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촬영현장의 팀 밀러(왼쪽) 감독과 린다 해밀턴.

아놀드 슈왈제너거의 터미네이터 T-800이 돌아왔다. 린다 해밀턴의 사라 코너도 돌아왔다. 시리즈의 1, 2편을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도 돌아왔다. 단 그는 감독이 아닌 제작자다. 감독은 <데드풀>의 팀 밀러다.

<데드풀> 촬영장의 팀 밀러(오른쪽) 감독.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팀 밀러 감독은 당연히 <데드풀>을 연출한 사람으로 소개해야 옳다. <데드풀>은 그의 첫 장편 연출작이자 출세작이기 때문이다. 최근 배우들과 함게 내한한 팀 밀러 감독과의 인터뷰 준비 과정에서 팀 밀러 감독의 과거를 살짝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데드풀> 이전에 팀 밀러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팀 밀러 감독에 대해 알아보자.


출신은 비주얼 이펙트

팀 밀러를 소개하는 IMDb 페이지의 첫 문장에서 그의 직업 혹은 직함은 4개다. 애니메이터, 영화감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비주얼 이펙트 아티스다. ‘그리고’(and)가 중요하다. 그의 경력을 설명할 때 가장 비중이 높은 것은 비주얼 이펙트 아티스트다. 영어 문장에서 단어를 나열하고 마지막에 and가 붙으면 그 다음에 중요한 단어가 등장한다.


<하이드어웨이>

첫 스탭 크레딧

팀 밀러 감독은 1995년에 (IMDb 기준)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영화 크레딧에 올렸다. 제목은 <하이드어웨이>다. 그는 비주얼 이펙트 스탭이었다. 제프 골드브럼과 알리시아 실버스톤이 출연한 이 공포영화를 특별히 기억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블러 스튜디오 홈페이지


블러 스튜디오

1995년은 팀 밀러 감독에게 인생의 분기점이다. 위의 첫 스탭 크레딧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쩌면 블러 스튜디오의 설립일 것이다. 컴퓨터그래픽에 기반한 비주얼 이펙트 회사다. 블러 스튜디오의 홈페이지(blur.com)에서 회사소개 페이지를 보면 팀 밀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블러 스튜디오 홈페이지에서 소개하는 참여 작품은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던 워페어>, <리그 오브 레전드>, 영화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애니메이션과 실사가 결합한 SF 장르의 단편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 등이 있다.


<빈털터리가 된 쥐 이야기>

<소닉 더 헤지혹>

첫 아카데미 후보 지명

팀 밀러 감독은 2004년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수상 후보로 지명된 적이 있다. <빈털터리가 된 쥐 이야기>(Gopher Broke)라는 작품을 통해서다. 이 작품에서 그는 공동 작가이자 제작자로 참여했다. 참고로 <빈털터리가 된 쥐 이야기>의 제프 파울러 감독은 개봉을 앞둔 <소닉 더 헤지혹>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팀 밀러 감독은 <소닉 더 헤지혹>의 총괄제작자로 이름을 올렸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타이틀 시퀀스

타이틀 시퀀스의 대가

팀 밀러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은 단연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이다. 에드가 라이트 감독의 <스콧 필그림>에 크리에이티브 슈퍼바이저로 참여했지만 <밀레니엄>에 비하면 존재감이 약하다. <밀레니엄> 이후에 작업한 <토르: 다크 월드> 타이틀 시퀀스도 결국 <밀레니엄>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팀 밀러 감독이 <데프풀>의 감독 의자에 앉기 전까지 그를 수식하는 영화는 단연 <밀레니엄>이었다. <밀레니엄>은 스웨덴에서 탄생한 베스트셀러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연출한 작품이다. 영화 곳곳에 집요한 데이빗 핀처 감독만의 감각적인 스타일이 보인다. 다만 영화의 초반부 제목이 등장하는 타이틀 시퀀스만은 온전히 팀 밀러의 시간이다.


<러브, 데스 + 로봇>에서 팀 밀러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 <아이스 에이지>.

팀 밀러 감독은 자신의 장기, 비주얼 이펙트를 살린 액션 영화 두 편을 연출했다. <데드풀>과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가 그것이다. 직접 만나본 그는 스스로 “독서광”이라는 말을 했다. 물론 코믹스를 좋아하는 너드이기도 하다. 또 그는 자신이 “타고난 코미디 감각의 소유자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데드풀>의 코미디, 이른바 병맛은 작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해도 좋겠다. 종합해보면 그의 경력이 비주얼 이펙트 분야에서 시작됐고 지금껏 그에 걸맞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어쩌면 다음에는 좀더 진중한 드라마 장르와 스타일리시한 비주얼 이펙트가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넷플릭스에서 <러브, 데스 + 로봇>을 챙겨본 독자라면 대략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겠다. 팀 밀러는 <러브, 데스 + 로봇>의 크리에이터로 이름을 올렸다. 전체적인 제작을 지휘했다는 의미라고 볼 수 있다. 또 18개의 에피소드 가운데 <아이스 에이지>라는 작품을 직접 연출하기도 했다.


씨네플레이 신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