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도 너무 믿지는 마세요! 영화 〈댓글부대〉 미리 보고 쓰는 리뷰

하물며 판타지에 가까운 <파묘>마저도 ‘좌파 영화’라며 흠집내기가 유행인 마당에, 제목만으로도 정말 누군가의 맹비난을 마주할 것만 같은 영화가 등장했다. 그러나, 안국진 감독의 <댓글부대>는 제목에서 풍기는 정치적인 향과는 달리 사실 특정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 아니다. 현실 고발 영화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실화극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정치 성향이 어떻건 간에,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에 가깝다. 영화는 특정한 생각으로 유도하지도, 판단을 내리지도 않는다. 영화 <댓글부대>는 장강명의 원작 소설 「댓글부대」에서 ‘댓글부대’라는 소재만 빌려온 것처럼 보일 정도로 원작과는 등장인물도, 구성도, 주요 사건도 달라졌다.

 

오는 3월 27일 개봉하는 영화 <댓글부대>는 잘 짜인 풍자극이다. 영화는 음모론이 난무해 무엇이 진실인지를 가릴 수 없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가장 가까운 블랙 코미디다. 내용은 이렇다. 일간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기사를 쓴다. 그러나 기사는 이윽고 오보로 밝혀지며, 임상진은 정직당한다. 그러던 와중, 임상진은 ‘찻탓캇’(김동휘)이라는 한 청년으로부터 자신의 기사가 대기업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오보로 조작된 것이라는 제보를 받는다. 임상진은 그 후, 일명 댓글부대라고 불리는 ‘팀알렙’의 실체를 파헤친다.

 

‘팀알렙’을 비롯한 <댓글부대> 속의 댓글부대는 소위 ‘댓글알바’ 등으로 불리는, 단순히 인터넷 기사나 커뮤니티에 댓글을 다는 조직이 아니다. 소설과 영화가 그리는 댓글부대는 커뮤니티, SNS 등의 로직을 파악하고, 목표에 걸맞은 메시지를 만들고, 후킹한 스토리를 짜고, 가장 입소문을 잘 탈 수 있는 경로에 메시지를 태우는 고도화된 조직이다. 그들은 가짜 계정으로 수많은 댓글을 달며 여론을 애써 만들 필요도 없다. 그들이 하는 일은, 그저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이 생성될 만한 판을 깔고 빠지는 것이 전부다. 얼핏 보면, 기업의 홍보팀이 하는 일과 진배없다.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그 지점이다. 진실을 전하려던 기자 임상진은 '기레기'가 되고, 거짓과 사실을 섞어 전달하는 팀알렙은 여론을 주도한다. <댓글부대> 속 팀알렙의 실질적 리더 ‘찡뻤킹’(김성철)이 말했듯, 여론 조작은 ‘합법은 아니지만 불법도 아닌 것’이다. 그렇다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 그리고 사실과 거짓의 경계는 어떻게 나뉠 수 있는가?

 

현실에도 ‘팀알렙’과 같은 댓글부대가 존재하느냐, 혹은 그저 음모론에 불과하느냐라는 질문은 영화가 던지는 핵심 어젠다가 아니다. <댓글부대>는 관객으로 하여금 인터넷과 커뮤니티라는 무형의 공간에서 ‘여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메신저보다 메시지 자체가 중요해진 시대에서, 우리는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 메시지의 진실성은 소스의 신뢰성과는 별개일까? 혹은 거짓이 섞인 사실이라면, 어디까지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

 

'사실'과 '진실'에는 엄연한 뉘앙스의 차이가 존재한다. '사실(事實)’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뜻하는 말이고, '진실(眞實)'은 ‘거짓이 없는 사실' '마음에 거짓이 없이 순수하고 바름'을 뜻하는 말(표준국어대사전)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나열한다고 해서 진실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때로는 (영화 속 대사를 빌리자면) '거짓이 섞인 사실'이 진실보다 더욱 진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모호한 사실과 거짓의 경계만큼이나, 영화 <댓글부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고의적으로 흐리는 연출을 택했다. 영화는 '진실'을 쫓는 것이 직업인 기자 임상진과 '진실같이 보이는 것'을 만들어야 하는 팀알렙의 상황을 교차해 보여준다. 또한, 그들이 하는 일이 불법인지 합법인지 모를, 그 묘한 경계에 있는 인물들이 거주하는 팀알렙의 아지트는 창밖으로 관람차가 보이는 환상적인 공간이다. 이 아지트에서 팀알렙 3인방은 마치 놀이를 하는 양, 자유롭게 뛰놀며 재능을 발휘한다.

팀알렙이 여론을 쥐고 흔드는 인터넷 속 세상은 구체적으로 화면에 담긴다. 인스타그램 등의 SNS나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를 철저하게 고증한 점도 눈에 띈다. 밈의 활용도 어설프지 않고 적절해 웃음을 낳는다. 또한 실제 인터넷에서 여론이 수시로 반전되는 것만큼이나 빠른 속도감과 리듬을 뽐내는 편집은 <댓글부대>에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요인이다.

<댓글부대>의 안국진 감독은 전작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세련되고 유쾌한 사회 풍자를 선보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의 장기를 뽐낸다. 영화 <댓글부대>는 팀알렙 3인방(김성철, 김동휘, 홍경)과 임상진 기자의 캐릭터를 구체화해 오락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정치적인 소재 없이 사회적 화두를 적절히 녹여내, 어쩌면 원작 소설보다도 더 큰 파괴력을 지녔다.

 

지난 15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댓글부대> 기자간담회에서 임상진 감독은 <댓글부대>가 철저한 취재에 기반한 것이라며, “영화에 나오는 것들이 실화에 가깝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댓글부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어 ‘댓글부대’의 실체에 관한 판단을 유보한다. 임상진 기자를 연기한 배우 손석구는 “나조차도 댓글부대가 현실에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잘 모른다. 그게 내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무형의 무언가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지금 우리의 사회 현상인 것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 본 후 의견이 생기는 영화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분들이 토론을 하지 않을까”라며 ‘칭뻤킹’을 연기한 배우 김성철이 말한 것처럼, <댓글부대>는 분명 영화를 다 감상한 후 분명 화장실에서, 영화관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온 사람과 함께 신랄하게 의견을 교환하게끔 만드는 영화임은 분명하다. ‘팹택’을 연기한 배우 홍경은 “답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댓글부대>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기자로서 내 경험, 내 주관적인 감상을 전하는 것은 ‘사실’인가? 이 기사는 전적으로 내가 보고 들은 것에 기반했다. 너무 믿지는 마시고, 어느 줏대 있는 사람의 말마따나 남들이 뭐라건 직접 보고 판단하시라.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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