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는 개봉하자마자 예상대로 각종 기록들을 갱신하면서 슈퍼히어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나가고 있다. 자연스럽게 2019년 개봉 예정 <캡틴 마블>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어가고 있다. DC/워너의 <원더 우먼>에 비견될 여성 히어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첫 영화라는 사실도 영화에 쏠리는 관심에 일부 기여하고 있다.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라면 첫 여성 주연의 마블 영화는 다른 영화였어야 한다. 비록 마블 스튜디오는 아니고 마블과 영화 공동 제작 계약을 맺은 소니에서 제작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실버 앤 블랙>이 먼저 개봉할 예정이었다. <실버 앤 블랙>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의 스핀오프 영화로서 ‘실버 세이블’과 ‘블랙 캣’이라는 스파이더맨 원작 만화의 조연급 캐릭터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다.
블랙 캣과 실버 세이블은 누구?
블랙 캣은 1979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194호에 첫 등장한 캐릭터로, 배트맨의 친구/연인/적수인 캣우먼과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있는 캐릭터이다. 본명은 펠리시아 하디로 직업은 도둑인데 초인적인 능력은 없지만 뛰어난 신체 능력을 보유한 젊은 여인이라는 설정이다. 설정상 남자를 싫어하는 캐릭터지만 왠지 스파이더맨/피터 파커에게 매력을 느껴 원작에서는 둘 사이의 러브 라인이 몇 차례나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었는데 바로 지목한 대상의 ‘운’을 정신적 능력으로 조종할 수 있는 힘이다. 서양에서 검은 고양이를 불길하게 여기는 상징적 의미에서 따 온 능력이다.
실버 세이블은 훨씬 후인 1985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65호에 첫 등장한 캐릭터로 원작에서는 ‘주식회사 실버 세이블’이라는 용병 기업의 수장으로 나오는데 엄밀한 의미에서 히어로는 아니지만 스파이더맨을 가끔 도와주는 역할로 등장한다. 역시 초인적인 능력은 없으며 뛰어난 신체 능력과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기술이 있다. 별다른 특징이 없기에 오히려 마블 유니버스 원작 만화에서 활용도가 높았는데 엑스맨, 판타스틱 포 등의 만화에서도 조연급으로 가끔씩 등장했다.
소니의 야심작이었던 <실버 앤 블랙>
<실버 앤 블랙>에서는 여러 명의 빌런이 등장할 예정이었다. 한 명은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도 잠깐 등장했었던 맥 갈간(스콜피온)이고 또 한 명은 원작 만화에서 스파이더맨과 유사한 능력을 지닌 적수로 등장하는 타란튤라이다. 이 둘에게 기계 슈트를 제공하는 역할로 닥터 멘델 스트롬(로봇 마스터 또는 건트라는 이름으로 등장)이라는 초 마이너 캐릭터도 등장할 예정이었고, 배후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는 거대한 악으로는 원작에서 스파이더맨의 최초 적수인 카멜레온이 등장할 예정으로 각본을 썼다고 알려졌다. 추가로 그린 고블린/노먼 오스본도 카메오로 등장할 예정이었다. 소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벤치마킹하여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지도에 비해 영화 운이 없는 블랙 캣
블랙 캣은 영화 운이 없는 캐릭터이다. 스파이더맨 원작 코믹스 세계관에서 꽤 인지도 높은 캐릭터이기에 예전부터 영화에서 등장하려고 했다. <스파이더맨 2>에서 피터 파커의 친구로 등장할 뻔했으나 최종 각본에서 삭제되었고 <스파이더맨 4>(가제)에서 주요 빌런으로 등장할 예정으로 앤 해서웨이가 캐스팅 됐었는데 영화 자체가 만들어지지 못하면서 무산되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는 드디어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펠리시티 존스가 연기한 ‘펠리시아 하디’라는 노먼 오스본의 비서로 잠깐 등장하는데, 아마도 후속편이 만들어질 것에 대비해 넣어 놓은 장치라 생각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 자체가 취소되면서 역시 추후 영화에서의 화려한 등장도 무산되고 말았던 것이다.
<실버 앤 블랙>의 개봉 여부도 불확실해졌다. 1969년생 여성 감독 지나 프린스-블라이드우드에 의해 영화화되어 2018년 가을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2019년 2월로 미루어졌는데, 올해 2월에는 각본 수정 문제로 제작 스케줄이 무기한 연기되어 과연 제작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각본을 쓴 크리스 요스트가 각본을 수정하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아직 착수 전 단계인 것으로 보고되었다.
만약 <실버 앤 블랙>이 만들어진다면 소니의 마블 유니버스 첫 스핀오프 영화이자 여성 히어로/빌런이 두 명이나 등장하는 의미있는 영화가 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최원서 / 그래픽 노블 번역가









댓글 (0)
댓글 작성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