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는 <고질라>와 <콩: 스컬 아일랜드>의 뒤를 잇는 ‘몬스터버스’의 세 번째 작품이다. ‘몬스터버스’는 레전더리 픽쳐스가 워너브러더스와 손잡고 일본 도호 영화사의 <고지라> 시리즈와 유니버셜의 <킹콩> 등을 기반으로 한 대괴수들이 나오는 프랜차이즈 기획이다. 애초 출발은 고지라에 대한 아이맥스 3D 단편을 만들기 위해 개발되던 프로젝트였다. 여기에 흥미를 보인 대작 전문(?)의 레전더리 픽쳐스가 관여하여 판이 커졌고, <몬스터즈>로 인상 깊은 작품을 만들어낸 신예 가렛 에드워즈를 연출로 앉히며 고지라 60주년을 맞은 2014년에 개봉해 전 세계 5억 달러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며 잭팟을 터트렸다.
이에 고무된 레전더리와 워너는 도호로부터 추가적으로 기도라와 로단, 모스라 등의 권리를 확보하며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확장할 계획을 세운다. 여기에 날개를 단 건 레전더리가 유니버셜과 논의하던 킹콩 프로젝트를 워너로 돌려 '몬스터버스'에 합류시키며 과거 도호에서 만들었던 꿈의 매치인 <킹콩 대 고지라>의 대전을 현재의 화려한 기술력으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의 베테랑 감독들 대신 가능성 있는 신인들을 꿋꿋하게 등용시키며 조던 복트-로버츠의 <콩: 스컬 아일랜드>, 마이클 도허티의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애덤 윈가드의 <고질라 대 콩>까지 찬찬히 라인업을 이어가고 있다.
괴수물 중 최고 박력을 선사하는 <킹 오브 몬스터>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건 도호와의 계약이 2020년에 개봉할 <고질라 대 콩>까지라는 점이다. 도호는 레전더리와 워너의 성공에 자극 받아 2021년부터 자체적으로 괴수 세계관을 준비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이 연장돼서 ‘몬스터버스’를 더 볼 수 있을지, 아님 도호가 준비하는 괴수물 세계관을 받아들여야 할지는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의 성적에 달려있는 셈이다.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리 좋지 못하다. 이번 작품이 ‘몬스터버스’ 프랜차이즈 중에선 가장 낮은 오프닝 예측치와 평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인간들의 행동과 각본의 안일함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이라면 이런 짜증유발자들의 인간과 달리 괴수들은 사이다처럼 시원한 몸빵 액션을 아낌없이 영화 전면에 펼쳐 보인다는 것이다. 등장을 꽁꽁 숨겨두었던 2014년 <고질라>나 문어 다리를 씹던 콩의 치기 어린 시절을 다룬 <콩: 스컬 아일랜드>와 달리 이종격투기 저리가라 할 정도로 고지라와 킹기도라의 호쾌한 태그매치가 전 세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게 가히 일품이다. 박진감 넘치면서도 경외할만한 비주얼의 쾌감은 지금껏 나왔던 그 어떤 크리쳐물보다 화끈하며 디테일하게 묘사돼 괴수팬들을 흥분시킬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간 할리우드 리메이크에선 들을 수 없었던 이후쿠베 아키라의 테마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배틀스타 갤럭티카>로 영화음악 신성이 된 베어 맥크레리
음악을 맡은 건 베어 맥크레리. 소설가 로라 칼파키언과 하와이대 교수 제이 맥크레리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일찌감치 부모들의 문자 대신 음표를 선택해 전설적인 영화음악가 엘머 번스타인 아래서 수학하며 영화음악가를 꿈꾸게 된다. 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한다면 단연 사이파이 채널의 미드 <배틀스타 갤럭티카>다. 1978년 원작 시리즈를 리메이크했던 이 작품에서 원래 음악을 맡은 건 중견의 베테랑 리차드 깁스였다. 하지만 2부작 미니시리즈 후 엄청난 인기에 시즌제 드라마로 전환하며 깁스는 스케줄 충돌과 영화 작업에 더 집중하기 위해 하차한다. 기회는 그의 밑에서 보조 작곡가를 하던 베어 맥크레리에게 돌아갔다.
그전까지 변변한 필모그래피 하나, 제대로 된 경험 한번 쌓지 못한 이 25살의 젊은 음악가에겐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 예산 부족과 전형적인 관현악 스코어를 반대하던 제작자의 요구에 맞춰주기 위해 그는 갖가지 악기들을 동원해 색다른 아이디어와 실험으로 승부를 봐야 했다. 다행히도 SF는 이런 이질적인 소리들이 나와도 어색하지 않은 장르였고, 또한 그의 재기발랄한 시도들이 인정받으며 영상음악가로서 한 단계 도약과 성장을 가져왔다. 결국 시리즈는 엄청나게 성공했고, 각종 스핀오프들을 양산하며 베어 맥크레리란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를 찾는 사람은 많아졌고, 활동 반경도 당연히 넓어졌다.
