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맨과 와스프>

<앤트맨> 시리즈는 참 우여곡절이 많았던 시리즈다. 초창기 마블 스튜디오의 계획대로였다면 페이즈 2의 막바지에서 등장하는 게 아니라, 어벤져스의 창립 멤버답게 초반부터 등장해 원년 멤버의 한 명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당시의 마블 스튜디오는 참, 곤란한 상황이었다. 금전적으로도, 불투명한 미래 면에서도.

덕분에 2015년에 개봉하기까지 10년이 넘도록 실사화되지 못한 아픈 역사가 있었는데, 자금력을 비롯해 각본 원안을 작업했던 에드가 라이트와 마블 스튜디오의 갈등 등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었다. 감독으로 페이튼 리드가 확정되고 원안 각본을 토대로 한 새로운 각본이 나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세월이 걸린 셈이다.

<앤트맨>

과정은 순탄치 않았지만 <앤트맨> 시리즈는 MCU 전체에서도 독특한 매력으로 나름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슈퍼히어로 무비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주인공 스콧 랭이 히어로로서 각성하는 요인과 근거를 가족에서 찾기 때문인데,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그리 행복한 가정환경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 안타까운 어벤져스 틈바구니에서 행복을 거머쥔 아빠라고도 할 수 있을 듯.

그래서인지 MCU 타이틀 중에서도 가볍게 보기 좋고 가족과 함께 봐도 전혀 부담이 없는 정체성을 확실히 정립한 듯하다. 하지만 MCU 4페이즈 라인업에도 포함되지 않았기에 추후 등장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최근 <앤트맨 3>의 새로운 각본가로 제프 라브네스가 기용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앤트맨의 또 다른 이야기가 관객에게 선보일 예정임이 밝혀졌다.


원년 멤버였던 ‘앤트맨과 와스프’

MCU의 행크 핌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시점상 스콧의 조력자이자 앤트맨 수트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저명한 과학자로서만 등장하고 그의 활약상은 짧은 회상씬으로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원작의 행크 핌은 1대 앤트맨으로서 어벤져스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으며, 아내인 1대 와스프 재닛 반 다인은 어벤져스의 이름을 짓기도 했던 주요 인물이었다.

거기에 핌 입자를 이용해 사이즈를 자유롭게 조절 가능하다는 독특한 능력은, CG로 구현했을 때 스펙터클한 장면을 연출하기 적합한 특징이기도 했기에 마블 스튜디오가 실사화 프로젝트의 기획 단계부터 앤트맨의 영화화를 고려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거기에 MCU에서는 <어벤져스 2: 에이지 오브 울트론>의 울트론이 토니 스타크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나오지만, 원작에서는 행크 핌의 작품이었다. 원작의 행크는 MCU에서의 지조 있는 과학자였다기보다는 정신적으로 불안하기 짝이 없으며 열등감에 시달리기도 하며 부인이자 동료인 와스프에게도 못할 짓을 여러 번 저질렀다.

물론 근본적으로 나쁜 인간은 아니며 재닛 반 다인에 대한 사랑도 진심이었다. 그저 정신적으로 많이 불안할 뿐... 영화에서는 정신적으로 불안해 주변 사람들을 곤란하게 하는 요소들은 배제되었으나, 여전히 꼬장꼬장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과학자로 등장한다.

MCU의 재닛 반 다인

1대 와스프인 재닛 반 다인의 경우 1편에서는 과거 회상 장면에서만 등장하고 2편인 <앤트맨과 와스프>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모습을 보여준다. 딸 호프를 '젤리빈'이라고 부르는 스윗한 어머니이자, 그 까칠한 행크 박사의 옆자리를 든든히 지키는 너그러운 아내이기도 한데 양자 영역에 갇히고도 좌절하지 않고 연구를 계속해 왔다는 점을 생각하면 원작만큼 비중이 크진 않더라도 강렬한 캐릭터인 것만은 그대로 계승된 듯.


지금까지의 앤트맨 '스콧 랭'

MCU의 스콧 랭

폴 러드가 각본 및 주연으로 열연한 <앤트맨>과 <앤트맨과 와스프> 두 편에서는 스콧 랭이 어떤 계기로 앤트맨이 되었는지 그리고 딸인 캐시 랭과 다시 함께하기 위해 겪은 우여곡절, 새로운 연인 '와스프' 호프 반 다인과의 이야기가 진행됐다.

