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러시>는 9월 17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대마초가 합법화된 캘리포니아, 그 속을 파고드는 위험한 거래

대마초가 합법화된 캘리포니아, 롭(마이크 포이)과 케일럽(데클란 마이클 레어드)은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대마초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마초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형제의 주변에는 언제나 한탕주의의 유혹이 도사리고 있다. 그들을 가장 세게 뒤흔드는 사람은 롭의 연인인 마리아(크리스 도잘)다. 어딘지 모르게 꿉꿉한 속셈을 가진 듯 보이는 마리아는 합법적인 방식이 아닌 마약 조직에게 웃돈을 받는 거래 방식을 통해 지금보다 세 배의 이익을 얻자며 롭의 옆구리를 찌른다. 농장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롭의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제이콥(미샤 크로스비)과 디에고(안드레 필리) 역시 구체적인 행동 요령까지 대며 어둠의 경로로 대마초를 팔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형제는 단호한 거절을 일삼고, 마리아와 직원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한 편, 제이콥과 디에고는 그들이 큰 빚을 진 무자비한 갱스터 티커(폴 텔퍼)가 가석방으로 풀려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티커는 제이콥과 디에고를 찾아가 돈을 요구하고 무자비하게 그들을 옥죄기 시작한다. 결국 두려움을 이기지 못한 제이콥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이 대마초 농장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티커와 함께 대마 농장에 침입해 강도 짓을 벌일 계획을 한다. 그렇게 롭의 대마 농장을 덮친 티커와 제이콥은 롭, 마리아, 케일럽까지 위협에 빠뜨리지만, 쉽게 끝날 줄 알았던 그들의 범죄 계획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미국 전역을 충격에 빠뜨린 대마초 범죄 사건

<그린 러시>를 이해하기 위해선 '그린 러시'에 담긴 사회적 이슈를 먼저 이야기해 보는 것이 좋겠다. 2018년, 캘리포니아는 오랜 논쟁 끝에 대마초 합법화를 선언했다. 국가가 공표한 가이드라인만 잘 지켜진다면, 법적인 문제를 삼지 않기로 결정한 거다. 자연스레 캘리포니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대마초 시장으로 떠올랐다. 미국 전역은 '돈이 되는' 대마초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밀레니얼 세대들의 광적인 투자가 시작됐다. 이런 현상을 두고 '그린 러시'라는 신조어가 붙여졌는데, 이는 19세기 금광이 발견된 지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던 현상을 일컫던 '골드 러시'에서 차용한 단어다.

늘 그렇듯 새로운 변화에는 불안한 현상이 따르는 법이다. 캘리포니아에서 불법적인 거래와 관련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영화 <그린 러시> 역시 '대마초가 합법화가 된 캘리포니아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행각들'에 초점을 맞춰 제작됐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주목해볼 만하다. 2018년, 미국 대마초 농장에 침입해 무자비한 강도 행각을 벌였던 침입자들의 이야기는 실제로 미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더욱 놀라운 건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 도장이 찍힐 만큼 <그린 러시>는 티커 일당의 범죄 행각을 사실적으로 그렸지만, 영화 속 묘사는 실제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한다. '고문'이라는 표현을 써도 될 만큼 실제 범죄자들의 행각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세밀한 서스펜스, 실감나는 연출

티커와 제이콥이 대마초와 현금을 강탈하기 위해 농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영화의 긴장감은 급물살을 탄다. 롭과 마리아를 감금한 뒤 서서히 롭의 세계를 무너뜨리려 하는 티커, 그가 본격적인 악마의 얼굴을 드러내기까지 영화는 세밀한 서스펜스를 쌓아 가며 관객들을 심리적으로 압박한다. 농장에 도착한 순간부터 상황이 악화될 때까지 꽤 긴 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는 지루하다기보단 언제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는 호랑이를 지켜보는 것처럼 심장을 조이게 만든다.

연출 방식 역시 실감 난다. 영화 내내 인물 간 빠른 교차 편집이 이루어지는데, 겁에 질린 인물들과 얼굴들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몇몇 장면들은 마치 내가 그 상황에 놓여져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만큼 액션 장면과 범죄 행각을 묘사하는 방식은 리얼하게 그려졌다. 티커의 무자비함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행위들이 여러 장면에 걸쳐 이어지는데 표현의 정도가 꽤나 강렬하다.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인물들을 모두 해치워버리는 티커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인물들을 죽인다. 그럴 때마다 카메라는 이를 피하지 않고 직시하기에 티커의 범죄 행각이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는 것. 극의 후반부에선 마리아를 구하기 위한 롭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는데, 티커 일당들을 거침없이 상대하는 롭의 액션신 역시 짜릿함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플롯 반전

<그린 러시>는 시각적인 흥미로움 외에도 강렬한 플롯 반전이 돋보이는 영화다. 87분이라는 짧은 러닝 타임 속에서도 캐릭터와 스토리가 가진 방향키가 여러 차례 틀어진다. 이는 곧 영화의 전개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쉬이 예상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다른 범죄 스릴러 영화와 비교했을 때, <그린 러시>는 장소가 한정적인 편이다. 대마초 농장에서 영화의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이는 캐릭터가 가진 입체성 덕분일 터. 롭, 마리아, 케일럽이 티커의 인질로 잡힌 상황 속에서 각각 생존을 위해 변화무쌍한 얼굴을 드러내는데, 특히 마이클 포이가 연기한 롭이 극의 후반부를 휘몰아친다. 티커에게 비교적 순종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그가 궁지에 몰리자 날카로운 얼굴을 꺼내 드러내며 극의 긴장감을 높인 것.

무엇보다도 <그린러시>는 한탕을 노리고 대마 농장에 쳐들어온 갱의 이야기, 어찌 보면 범죄의 규모나 방식이 비교적 소소하기에 심심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음모를 곳곳에 심어 놓으며 풍부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특히 영화는 티커와 함께 침입한 제이콥과 앤드류가 계속해서 티커의 뒤통수를 노리는 장면들을 보여주며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제시한다. 앤드류는 티커 몰래 롭을 회유하며 금고를 빼돌리기도 할 정도. 결국, 이 안에선 그 누구도 같은 편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관객들은 어떤 캐릭터도 믿지 못하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된다.


광기란 이런 것, 폴 텔퍼의 악인 연기

<그린 러시>를 논할 때 폴 텔퍼의 연기를 빼놓고 이야기하긴 어렵다. 폴 텔퍼는 광기 서린 티커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모든 장면을 '씹어먹었다'는 표현이 제격인 그의 눈빛 연기는 티커라는 인물이 가진 무자비함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폴 텔퍼는 시리즈 드라마 <NCIS>와 영화 <헤라클레스>에 출연하며 화제를 모았었는데, <그린 러시>를 통해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과는 완전히 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티커라는 캐릭터가 가진 힘이 없었다면 <그린 러시>의 재미는 모든 장면에서 마이너스가 됐을 터. 섬세하게 움직이는 폴 텔퍼의 안면 근육 연기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린 러시>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씨네플레이 인턴기자 유정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