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하지만 마음만은 진심인 츤데레 ‘찐 스승’들의 영화

5월 15일 스승의 날이 돌아왔다. 학창 시절, 한 번쯤은 “저 선생님 너무 까칠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해 본 적 있지 않은가. 하지만 알고 보면, 그 까칠함 뒤에는 누구보다 제자가 잘되길 바라는 진심이 숨어 있기도 하다. 스승의 날을 맞아 영화 속 겉은 투박해도 속은 따뜻한 찐 스승들을 찾아보았다. 이들의 투박한 잔소리와 무뚝뚝한 조언 속에 담긴 ‘진짜 가르침’을 함께 들여다보자.



 <바튼 아카데미> - 폴 허넘 선생님
 

〈바튼 아카데미〉 폴 허넘
〈바튼 아카데미〉 폴 허넘


영화 속 괴짜 선생을 논하면서 <바튼 아카데미>의 폴 선생을 뺄 수 있을까. 폴 지아마티는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다시 조우한 영화 <바튼 아카데미>에서 완고하고 고집 센 역사 선생님 폴 허넘으로 분했다. 영화는 향수를 자극하는 1970년대의 음악과 낮은 채도의 색감으로 시간여행을 하듯 관객을 과거로 데려간다. 1970년 명문사립학교 ‘바튼 아카데미’, 크리스마스를 맞아 모두가 떠난 학교에 남게 된 바튼 아카데미의 선생님 폴과 문제아 털리(도미닉 세사), 주방장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는 동고동락하며 예상치 못한 우정을 쌓아간다.

 

〈바튼 아카데미〉
〈바튼 아카데미〉


폴은 아이들이 기대하는 친절하고 다정한 선생님과는 거리가 멀다. 가차 없이 낙제점을 주고, 아이들의 원성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심지어 학교에 기부를 많이 한 상원의원의 아들에게 낙제점만큼은 주지 말라는 교장의 신신당부도 그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방학식 날, 새 단원의 진도를 나가려 한 것쯤은 이해할 수 있는 범주로 봐야 할 정도다. 자연히 아이들은 그를 ‘생선 눈깔’, ‘괴짜’라고 부르며 기피한다. 폴의 깊은 심중을 알 수 없는 ‘생선 눈깔’과 낡은 코듀로이 재킷으로도 감출 수 없는 볼록한 배는 그의 말해지지 않은 부분마저 드러내는 듯하다.  

 

〈바튼 아카데미〉의 털리와 폴
〈바튼 아카데미〉의 털리와 폴


하지만 그의 고집은 ‘좋은 품성의 젊은이를 키우라’는 바튼 아카데미의 교육 이념을 따르려는 몸부림이다. 그의 괴팍함은 아이들에게 타인의 불행에 공감하지 못하는 더 큰 불행을 주지 않기 위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폴은 비교적 복이 많았던 아이들에게 대부분의 사람의 “인생은 닭장의 횟대처럼 더럽고 옹색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렇게 늘 아이들에게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그의 마음속에도 깊은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다. 폴 지아마티의 애잔한 내면 연기는 괴팍한 성격 뒤에 아픈 과거와 외로움을 숨기고 있는 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더 웨일> - 찰리 선생님
 

〈더 웨일〉 찰리
〈더 웨일〉 찰리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영화 <더 웨일>은 <미이라>의 전설적 스타인 브랜든 프레이저가 재기의 발판을 다진 영화다. 이번 영화에서 브랜든은 272kg의 거구로 세상을 거부한 채 살아가는 대학 강사 찰리 역을 맡았다. 건강이 악화된 찰리는 남은 시간이 얼마 없음을 느끼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10대 딸 엘리(세이디 싱크)를 집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매일 자신을 찾아와 에세이 한 편을 완성하면 전 재산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한편, 찰리의 친구 리즈(홍 차우)는 거동조차 힘든 찰리를 옆에서 정성껏 돌본다. 그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어둠 속에서 꺼내 주려 한다. <더 웨일>은 사람의 관심과 사랑만으로 구원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더 웨일〉
〈더 웨일〉


외출하지 않는 찰리는 화상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에세이 작문을 가르친다. 그는 사람들의 역겨움이 담긴 시선과 멸시를 피하고자 카메라를 켜지 않은 채 수업을 이어간다. 검은 화면 속에 숨은 그는 학생들에게, 또 매일 자신을 찾아오는 딸 엘리에게 진솔한 글쓰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학생들의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 글을 받아 든 그는 마지막 수업에서 자신의 육중한 거구를 드러낸다. 찰리는 학생들에게 기계적 글쓰기가 아닌 진정성 있는 자기 고백이 더 중요하다는 마지막 가르침을 남기고 떠난다. 
 



 <파벨만스> - 존 포드 선생님
 

〈파벨만스〉의 존 포드
〈파벨만스〉의 존 포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영화 <파벨만스>의 마지막에는 씨네필이라면 미소 지을 수밖에 없는 장면이 나온다. 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존 포드 감독으로 변신해 등장한 것이다. 미래의 거장이 될 감독 지망생 새미(가브리엘 라벨)와 존 포드의 만남을 담은 이 장면은 영화 전체의 분량으로 보면 짧지만 강렬한 임팩트를 선사하고, 스필버그의 영화 인생에 있었던 기막힌 실화를 거의 그대로 옮겨왔다. 볼에 여성의 붉은 입술 자국이 묻은 상태로 등장하는 존 포드의 모습은 먼저 한차례 웃음을 준다. 그는 긴장감에 얼어붙은 새미에게 벽에 걸린 그림의 지평선 위치를 묻는다. 지평선은 한 그림에는 바닥에, 다른 그림에는 그림의 꼭대기에 위치한다. 그리고 새미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걸 명심해. 지평선이 바닥에 있으면 흥미롭고, 꼭대기에 있으면 흥미로워. 하지만 지평선이 가운데 있으면 더럽게 재미없어”. 그리고 이내 “자, 행운을 빈다. 이제 여기서 꺼져!”라고 호통치며 사무실에서 새미를 내쫓는다.  
 

〈파벨만스〉의 새미
〈파벨만스〉의 새미


서부극의 거장 존 포드가 프레임에 그려낸 모뉴먼트 밸리, 자연적 형상은 초월적인 신성함이 담겨 있다. 그의 프레임 내 지평선 위치에 관한 조언은 그가 영화감독 지망생에게 건네는 최고의 가르침이 아닐까. 2025년 1월 작고한 고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생전 모습이 애틋함을 자아내기도 한다. 스필버그 감독은 가르침을 안고 사무실을 나온 새미의 뒷모습을 담은 마지막 장면에서 존 포드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다. 그는 카메라를 슬쩍 조정해 가운데 놓여 있던 지평선을 바닥으로 내리며 유쾌한 마무리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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