스콧 랭은 감옥에서 출소하는 장면으로 첫 등장을 하는데, 전기공학 석사 학위도 있는 수재로 멀쩡한 대기업 사원이었으나 회사가 고객들에게 돌아가야 할 돈을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회사 전산망을 해킹해서 고객에게 돈을 돌려주는 한편 주축이었던 사장의 만행을 폭로한다. 이를테면 의적인 셈이지만 법의 기준에서는 그렇지 않았으므로 전과자가 된 셈인데...

그리하여 스콧은 출소하기는 했지만 전과자가 되어 버린 터라 전처럼 멀쩡한 직업을 얻을 수는 없었고 결국 배스킨라빈스 직원으로 취업하지만 그조차도 전과 기록이 드러나면서 잘리고 만다. 이런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전처와 살고 있는 딸인 캐시에 대한 사랑만큼은 너무나 컸다. 하지만 양육비를 보내지 않아 만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결국 감옥 동료였던 루이스의 도적단 합류 제안을 받아들이고 말았던 것.

"망고 후르츠 블라스트 주세요"

이 과정에서 1대 앤트맨이자 '와스프' 호프 반 다인의 아버지인 행크 핌의 눈에 띄어 2대 앤트맨으로 낙점된 것인데, 원작과는 상당히 유사하다고도 할 수 있으나 전개 면에서 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원작에서도 스콧은 전기 기술자로 일했었지만 그리 풍족한 사정은 아니었는데, 딸인 캐시가 심장병에 걸리면서 모든 게 달라진다. 캐시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의사가 대런 크로스에게 감금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스콧은 앤트맨 코스튬을 훔쳐 이를 이용해 딸을 구해냈으며 이후의 스토리에서도 캐시에 대한 사랑은 변함없는 명불허전 딸바보.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의 활약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앤트맨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양자영역에 갇혀 버린 채로 시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 '인피니티 워'와 '핑거스냅' 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타노스에 의해 죽은 피해자 중 한 사람으로 여겨졌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었듯 실제로는 양자영역에 갇혀 있었을 뿐이었다.

문 열어!

세계를 구한 창고의 쥐생원(...) 덕에 탈출한 스콧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딸바보답게 캐시가 있는 곳이었고, 이후 어벤져스와 합류해 양자영역의 특성을 이용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후 성공적으로 사건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돌아온 연인 호프 반 다인과 훌쩍 성장한 딸 캐시 랭과 함께 단란한 가족애를 연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떻게 되었는지 속사정은 알 수 없지만, <앤트맨과 와스프>의 초반부에서 가택 구금된 상태로 딸과 놀아주기 위해 집안에 미로를 만드는 등 온갖 노력을 다했던 딸바보 아빠이기에 여전히 행복한 부녀관계를 구가하고 있을 듯.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 3편 시동?

어쩌면 패밀리 무비로서는 완결점을 찍었을지 모르나,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원작에서 딸 캐시 랭이 히어로 활동을 이어받기도 했다는 점을 돌이켜 보면 <앤트맨 3>에서 캐시, 그리고 연인인 와스프와 함께 새로운 사건에 휘말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 작품의 각본에 쭉 참여해 왔던 주연배우 폴 러드가 작성한 <앤트맨 3>의 초안에서 머독이 메인 빌런으로 등장하며 그가 수장인 AIM조직이 그들을 위협할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 물론 이 초안이 실제로 영화에 반영될지는 알 수 없지만, 머독이 빌런으로 등장한다면 이 캐릭터의 기반인 코스믹 큐브에 대한 이야기가 풀릴지도 모른다.

토르도 놀리는데 이분을 안 놀리는게 이상하긴 하죠

더불어 머독이란 캐릭터 자체가 심하게 독특한 외모 때문에(...) 틈만 나면 놀림을 받는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AIM조직의 수장으로서 나름 카리스마 있는 악당 캐릭터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깨알 같은 개그 요소를 절대 빼먹은 적 없는 앤트맨과 아주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전 세계적 팬데믹 사태에 MCU도 영향을 받은 나머지, 올해 개봉 예정이었던 두 작품 <블랙 위도우>와 <이터널스>도 결국 개봉 연기를 발표했다. 더불어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던 MCU TV 시리즈 역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한 상황.

물론 내부 스튜디오에서만 촬영하는 경우 강행할 수도 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진행되고 있는 이상 다소의 연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아직 개봉일이 확정되지조차 않은 <앤트맨 3>의 경우 도대체 언제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 보여주지 않은 이야기가 많은 앤트맨이기에, 그리고 늘 가벼운 듯 따뜻한 유머러스함을 보여주었기에 3편 역시 기대해 볼 만하지 않을까.

사실 루이스가 제일 기대된다


PNN 에디터 희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