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에 집중한 영화적 체험', 칸 감독상 〈그랜드 투어〉 26일 개봉

영화 〈그랜드 투어〉 [ⓒUma Pedra No Sapato, Vivo film, Shellac Sud, Cinema Defacto_Studio.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그랜드 투어〉 [ⓒUma Pedra No Sapato, Vivo film, Shellac Sud, Cinema Defacto_Studio.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의 기원으로 일컬어지는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은 단 1분 남짓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당시 관객들에게 강렬한 충격을 선사했다.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지만, 상영 당시 관객들은 스크린 속 기차가 실제로 들어오는 것으로 착각해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쳤다고 한다. 이처럼 영화는 탄생 순간부터 시각적 경험을 통한 감각적 충격을 본질로 삼아왔다.

미겔 고메스 감독의 〈그랜드 투어〉는 이러한 영화의 본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3D나 화려한 컬러 대신 대부분의 장면을 흑백으로 처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시각적 매혹을 선사한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1918년 미얀마 양곤에 파견된 대영제국 공무원 에드워드(곤살루 와딩톤)가 7년 전 약혼한 몰리(크리스타 알파이아테)의 방문 소식에 겁을 먹고 도망치면서 시작된다. 에드워드는 싱가포르, 태국 방콕, 베트남 사이공, 일본 오사카, 중국 상하이 등 아시아 각지를 돌아다니고, 몰리는 그의 뒤를 쫓는다. 내레이션이 이들의 여정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영화 〈그랜드 투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그랜드 투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그랜드 투어'라는 제목은 20세기 초 제국주의 시대에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던 아시아 대륙 횡단 여행을 의미한다. 영화는 주인공들이 목격했을 풍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기찻길, 태국의 정글, 다양한 인형극, 대나무숲 등이 화면을 채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영화가 시대적 경계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20세기 초임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오토바이, 노래방 기계 등 현대적 요소들이 등장한다. 내레이션이 전하는 이야기와 화면이 보여주는 풍경 사이의 불일치는 관객들에게 인지적 혼란을 일으킨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도 영화는 생동감 넘치고 아름다운 장면들을 연속적으로 선보인다. 화면에는 실제 여행자의 시선으로 체험하는 듯한 생생함이 가득하다. 모닥불이 타는 소리,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등 청각적 요소의 섬세한 연출도 돋보인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논리적 이해보다는 감각적 경험에 집중할 것을 요구한다.

영화 〈그랜드 투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그랜드 투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그랜드 투어〉는 화면의 생생함을 통해 다양한 감정을 전달한다. 비를 맞으며 격류를 헤쳐 나가는 신부와 일꾼의 모습에서는 긴박감이, 아편을 피우며 누워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는 나른함이 전해진다. 대나무 위에 올라간 판다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포르투갈 출신의 미겔 고메스 감독은 프랑스 소설가 서머싯 몸의 여행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는 각본가, 촬영 감독과 함께 실제 현지를 여행하며 촬영한 영상에 배우들과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장면을 결합해 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랜드 투어〉는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국가, 성별, 시대, 현실과 상상, 세상과 시네마 등 분리된 모든 것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투어에 여러분을 초대하고 싶다"라고 고메스 감독은 전했다. 이 말처럼 〈그랜드 투어〉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영화 관람을 넘어선 감각적 여행을 제공하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영화 〈그랜드 투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영화 〈그랜드 투어〉 [엠엔엠인터내셔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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