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내 인생을 훔쳐 간 배후를 찾아야 한다" 죽었다 살아난 남자의 범죄 추적극 〈데드맨〉

〈데드맨〉 기자 간담회 현장 사진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 기자 간담회 현장 사진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조진웅, 김희애, 이수경 주연의 범죄 영화 <데드맨>이 설 연휴 극장가를 공략할 예정이다. 2월 7일에 개봉하는 영화 <데드맨>은 봉준호 감독의 천만 영화 <괴물>의 각본을 공동 집필한 하준원 감독의 야심 찬 데뷔작이다. <데드맨>은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바지사장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처음으로 주목해서 그려냈다. 바지사장은 회사의 실제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명의만 대여해 주는 명목상의 사장을 일컫는 말로 일명 이름을 팔아 돈을 버는 사람들을 말한다. 하준원 감독은 실제 사건들에 대한 방대한 조사를 토대로 바지사장 명의 거래 범죄를 날카롭게 그려냈다. 바지사장 뒤에는 실질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진짜 돈의 주인 ‘쩐주’가 있다. <데드맨>은 쩐주와 바지사장의 관계를 그려내며 1천억의 자금을 베팅한 진짜 쩐주를 찾아 나서는 범죄 추적극이다. 감독은 영화의 추적 서사에 대해 “범인이 맨 끝에 숨어있는 ‘후더닛’(누가 범인인가를 파헤치는 하위 장르) 영화인만큼 재미있는 스무고개를 만들고자 했다"라고 전했다. 지난 6일 진행된 <데드맨> 시사 현장에서 하준원 감독과 주연들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 남자가 몸을 조금도 움직이기 힘든 암흑 속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 치고 있다. 가진 건 라이터 하나뿐. 힘겹게 켠 라이터 불로 바깥을 살펴보려 하지만 이내 꺼져버리는 불빛으로는 이 모든 상황을 어림짐작할 수조차 없다. 갑자기 어둠이 걷히고, 아비규환의 풍경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서 고문을 당하는 사람들은 살려달라는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대체 이 남자는 왜 이곳에 와있을까?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인생 벼랑 끝에 몰린 남자 '이만재'(조진웅). 그는 사랑하는 아내와 살기 위해 수중에 남은 이름을 팔아 바지사장계에 발을 들인다. 탁월한 수완으로 바지사장계의 에이스로 우뚝 선 그는 벤처 기업 ‘스포텍’의 사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청산하려 한다. 그러나 일을 정리하던 와중에 그는 하루아침에 1천억 횡령의 누명을 쓰고 죽은 사람이 되고, 영문도 모른 채 중국의 사설 감옥으로 끌려 간다. 감옥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그의 앞에 갑작스레 정치 컨설턴트 '심 여사'(김희애)가 나타나 누명을 벗길 수 있는 위험한 제안을 건넨다. 심 여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그는 ‘데드맨’인 채로 한국에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하기 위해 ‘이만재는 살아있다’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치 유튜버 '공희주'(이수경)까지 그들과 합심하면서 이만재를 데드맨이 되게 한 설계판의 배후를 찾아 나선다.
 

“복잡한 내용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데드맨〉을 연출한 하준원 감독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을 연출한 하준원 감독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하준원 감독은 이번 영화로 연출을 처음 맡았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현장에서 경험을 쌓아 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의 공동 각본을 맡았었고, 그뿐만 아니라 아버지인 하명중 감독의 영화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의 프로듀서를 맡았다. 그가 이번 영화 <데드맨>을 처음 연출하면서 가장 주안점으로 삼은 내용은 전달력이다. 하준원 감독은 “영화의 내용이 좀 복잡하고 어려울 수 있어서 어떻게 하면 이 내용을 대중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연출의 주안점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또 과감한 시간 생략, 짧은 숏들로 이루어진 몽타주를 자주 선보이는 속도감 있는 편집에 대해 “과거에 영화 작업을 하던 시기에 비해서 전체적인 트렌드나 관객이 선호하는 흐름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후반 작업을 하면서 편집 감독님과 음악감독님에게 이 영화가 요즘 관객들에게 어떤 호흡과 리듬으로 접근해야 되는지에 대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한국영화에서 처음 주목한 소재 ‘바지사장’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은 바지사장계를 둘러싼 각양각색의 캐릭터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반전으로 거듭하는 스토리를 보여준다. 하준원 감독은 특별히 바지사장이라는 소재에 주목한 이유로 “자기의 이름값, 이름값이라는 것은 결국 책임에 대한 문제다.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바지사장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개인과 자본, 권력의 삼각 구조를 생각해 보면서 과연 우리는 자기 이름값을 하고 사는가’라는 질문을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갖고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데드맨>은 하준원 감독이 한국의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한 개인으로서 느끼고 축적되어 온 생각들을 작가이자 감독의 입장에서 풀어낸 결과물이다.


한국 정치를 향한 거센 비판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최근의 한국 영화 중에서도 <데드맨>은 개인의 욕망과 돈, 권력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그 관계성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영화다. 장기와 이름을 거래하는 불법적인 세계에는 인생 밑바닥으로 내몰린 이들이 모여든다. 이만재는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후 자신의 이름을 판다. 또 다른 인물 '공문식'(김원해) 역시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딸 희주를 버리고 난 후 이 일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나름의 룰이 있다. 그들은 절대로 서로를 신고하지 않는다. 반면에 떳떳하게 나라의 녹을 먹는 정치인들은 이들과 달리 온갖 비리를 일삼으며 제 배를 불리고, 권력을 거머쥔다. 심지어 유일한 희망으로 불리며 촉망받는 젊은 정치인 황 의원 캐릭터조차 한때는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청렴한 인물이었지만, 자신의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서는 변칙을 쓰기를 주저하지 않는 변화를 보여준다. 이들의 권력을 지켜주는 자금 역시 불법적으로 만들어졌다.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데드맨〉 스틸컷 (사진 제공 = 콘텐츠웨이브)


황 의원의 신당 창당을 기념하는 장면은 한국 정치의 단면인 ‘팬덤 정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황 의원의 연설을 듣는 지지자들은 아이돌 콘서트장에서 볼법한 응원봉을 쥐고 흔들며 열광한다. 팬덤 정치는 극성 지지자들의 입김과 이득만을 반영하는 정치 행위와 양상을 말한다. 이런 양상은 음모론을 양산하는 편향된 정치 유튜버들에 의해 더욱 굳건해진다. 영화 속에서 음모론을 양산하는 ‘이만재는 살아있다’ 채널을 운영하는 유튜버 공희주 캐릭터는 한국 정치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 유튜버의 입지를 보여준다. <데드맨>은 신진 감독의 패기로 한국 정치의 다양한 양상을 빠짐없이 그려내는 통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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