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한국 영화를 뽑으면 늘 거론되는 그 영화, <기담>. <기담>을 연출한 정범식 감독이 이번엔 <곤지암>으로 돌아왔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을 모델로 제작된 이 영화는 병원 내부를 탐험하는 체험단의 카메라로 파운드 푸티지 느낌을 살렸다. <블레어 윗치>를 시작으로 호러 영화의 한 페이지를 장식 중인 파운드 푸티지, 어떤 영화들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곤지암

감독 정범식

출연 위하준, 박지현, 오아연, 문예원, 박성훈, 유제윤

개봉 2017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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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큐멘터리와 파운드 푸티지의 차이?
두 장르는 무척 비슷해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 모큐멘터리는 ‘가짜 다큐멘터리’로 소재나 내용, 인물 등이 연출된 다큐멘터리를 말한다. 파운드 푸티지는 모큐멘터리의 하위 장르로 ‘발견된 촬영분’으로 현장에서 촬영돼 다듬어지지 않은 영상이 컨셉이다.


블레어 윗치

The Blair Witch Project, 1999

헤더 도나휴, 조슈아 레나드, 마이클 C. 윌리암스는 ‘블레어 윗치’라는 전설을 취재하기 위해 메릴랜드주의 버킷츠빌 숲으로 떠난다. 그러나 이들은 돌아오지 않고 그들이 촬영한 영상만이 발견됐다. 모큐멘터리, 파운드 푸티지를 호러 영화에 제대로 접목한 대표작으로 6만 달러의 제작비로 무려 2억 4800만 달러의 흥행 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작품이다.

POINT    공들인 ‘거짓말’
지금이야 이 영화가 ‘가짜’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개봉 당시만 해도 실화라는 소문이 자자했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블레어 윗치’ 전설을 시대별로 기록하는 등 실존하는 전설처럼 가장했다. 촬영 도중 배우에게 알려주지 않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 배우들을 진짜로 놀라게 해 사실적인 반응을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영화 속 설정이 진짜라고 여겨야 흥미로운데 이미 영화에 대해 많은 것들이 알려진 지금은 그때 만큼의 재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블레어 윗치

감독 다니엘 미릭, 에두아르도 산체스

출연 헤더 도나휴, 조슈아 레오나드, 마이클 C. 윌리암스

개봉 1999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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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이.씨

[●Rec], 2007

‘당신이 잠든 사이에’ 제작진은 소방관들의 야간 업무 촬영을 위해 소방서를 방문한다. 신고를 받고 따라간 현장에서 한 노파가 사람을 무는 등 괴이한 일이 발생하고 건물은 정부에 의해 폐쇄된다. 건물에 고립된 제작진은 점차 미쳐가는 사람들에 맞서야 한다. <블레어 윗치>가 스산한 공포를 조성했다면 <알.이.씨>는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공포를 끌어와 파운드 푸티지의 긴박감을 극한으로 끄집어냈다. 스페인 영화로 4편까지 나왔고, 할리우드에서 <쿼런틴>으로 리메이크됐다.


POINT    좀비+1인칭=식은땀
이상한 전염병, 폐쇄된 공간, 정부의 개입 등 다소 뻔한 좀비 영화의 문법을 ‘핸드 헬드’ 기법 하나로 전복시켰다. 일상이 무너지고 공포로 장악당하는 일련의 과정은 관객들을 단번에 영화 속으로 몰입시키는 힘이 있다. 속편들은 모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적어도 1편은 적당한 복선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알.이.씨

감독 자움 발라구에로, 파코 플라자

출연 마누엘라 벨라스코

개봉 2007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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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노말 액티비티

Paranormal Activity, 2007

동거 중인 미카와 케이티는 매일 밤 집에서 이상한 현상을 목격한다. 괴현상의 이유를 알기 위해 두 사람은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자신들의 일상을 찍는다. <블레어 윗치>가 파운드 푸티지의 시작점이라면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정점을 찍었다. 1만 5천 달러의 제작비로 1억 9340만 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 대비 흥행 기록을 경신했다. 수많은 모방작들이 등장할 정도로 유명해졌고, 6편의 속편이 나왔다.


