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주간지 <씨네21>이 만든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 공식 데일리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왼쪽부터) 폴 라시드 감독, 배우 쇼나 맥도날드

호러 영화 <디센트>(2005)로 명성을 얻은 배우 쇼나 맥도날드가 영국의 신예 감독 폴 라시드의 <백색밀실>을 통해 SF 장르의 주연에 도전했다. 백색밀실에 갇힌 한 여성이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질문과 가혹한 고문에 시달리는 제한적 상황의 설정. <백색밀실>에 관해 폴 라시드 감독은 “안에서 보는 것과 밖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다른지” 진실을 다각도로 탐구해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근미래의 고립된 영국을 배경으로 내전 상황을 그리는 영화라는 점에서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화로도 읽힌다.
폴 라시드 실제로 브렉시트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두달이 지난 시점에 시나리오를 썼다. 내가 생각한 건 가장 최악의 경우였다. 가능한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을까 상상하며 내전 상황을 그렸다.

시나리오를 읽고 특별히 어떤 지점에 매력을 느꼈나.
쇼나 맥도날드 SF영화에 대한 갈증도 있었고 무엇보다 캐릭터에게 설득됐다. 할리우드 장르물에서 여성은 대체로 극에 필요한 기능적 장치인 경우가 많다. 좋은 캐릭터는 젠더를 바꾸었을 때도 아무런 디테일의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백색밀실>의 경우가 그랬다. 

<백색밀실>로 SF 장르에 도전하기 전에도 꾸준히 장르물에 캐스팅 되어 왔다. 스스로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쇼나 맥도날드 내 장점은 신체적으로는 강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연약할 수 있다는 점 같다. 캐스팅 담당자로선 호러 장르에서만큼은 더 이상 검증이 필요 없다는 간편한 이유도 있겠지. (웃음)

<백색 밀실>

온 방안이 하얗게 처리된 백색밀실이라는 미장센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폴 라시드 간결하고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몇몇 SF 영화의 미니멀리즘적 미술에 큰 영향을 받았다. 끔찍한 고문이 일어나는 공간인 동시에 영원성이 느껴지는, 두 가지 대조적인 느낌을 만들고 싶었다.

밀실에서 극한의 날씨와 전기, 음파 고문 등 다양한 고통을 겪는다. 신체적으로 극단까지 몰리는 상황을 어떻게 준비했나.
쇼나 맥도날드 배우는 겉으로 판단되는 직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배우가 실제로 극에 100% 이입하는지 아닌지에 따라 연기의 질은 완전히 달라진다. 이렇게 위험한 컨셉의 촬영을 할 때는 배우가 현장을 안전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고어 영화에서 배우들이 어색하게 군다면,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거나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백색밀실>은 모든 것이 그 반대였고, 덕분에 나 자신을 충분히 던질 수 있었다.

영화 마지막까지 클로즈업 숏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강렬함을 극대화했다.
폴 라시드 <폰부스>(2002), <베리드>(2010) 같은 영화들이 도움이 됐다. 배우들의 얼굴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서 모든 디테일을 살필 수 있는 영화만의 장점을 활용하고 싶었다.
쇼나 맥도날드 배우는 클로즈업 숏을 찍으면서 '레스 이즈 모어'(less is more)의 미학을 실감하게 된다. 내면에선 큰 지진이 일어나더라도 밖으로는 아주 작은 눈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것, 그게 <백색밀실>에서 다시 한번 깨달은 좋은 연기의 조건이다.


씨네21 www.cine21.com
글 김소미·사진 박종덕 객원기자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데일리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