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음악과 함께한다. 수많은 음악영화가 있지만 이처럼 음악이 쏟아지는 영화는 드물다. 정확히 세어보진 않았지만 2시간이 안 되는 상영 시간 동안 약 30곡의 노래가 나온다. 대략 4분에 한 번꼴로 음악이 흘러나오는 셈이다. 범람이나 포화라 표현해도 큰 무리는 아닐 정도다. 작년 많은 화제를 모은 액션음악영화 <베이비 드라이버>.

베이비(앤설 엘고트)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잃었다.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다투는 모습을 보며 자랐고, 사고 역시도 자동차 안에서 말다툼을 벌이다 한눈 판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사고의 현장에서도 베이비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성장한 베이비는 원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범죄 조직에 가담한다. 박사(케빈 스페이시)의 지휘 아래 거친 범죄자들과 은행 강도 등의 범행에 동참한다. 신출귀몰하는 운전 실력을 가진 그는 범행을 마친 조직원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는 역할을 맡았다. 범행 시작부터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그는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틀고 그 리듬에 맞춰 경찰차와 헬리콥터를 따돌린다. 운전하는 순간에도 베이비는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다.

그의 집에는 수백 개의 믹스테이프가 있다. 사람들의 목소리를 녹음하고 이를 샘플링처럼 활용해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시킨다. 그런 믹스테이프 사이에 엄마의 노래가 담긴 ‘MOM’ 테이프도 있다. 음악은 이처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이명이 생겨 계속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설정 역시 영화에서 음악의 비중을 말해준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존 스펜서 블루스 익스플로전의 ‘Bellbottoms’에 맞춰 진행되는 감각적인 장면은 영화의 성격을 짐작케 해준다. 막상 영화 줄거리는 한없이 간단하지만 음악으로 그 허전함을 충분히 채울 만하다. 다시 말하지만 4분에 한 곡 꼴로 음악이 등장한다.

그 노래들이 아무렇게나 선곡된 것도 아니다. 대부분 영화에서 음악의 역할이 스토리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거라면 <베이비 드라이버>에선 아예 스토리에 개입해 대화를 이어주는 역할까지 한다. 베이비의 연인 데보라를 만나면서 그녀의 이름을 놓고 음악 얘기를 하며 티렉스의 'Debora'와 벡의 'Debra'를 영화 안에 넣는 식이다. 또 중요한 현장에 들어서며 펑키한 걸로 좀 틀어란 대사와 함께 버튼 다운 브라스의 'Tequila'를 넣기도 한다.
 

Beck - Debra

영상에 맞춰 음악이 나오는 게 아니라 음악에 맞춰 영상이 짜인 듯한 장면도 있다. 가령 트럼펫 소리가 나올 때는 거리의 누군가가 음악에 맞춰 트럼펫을 부는 장면이나 데이브 브루벡의 피아노 연주가 나올 때 손동작이 피아노 음을 따라가는 장면은 너무나 감각적이다. 또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위대한 베이시스트 플리나 스카이 페레리아 같은 음악가들의 모습을 영화에서 보는 것도 반갑다.

이처럼 영화의 중심에 음악이 놓여있는 만큼 사운드트랙이 실패할 리 없다. 그저 싱글을 모아놓은 모음집의 형태지만 개별 곡들의 매력은 카세트테이프음악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못지않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선곡보다 좀 더 시대를 거슬러 올라간 듯한 노래들도 있고, 젊은 스카이 페레리아가 코모도스의 오래된 노래 'Easy'를 다시 부르는 멋진 순간도 있다. 그래서 자동차 액션 장면도 큰 비중을 차지하고 낭만적인 로맨스도 등장하지만 <베이비 드라이버>는 나에게 결국 멋진 음악영화로 남았다. 액션과 범죄가 더해진 음악영화다.

베이비 드라이버

감독 에드가 라이트

출연 릴리 제임스, 안셀 엘고트, 제이미 폭스, 존 햄, 케빈 스페이시, 에이사 곤살레스

개봉 2017 영국,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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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