POINT    집 안까지 침투한 현실성
그동안의 파운드 푸티지 작품들은 관객들의 일상과 조금 동떨어진 공간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우리가 사는 집, 가장 친숙한 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포착해 심리적 압박을 극대화하고 보는 이를 안달 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서양권은 예전부터 홈비디오 개념이 보편적이었으니, 이 영화가 주는 공포가 남달랐을 것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감독 오렌 펠리

출연 케이티 피더스턴, 미카 슬로앳, 마크 프레드릭스, 애슐리 팰머, 엠버 암스트롱

개봉 2007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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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엑소시즘

The Last Exorcism, 2010

3대째 엑소시즘을 행하는 목사 마커스는 악령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악령이 들린 소녀 넬에게 가면서 카메라를 대동해 엑소시즘의 허상을 포착하려 한다. 1973년 호러 영화 <엑소시스트>가 전설이 된 이후, 엑소시즘은 낯설기는커녕 진부한 소재에 가깝다. <라스트 엑소시즘>은 가짜 엑소시스트가 진짜 악령을 목도하면서 겪는 변화, 넬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배치하면서 엑소시즘 영화에서 살아남을 탈출구를 찾았다.

POINT    극영화 못지않은 스토리
파운드 푸티지 영화는 보통 공포의 실체를 두리뭉실하게 묘사하다가 크게 한 번 맞닥뜨리는 방식을 택한다. 하지만 <라스트 엑소시즘>은 마커스 목사의 변화와 마을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분위기, 미스터리를 꾸준히 복선으로 제시하는, 상대적으로 뚜렷한 이야기 형식을 취한다. 지나치게 상상력에 의지했던 기존의 작품과 달리 어떤 영화를 만들지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라스트 엑소시즘

감독 다니엘 스탬

출연 패트릭 파비언, 애슐리 벨

개봉 2010 미국,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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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브 인카운터

Grave Encounters, 2011

시작부터 프로듀서가 “이건 영화가 아니다”라고 뻥치는 말하는 이 영화, TV쇼 ‘그레이브 인카운터’ 제작진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다룬다. 그럴싸한 연출을 짜깁기해 심령현상이라며 방송에 내보내던 제작진은 1963년 폐쇄된 콜링우드 정신병원에서 처음으로 공포를 마주하게 된다. 당연히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실제 상황이 아닌 연출된 작품이다. 그럼에도 잠입한 제작진이 서서히 광기에 서리는 순간과 나이트 비전을 이용한 장면들은 기묘한 현실감을 부여한다.

POINT   카메라 하나로 부족해서 많이 가져왔어
파운드 푸티지의 묘미이자 한계는 ‘카메라’다. 현장에 있는 카메라라는 특징은 현실감을 얻는 대신 카메라가 그때, 거기 있어야 하는 당위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는 그 점을 ‘촬영팀’을 투입한다는 설정으로 타파한다. 목격하는 카메라와 그런 목격자를 담는 카메라가 따로 있어 액션과 리액션을 구성하니 좀 더 다양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레이브 인카운터

감독 더 비시어스 브라더스

출연 숀 로저슨, 주안 리딩거

개봉 2011 캐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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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H/S :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V/H/S, 2012

불량배들이 빈 집에서 비디오를 가져와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곳에서 비디오를 찾으면서 하나씩 재생해보는데, 전부 기괴한 현상이 담겨있다. <V/H/S>의 내용은 이게 전부다. 사실상 스토리는 전무하고, 구성은 담백하다. 비디오테이프로 촬영한 듯한 파운드 푸티지를 엮어서 하나의 영화로 완성한 것. 기존의 영화적 스토리텔링을 배제하고 오로지 자극적인 공포 현상을 포착하는 방식은 3편까지 이어졌다.

POINT  단편을 몰아보는 듯한 니버스 구성
옴니버스나 파운드 푸티지나, 결코 드문 장르는 아니지만 두 가지를 엮은 영화는 <V/H/S>가 독보적이다. 저예산 호러 영화의 샛별들이 모여서 본인들이 좋아하는 걸 만들었으니, 호러 장르의 거장들이 만든 옴니버스 드라마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를 떠올리게 한다. 저예산 호러의 등용문이 될까 싶었지만 3편 만에 매너리즘에 빠져 막을 내렸다. 그래도 이런 식의 호러 영화는 <V/H/S>가 유일하다.

V/H/S : 죽음을 부르는 비디오

감독 데이빗 브룩크너, 글렌 매퀘이드, 조 스완버그, 티 웨스트, 애덤 윈가드, 라디오 사일런스,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렛

출연 캘빈 리더, 조 스완버그, 한나 피어만, 헬렌 로저스, 드류 모르레인, 채드 빌레라

개봉 2012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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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프렌디드 : 친구삭제

Unfriended, 2015

자살한 친구의 1주기,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유저에 의해 그의 친구들은 갑자기 그룹 인터넷 전화를 하게 된다. 유저는 친구를 죽게 한 ‘흑역사 동영상’을 누가 업로드했는지 추궁당하고 통화 중이던 친구들은 하나씩 살해된다. <언프렌디드>의 처음부터 끝까지 블레어의 컴퓨터 화면으로만 진행된다. 영화 전체의 평가와는 별개로 연출법 자체는 독창적이고 영리하다는 호평을 받았다.