TV쇼 작곡가에서 블록버스터 영화음악가로
베어 맥크레리는 이를 발판으로 부지런히 각종 TV쇼 음악들을 섭렵했다. 같은 채널에서 방영된 <유레카>와 인기 영화를 원작으로 삼은 <터미네이터: 사라 코너 연대기>, 좀비 드라마의 부흥을 이끌어낸 <워킹 데드>, 에미상 음악상 후보에 처음 오르게 된 <다빈치 디몬스>와 마블의 첫 TV 진출작으로 알려진 <에이전트 오브 쉴드>, 동명의 인기 판타지 로맨스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아웃랜더> 등 맡는 시리즈마다 줄줄이 대박을 터트렸다. TV쇼 전문으로 굳어질 때쯤 비디오 게임과 영화에도 발을 들였다. <다크 보이드>와 <소콤 4: U.S. 네이비 씰>에 참여했고, 조 린치 감독을 비롯한 여러 비디오 직행 B급 장르물들에 이름을 올렸다.
그가 영화음악가로서 본격적인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건 바야흐로 2016년부터. <포레스트: 죽음의 숲>, <더 보이>, <클로버필드 10번지> 등 일련의 호러물들이 모두 흥행에 성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클로버필드 10번지>에서 그가 들려준 버나드 허먼과 제리 골드스미스를 떠올리게 만드는 고전적인 작법에, 블래스터 빔이나 야일리 탐버 그리고 음향팀이 일상 물건들로 만들어낸 퍼쿠션 같은 색다른 음색의 충격은 그가 더 이상 풋내기 작곡가가 아님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 뒤 슬리퍼 히트작인 <해피 데스 데이> 시리즈로 성공도 맛보고, 블록버스터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음악으로 낙점 받으며 할리우드 영화음악가 코스를 착실히 밟아 올라간다.
오리지널 고지라와 모스라 테마를 처음 쓴 할리우드 리메이크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 음악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할리우드 리메이크에선 눈 씻고 찾아도 볼 수 없던 이후쿠베 아키라의 고질라 테마를 처음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아놀드가 음악을 맡았던 1998년작에서도,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음악을 맡은 2014년작에서도 상징성 때문에 슬쩍 나올 법 했지만 야속하게 코빼기조차 비치지 않았다면, 이번엔 베어 맥크레리와 마이클 도허티 감독이 아예 작정하고 고질라의 정통 후예를 자처하며 이 전설적인 테마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 마치 이보다 더 고지라의 압도적인 위용과 공포, 전율과 카타르시스를 동시에 안겨주는 음악은 없다는 듯 확인 사살하는 사운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고세키 유지가 작곡한 <모스라>의 주제가까지 활용하며 도호 특촬의 정통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 노래는 이미 지난 50년간 시리즈 내에서 모스라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할 때마다 계속 사용된 바 있다. 이후쿠베 아키라가 1964년 <모스라 대 고지라>와 <삼대 괴수 지구 최대의 결전>에서, 다카다 히로시가 92년 <고질라 VS 모스라>에서, 그리고 2003년 오시마 미치루가 <고질라 X 모스라 X 메카고지라 도쿄 SOS>에서 각각 편곡해 들려줬다. 원곡의 가사는 독특하게도 일본어가 아닌 인도네시아어로 불려 지는데, 이번 영화에선 직접적으로 쌍둥이 소미인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등장하지 않아 조금 아쉽기도 하다.
압도적인 사운드와 탁월한 추임새
여기에 베어 맥크레리는 킹기도라와 로단의 테마를 새로 작곡했고, 모나크를 상징하는 테마와 인간들 테마까지 총 6개의 주제부가 영화 내내 촘촘히 박혀 유기적인 반응을 일으킨다. 두 편의 <클로버필드> 시리즈와 서울에 괴수가 나타난다는 설정의 <콜로설>로 간접적이나마 괴수물 스코어를 경험해본 바 있는 그는 전통적인 괴수물 장르 음악을 자기만의 레시피로 색다르게 재해석해냈다. 브라스와 혼의 스케일과 박력은 물론, 80인조 코러스와 민속 악기 솔로, 일본 전통 타악기 타이고와 타이고 앙상블이 외치는 전통 추임새 그리고 스님들의 독경 소리까지 결합돼 완성한 거대한 소리들의 총합은 괴수물이 갖고 있는 진중한 파워와 심장박동과도 같은 흥분, 파괴와 폭발의 묘미를 더할 나위 없이 압도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엔딩 크레딧에 울려 퍼지는 노래는 블루 오이스터 컬트의 ‘고질라’를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의 보컬 세르지 탄키안과 데스클록이 커버한 곡이다. 사실 블루 오이스터 컬트의 원곡 자체는 고지라 영화들과는 전혀 연관이 없는 곡이었는데, 이 헤비메탈의 효시격인 노래를 들고 와 의미를 부여한 베어 맥크레리의 재치와 센스가 아주 기발하다. 마츠리에서 들을 법한 구호인 ‘소레’(それ)를 연발하고, 인간을 대신해 싸우는 괴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듯 ‘고! 지! 라!’와 ‘모! 스! 라!’를 힘껏 외치는 독특한 추임새는 웃기면서도 묘한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화끈하면서도 신명나는 액션 한마당에 적절한 추임새를 붙여주는 느낌이다.
사운드트랙스 영화음악 애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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