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고파”〈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주지훈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주지훈 (사진=CJ ENM)​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주지훈 (사진=CJ ENM)​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붕괴 위기의 대교에서 사람들을 공격하는 군견과의 사투를 벌이는 이들의 이야기이다.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된 이 작품은 故 이선균 배우의 유작이자 185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대규모 재난 영화로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12일 한국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개봉 후 3일간 약 35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등극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 전산망 기준)


배우 주지훈은 시원시원했다. 그는 줄곧 유쾌한 태도로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했다. 동시에 자신에 매몰되지 않고 늘 쓰임새에 대해 객관적으로 고민하려 했다. 올해만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를 포함해 총 네 작품을 선보이는 등 그가 왜 18년간 업계에서 꾸준히 작업하며 사랑받는 배우가 되었는지 알 수 있는 지점이었다. 지난 10일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로 만난 주지훈의 '색'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을 공유한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드디어 개봉했어요. 소감을 듣고 싶어요.

떨려요. 연차가 쌓일수록 부담감이 커져요. 특히 요즘처럼 전반적인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문화 예술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으니까 조금 더 부담감이 가중되죠.


맞아요. 특히 영화계는 큰 변화를 겪는 중이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이 많으실 것 같은데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저는 요즘 명확한 것에 마음이 가요.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기획 의도와 내용이 일치하는 것에 눈이 가는 거죠. 대본을 받았을 때 그 기획 의도와 셀링 포인트가 어긋나있으면 저는 참여하지 않아요. 그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해요. 어떤 작품이든 퀄리티 있게 만들면 사랑받을 것이라고 믿어요. OTT가 생기면서 마켓 자체가 커졌잖아요. 단순히 20만 명의 관객이 든 영화라고 한다면 실패한 것일 수 있지만 100개국에서 20만 명씩 보면 2천만 명인 거잖아요. 어쨌든 그분들과 대화를 나눈 것이라는 점에서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작품의 장점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것을 부각시키려는 제작진과 작업하는 것을 선호해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가 그랬고요.
 

이번에 작품의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 코믹한 연기를 보여주셨어요. 원래 코미디를 좋아하시나요?

저는 코미디를 굉장히 사랑해요. 뭐든지 이왕이면 위트 있게 가는 것을 선호해요. 주성치 영화를 특히 좋아하고요. 어릴 적 진짜 행복한 순간은 과자를 쌓아놓고 비디오나 만화책을 보는 순간이었어요. 지금은 인슐린 저항성 때문에 마음껏 못하는 나이가 되어버렸죠. (웃음)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주지훈은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헝클어진 단발머리에 브리지 헤어를 선보였다. ​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에서 주지훈은 렉카 기사 조박 역을 맡아 헝클어진 단발머리에 브리지 헤어를 선보였다. ​

 
조박 캐릭터는 어떻게 구상하셨나요? 독특한 비주얼로 화제를 모았어요.

이번에 맡은 역할인 조박은 아무래도 관객들에게 쉼표를 줄 수 있는 기능적인 캐릭터예요. 비주얼적으로는 웃기려고 작정해서 만든 건 아니에요. 대본을 보다가 갑자기 90년대 초중반에 가스 배달하던 형들이 떠올랐어요. 학교도 잘 안 나오고 주유소에서 숙식하던 형들이요. 돈은 없고 자아 표출은 하고 싶은 나이니까 과산화수소수나 맥주로 머리를 감아서 염색을 하는 거예요. (웃음) 조박이 이들과 맞닿는 면이 있다고 생각해서 감독님과 상의 후에 시도해 봤어요.


연기적인 측면에서도 준비하는 과정에 특별할 것은 없어요. 다만 조금 다른 선택을 해보는 거죠. 예를 들어 비가 오는 날 친구랑 길을 가는데 친구가 넘어졌어요. 심하게 다치지 않으면 웃음이 터지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그 기저에는 친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고요. 인간적인 마음을 기본으로 두고 조박이 가진 특성을 찾아갔어요.

촬영 현장은 어땠나요? 규모가 크고 다양한 배우가 합을 맞추어야 하는 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체력적으로 강도가 높은 작품이긴 해요. 하지만 프리 프로덕션(영화 촬영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진짜 열심히 해서 괜찮았어요. 규모가 큰 작품일수록 약속대로 하는 경우가 되게 많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불편함은 없었어요.


