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테러 베를린>는 12월 3일(목) 올레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더 테러 베를린>

<더 테러 베를린>

낯선 히치하이커의 가방에서 대량의 폭탄이 나왔다

그린베레(특수부대) 요원을 은퇴하고 술에 의존해 살아가고 있는 프랭크(켄 듀켄). 크리스마스를 맞아 아내와 살고 있는 딸 '릴리'를 만나기 위해 베를린 기차역으로 출발한 그는 휴게소에서 우연히 만난 히치하이커 안드레아(톰 우라쉬하)를 태운다. 함께 베를린으로 향하는 길. 불편해지지 않기 위해 철저히 선을 그은 프랭크와는 달리 안드레아는 무례한 말들로 프랭크의 신경을 서서히 긁는다. 결국 참지 못한 프랭크가 차를 세우자 뒷좌석에 있던 안드레아의 가방이 굴러떨어지면서 숨겨뒀던 대량의 폭탄들이 드러난다. 찰나의 긴장감도 잠시, 순식간에 웃고 있던 낯을 지운 안드레아는 프랭크를 공격하고, 낯선 히치하이커에서 총을 쥔 테러범으로 뒤바뀐 그의 협박에 평범했던 이들의 만남은 위험천만한 동행의 길로 접어든다. 과연 프랭크는 베를린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을까.


<더 테러 베를린>

버디물? 로드 무비? 안드레아는 계획이 다 있구나

작은 자동차 안. 같은 장소로 향하는 두 남자. 우리는 이 익숙한 그림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다. 근작을 예로 들자면 <그린 북>이 있겠고, 독일 영화라는 점에서는 <노킹 온 헤븐스 도어>가 연상된다. 그렇다. 영화는 두 남자의 버디물이자 로드 무비의 탈을 쓴 스릴러다. 앞선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한 사람의 손에는 총이 쥐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총구는 바로 옆 좌석에 앉은 동행인을 향해 겨누어져 있다.

<더 테러 베를린>

영화의 초반 긴장감을 형성하는 안드레아와 프랭크의 대립은 꽤 흥미롭다. 두 사람의 관계는 길 위에서 여러 번 전복된다. 안드레아는 프랭크의 눈치를 보다가도, 자신의 목적이 발각되자 재빨리 돌변한다. 전직 특수부대 출신인 프랭크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를 위기 상황에 놓아 안드레아를 협박한다. 그러나 안드레아에겐 또 다른 카드가 있다. 눈앞에 놓인 무적의 카드 앞에서 프랭크는 속수무책으로 '을'의 위치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마침내 베를린에 도착한 두 사람의 동행이 끝날 때 즈음 영화는 도로에서 인도로, 자동차에서 도보로 수단을 바꿈과 동시에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던 안드레아의 진짜 목적을 드러내며 놓칠뻔한 몰입감을 붙잡는다. 모든 것이 계획되어 있었던 동행. 폭탄의 스위치는 누구의 손에서 눌러지게 될까.


<더 테러 베를린>

세심한 각본과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채워진 정치 스릴러

폭탄과 테러, 스릴러. 익숙한 소재와 장르의 조합이지만 <더 테러 베를린>은 일반적인 액션 영화와는 다른 결을 가졌다. 두 사람의 격투신은 CG가 거의 들어가지 않아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리얼함을 살린 감독의 선택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밀도가 느슨하지도 않다. 밀당의 귀재처럼 감독은 현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정치적 이념의 대립을 캐릭터 설정에 집어넣어 영화의 흐름에 반전을 꾀했다. 입체성을 지니게 된 캐릭터들은 보는 이에게 ‘연민은 누구에게 향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 의문점이 바로 영화의 후반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더 테러 베를린>

물론 시각적인 볼거리도 놓치지 않았다. <더 테러 베를린>의 숨은 장기는 미장센이다. 로드 무비만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풍광들이 영화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켄 듀켄 감독의 카메라로 보는 독일의 낯선 도로들과 베를린의 밤은 꽤나 감각적이다. 죽음의 기운이 도사리는 자동차 안의 날카로운 공기를 환기하는 저녁노을은 아이러니하게도 순간의 아름다움을 선사하며, 서늘한 하늘의 풍경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속 적막하고도 긴장감 있는 새벽녘을 떠오르게 한다. 밤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다. <더 테러 베를린>은 제35회 뮌헨 국제영화제 스포트라이트 부문 노미네이트, 제28회 시네퀘스트 영화제 공포‧스릴러‧SF 부문 최우수 영화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더 테러 베를린>


<왕좌의 게임> '자켄 하이가르' 역의 톰 우라쉬하

<왕좌의 게임> 팬이라면 익숙한 얼굴! 배우 톰 우라쉬하

<더 테러 베를린>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독일 영화다. 독일어 대사도, 이를 소화하는 배우도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왕좌의 게임> 팬이라면 다르다. 프랭크와 관객 모두를 쥐락펴락하는 안드레아를 유심히 보시라.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을 가진 안드레아는 <왕좌의 게임>의 스타 톰 우라쉬하가 연기했다. 그는 아리아 스타크의 암살을 돕는 브라보스의 암살자이자 후에 얼굴 없는 자로 훈련시키는 ‘자켄 하이가르’ 역으로 출연해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작전명 발키리>(2008), <레지스탕스>(2011) 등 다수의 영화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 온 독일 배우다.

시종일관 불안하고 흔들리는 감정 연기를 선보인 프랭크 역의 켄 듀켄은 이 영화의 주연임과 동시에 각본가이자 감독이다. <더 라이언 우먼>, <뮬러 부인을 조심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등의 작품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으며, 2009년 독일 영화 <디스턴스> 제작 및 주연을 맡은 바 있는 배우 겸 감독이다. <더 테러 베를린>은 그의 첫 연출 데뷔작이라는 점에서 눈여겨보면 좋을 작품이다.

<더 테러 베를린> 켄 듀켄


씨네플레이 문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