에 성공했다.

<1917>

샘 멘데스와 로저 디킨스의 호흡은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극한의 전장 상황을 관객들에게 체험하게끔 만들었다. 한 순간의 여유도 없이 목숨을 걸고 나아가야만 하는 주인공의 여정이자 지옥 한복판에 관객들을 끌어 앉힌 셈이다. 이러한 체험은 IMAX로 관람했을 때 더욱 극대화된다. <1917>은 풀타임 1.90:1 IMAX 화면비를 자랑하는 영화다. 전쟁을 목격하기보다 체험하라는 감독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빛을 담아내는데 특출난 로저 디킨스의 장기가 경이롭게만 느껴지는 중반부는 IMAX로 관람했을 때 더욱 묵직한 여운을 선사한다. 국내 개봉 당시 입소문을 타고 IMAX 관객이 늘었으며, 코로나19의 타격을 받아 개봉작이 사라진 탓에 뜻하지 않은 IMAX 장기 상영(?)을 누리기도 했다.

<1917> 촬영장에서 로저 디킨스(왼쪽) 촬영감독과 샘 멘데스(오른쪽) 감독.
1917

감독 샘 멘데스

출연 조지 맥케이, 딘-찰스 채프먼

개봉 20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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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문선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