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모스부호+페르시아어=? 막걸리처럼 부드럽고도 씁쓸한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막걸리, 어린이, 모스 부호, 페르시아어, 로또, 미생물, 사교육 … 이 모든 소재를 한데 넣고 발효시킨 것만 같은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오는 2월 28일 개봉한다. 얼핏 전혀 관련 없는 소재들을 기발하게 풀어내는 능력이 비상해 일찌감치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상영되어 많은 관객들의 입소문을 탄 작품이기도 하다.

개봉에 앞서 15일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미리 관람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마치 아이의 뇌 속을 들여다보는 듯, 재기발랄하고 톡톡 튀는 상상력에 어른의 문제의식이 더해져서 ‘부드럽지만 톡 쏘고, 알딸딸한 막걸리’ 같은 영화였다. 마냥 발랄하고 따뜻한 것만 같아 보이는 이 전체관람가 영화는 사실 어른의 시선으로 본다면 ‘블랙 코미디’ 장르를 방불케 하는 씁쓸한 웃음을 남긴다. 대입 전형에 유리할지도 모른다며 페르시아어 학원에 다니는 초등학생, 과학고등학교도 아니고 ‘과학초등학교’를 다니는 어린이, 지금 이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11살 딸의 엄마…. 모든 것이 현실과 똑닮아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영화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인생 권태기 11살 동춘이와 말하는 막걸리의 판타스틱한 우정과 모험을 그린 성장 드라마다. 어느 날, 우연히 막걸리를 발견한 동춘이는 막걸리가 모스부호와 페르시아어로 말을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막걸리와 대화하며 세상의 수수께끼를 풀어 나간다.

 

15일 오후 용산 CGV에서 진행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는 김다민 감독과 배우 박나은, 박효주가 참석했다. 이날 나온 감독과 배우의 말을 토대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관람 포인트를 전한다.

 

(왼쪽부터)배우 박효주, 박나은, 김다민 감독. 사진제공=㈜홈초이스/판씨네마㈜/㈜안나푸르나필름

 

김다민 감독. 사진제공=㈜홈초이스/판씨네마㈜/㈜안나푸르나필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인생의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 

김다민 감독

 

김다민 감독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가 장편 데뷔작이다. 이 기발하고도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를 듣다 보면, 김다민 감독의 범상치 않은 상상력에 감탄하게 된다.

김다민 감독은 쉴 때 평생학습관이나 주민센터에서 수업을 듣는 것이 취미다. 그중 하나가 전통주 만들기 수업이었고, 막걸리를 만들고 숙성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떠올린 것이 바로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의 시나리오다. 막걸리에 기포가 올라오는 것이 마치 말을 거는 느낌이었고, 막걸리의 원리가 궁금해졌다고. 또, 동네를 산책하면서 봤던 학원 버스들을 떠올리며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분주한 이유에도 막걸리처럼 알 수 없는 원리가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게 구상한 시나리오는 SF 단편이 되어 『영어로 뭐게요 대머리가』에 수록되기도 했다.

막걸리가 페르시아어를 사용한다는 설정도 마찬가지로 김 감독이 동네에서 수업을 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김다민 감독은 힌디어 수업을 들은 적 있는데,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아이의 입장에서 가장 생뚱맞은 사교육을 떠올리다가 ‘페르시아어 학원’을 소재로 했다고 한다.

또 김다민 감독은 “사교육을 꼬집으려고 영화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이렇게 많은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이렇게 많은 학원을 다니면 당사자에게 합리적인 보상이 있나, 그런 생각들을 했다”라며 “영화는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배우 박나은. 사진제공= ㈜홈초이스/판씨네마㈜/㈜안나푸르나필름

 

“동춘이에게 비밀 친구들이 있듯이, 나에게도 비밀 친구가 있다”

배우 박나은

 

<막걸리가 알려줄거야>에는 동춘이의 상상 친구들 ‘털복’이와 ‘숭이’가 등장한다. 동춘이가 고민을 할 때면, 털복이와 숭이는 동춘이의 비밀을 들어준다. 2012년생인 박나은 배우는 자신에게도 비밀 친구가 있다며, 동춘이와 자신의 닮은 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동춘이는 영어유치원을 거쳐 ‘영수과학초등학교’라는 사립 초등학교를 다니고, 영어, 수학, 페르시아어, 창의과학, 한국사, 논술, 코딩 등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학원을 다니며, 7일 내내 스케줄이 꽉 차 있다. 박나은 배우 주변에도 실제로 동춘이처럼 학원을 많이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박나은은 “동춘이가 학원 많이 다니는 게 너무 불쌍했다”라며, “동춘이도 하고 싶은 걸 해야 되는데 엄마가 학원 다니라고 해서 하는 것 같아서 동춘이가 너무 안타까웠다”라고 전했다. 여담으로, 박나은 배우는 학원을 1개만 다닌다고 한다.

동춘이는 엄마의 말을 착실하게 잘 따르는 초등학생인 동시에 “대머리가 영어로 뭐예요?"를 묻는 비범한 호기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관객들이 박나은 배우가 연기한 동춘이의 사랑스러운 매력에 푹 빠지는 이유다.

 

배우 박효주. 사진제공=㈜홈초이스/판씨네마㈜/㈜안나푸르나필름

“<막걸리가 알려줄거야>는 보고 나면 잊히는 영화가 아니라

한 번쯤 멈춰 생각할 수 있는 영화”

배우 박효주

 

배우 박효주가 맡은 ‘혜진’ 역은 동춘이의 엄마이자, 동춘이의 교육에 누구보다 열심인 인물이다. 다만, 그가 동춘이의 교육에 그토록 진심인 이유는 영화를 통해 짐작이 가능하다. 혜진은 대학교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고, 직장에서 인정받아 연봉을 높이 올릴 만큼 학업과 커리어적 성취를 중시하는 인물이었다. 그러나 혜진이 동춘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을 겪으며 자신을 잃어버린 듯한 느낌을 받았고, 못다 이룬 자신의 소원을 아이에게 투영하기 시작했다. 동춘이의 성취는 곧 엄마인 자신의 성취이기도 한 것. 실제로,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어 아이에게 높은 교육 수준을 요구하는 여성들의 사례가 많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영화는 그야말로 현실을 비추는 블랙코미디다.

박효주는 혜진 역할에 대해 “마치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철두철미하게, 프로페셔널하게 동춘을 키우는 인물”이라며 “요새 제 나이 또래의 엄마들과 얘기해 보면, 다들 교육도 오랫동안 받고, 사회생활도 하고, 그에 따른 보람도 느껴봤다. 그리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가 소비되고 있거나, 도태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영화의 시나리오가) 굉장히 공감이 되었다”라고 전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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