POINT    대세 파운드 푸티지에 대세 SNS
<언프렌디드>는 당시 최고의 SNS로 부상했던 페이스북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애플 맥북 OS와 스카이프의 인터페이스를 고스란히 적용시켜 스크린을 모니터로 둔갑시켰다. 현실적인 섬뜩함을 유도했다. 또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와 온라인의 문제점을 제시하는 것도 나름의 미덕이다. 컴퓨터, 온라인, SNS라는 소재에 비해 영화 속 오컬트적인 요소는 다분히 구시대적이지만.

언프렌디드: 친구삭제

감독 레반 가브리아제

출연 쉘리 헨닝, 모세 제이콥 스톰, 윌 펠츠, 헤더 소서맨

개봉 2014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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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숨

HIDE-AND-NEVER SEEK, 2016

BJ 야광은 박PD와 함께 공포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실종된 여고생이 귀신과 숨바꼭질을 하는 ‘혼숨’ 의식을 한 영상을 발견한 야광은 박PD에게 여고생을 찾는 생중계를 제안한다. <혼숨>은 평소 인터넷 방송을 보는 사람이라면 익숙한 플랫폼 ‘아프리카 TV’을 스크린에 구현한다. 류덕환(야광), 조복래(박PD)의 찰떡같은 연기는 일품이지만 처음부터 ‘야광월드의 방영분’이라는 설정과 어긋난 느낌인 건 아쉽다.

POINT 인터넷 방송의 묘미는 채팅
스마트폰 세대의 최고 유흥거리인 인터넷 방송. 그 시초인 아프리카 TV를 그대로 본떠 만든 화면이 인상적이다. 인터넷 방송 특유의 해상도 떨어지는 화면은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끝없는 드립이나 ‘별풍선’에 집착하는 BJ 등 현실을 반영한 부분들은 의외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혼숨

감독 이두환

출연 류덕환, 조복래

개봉 201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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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GONJIAM: Haunted Asylum, 2017

곤지암의 402호 문을 열려다 실종된 세 고등학생의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고, ‘호러 타임즈’의 BJ 하준은 공포체험단을 꾸려 곤지암으로 향한다.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로 402호의 진상을 보여주려 한다. <곤지암>은 <혼숨>과 닮았지만, ‘인터넷 방송’보다 ‘현장 체험’에 무게를 둔다. 저주에 얽힌 스토리를 풀어내려는 <혼숨>과 달리 <곤지암>은 폐가의 현장감과 사람들의 리액션으로 영화를 끌어나간다. 등장인물들이 많아 이들의 관계나 성격 차이로 벌어지는 사사로운 에피소드도 재미를 더한다.

POINT   컨셉이 차세대니까 카메라도 차세대
엄밀히 따지면 <곤지암>은 파운드 푸티지가 아니다. 하지만 각 배우들에게 장착시키고, 직접 핸드 헬드로 촬영하게 해 총 19대를 사용한 다양한 화면은 생중계의 느낌을 가감 없이 전한다. 특히 넓은 시야를 담아내는 360도 카메라, 인물이 바라보는 시선을 그대로 담는 액션캠 등 장비 활용이 뛰어나 정범식 감독이 왜 <곤지암>을 “체험형 호러”라고 강조했는지 알 수 있다.


이 영화들 말고도 알아두면 좋을 몇 가지 작품들이 있다.

<먼고 호수> (2008)

여기까지 읽어도 모큐멘터리와 파운드 푸티지의 차이가 애매하다면, 이 작품을 추천한다. <먼고 호수>는 익사체로 발견된 앨리스를 다룬 다큐멘터리다. 기존의 파운드 푸티지를 생각하고 본다면 진 빠질 만큼 정적이다.

<다이어리 오브 데드> (2007)

좀비 영화의 창시자 조지 로메로가 제작한 파운드 푸티지 좀비 영화. 좀비들이 점점 빨라진 시대에 느릿한 조지 로메로 표 좀비는 그렇게 잘 먹히진 못했다. 그럼에도 거장의 사회비판적인 시선이 담긴 영화란 점에서 주시할 만하다.


<아웃라스트> (2013)

영화가 아니다. 게임이다. <그레이브 인카운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길 만하다. 환자들을 고문하는 정신병원에 취재차 잠입한 기자가 주인공이다. 나이트 비전 하나에 의지해 진행하는 일련의 과정은 파운드 푸티지의 주인공이 된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준비한 영화는 여기까지. 워낙 많은 영화들이 파운드 푸티지를 차용했기에 그중 좋은 평을 들은 작품들 위주로 골랐다. 에디터가 놓친 파운드 푸티지 영화가 있다면, 댓글로 함께 공유해주길 바란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성찬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