그리고 저는 (김)희원이 형, (이)선균이 형, 문성근 선생님, 예수정 선생님 등 선배님들이 되게 편해요. 대화하기가 정말 편한 현장이었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힘들었을 거예요. 계속 뭉쳐 다니잖아요. 후배들은 잘 모르겠어요. (웃음) 후배들은 편하다고 하는데 진짜 편해하는지는 모르죠. 기본적인 매너를 잘 지키면 선배들이라고 어려울 게 없어요. 다만 후배들을 대할 때는 내가 지키는 매너가 상대의 입장에서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거예요. 오히려 후배들의 눈치가 보이죠. (웃음)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시는 건가요?

저는 꼰대예요. (웃음) 노력하지도 않아요. 그냥 꼰대예요. 기본 매너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조박 역의 주지훈, 조디 역의 핀아​​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의 조박 역의 주지훈, 조디 역의 핀아​​

 
극 중 가장 가까운 파트너로 강아지 조디가 출연했어요. 강아지와 함께 촬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프로 조련사님이 계셔서 괜찮았어요. 조디가 불안하지 않게 케어를 잘 해주세요. 강아지는 촬영장이 얼마나 낯설겠어요. 그리고 강아지 배우를 위한 복지가 굉장해요. (웃음) 적정한 노동 강도와 적절한 휴게 시간이 보장되어 있죠.


조디는 몇 회차 촬영했나요?

20회차 정도 나왔을 거예요. 그런데 저랑 함께 촬영한 장면은 인형이 70~80%예요. 조디를 안고 달리는 장면이 많은데 아무래도 조디가 다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제작진에서 감쪽같이 조디랑 똑같이 생긴 인형을 만들어왔어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

 
재난 영화인만큼 위험한 장면들이 많았어요. 특히 입으로 큰불을 뿜는 장면은 직접 소화하셨다고 하던데…

제작진은 처음부터 CG로 하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가 ‘직접 해야겠다’고 하니 덱스터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이번 영화의 제작을 맡은 김용화 감독님이 “그걸 왜 네가 하니?"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냅두세요”라고 했어요. (웃음)


그 장면이 조박에게는 사람들에게 동화되어서 힘을 보태는 상황이잖아요. 불을 뿜는 건 중요한 위기를 타파하는 수단이고요. 그런데 너무 프로처럼 큰불을 쫙 뿜어도 이상할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한 번만 뿜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을 반복적으로 하는데 그 순간의 느낌을 연기력으로 커버할 수가 없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달이 잘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위스키를 입에 한가득 머금었을 때 일그러진 표정과 마비된 얼굴 근육 등을 담으려면 직접 해야 했죠. 그러니까 능력이 부족하면 고생을 해요. (웃음)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주지훈 (사진=CJ ENM)​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주지훈 (사진=CJ ENM)​


이번 작품이 체력적으로 힘드셨을 것 같아요. 심지어 다작을 하는 배우로도 유명하시잖아요.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세요?

운동해요. 이왕이면 걸어 다니고.


술 좋아하지 않으세요?

그렇죠. 그래서 간이 혹사당하고 있어요. 술을 먹으면 운동을 쉬어야 하는데 운동을 갔으니까. TMI인데 작년 말에 간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어요. 그래서 이제는 술을 좀 줄이려고 하고 있어요. 술을 많이 마시면 다음날 운동을 패스해요. 그렇게 나름 밸런스를 찾고 있어요.
 

지난해에 티빙 예능 <두 발로 티켓팅>에 출연하시기도 했고 최근에는 신동엽, 성시경, 정재형 등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셔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시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예능에 열려있으신가요?

열려 있어요. 제가 쓰임새가 있는 사람이라고 하면요. 옛날 사람이라 그런가. 쓰임새가 있고 싶어요.(웃음) 조금 두렵긴 해요. 갑자기 누군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연기를 해보라고 하면 당황하잖아요? 예능을 나가면 그런 기분이에요. 예능의 시스템 속에서 내가 어떤 말을 했는데 흐름을 딱 끊는 상황이 생기면 위축되는 거죠. 쓰임새가 없다고 생각이 들면 민망해요.

<신과 함께> 시리즈의 속편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아요.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요?

김용화 감독님이 작가분들과 글 작업 중예요. 얼마 전에 대략적인 스토리도 들었어요. 그때까지 저는 제 삶을 열심히 살아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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