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진시황의 검>은 4월 1일(목)부터 올레TV에서 '올레TV 초이스' 서비스를 통해 국내 최초로 단독 공개됩니다.
천하를 얻게 할 열쇠, 진시황의 검
때는 진시황 대. 어지러운 세상을 통일한 시황제는, 진나라가 영원하길 바라며 자신의 검을 녹여 한 쌍의 검을 만들도록 한다. 왕은 검 한 자루를 궁에 두었고, ‘정진검’으로 불리는 나머지 한 자루는 그의 충신 몽염 장군에게 하사했다. 그러자 세간에는 한 쌍의 검을 차지하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시황제가 서거하고 권력을 찬탈한 환관 조고는 왕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없애기 시작했다. 왕실 일가, 부하, 측근, 모조리. 조고가 다음으로 할 일은 오로지 하나였다. 몽염을 찾아가 정진검을 빼앗아내는 것. 사건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끝나면, “그리고 나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아 후대 사람들은 모르는 이 이야기의 산증인이다”라는 정체 모를 나레이터의 말과 함께 영화가 시작된다. <진시황의 검>은 이 전설의 검이 가져온 비극에 얽힌 픽션이다.
일생일대의 임무
오프닝의 나레이터는 조고를 묘사하며 이런 말을 했다. “조고는 정진검을 차지하기 위해 온 천하를 피로 물들이는 짓도 서슴지 않았다.” 영화의 첫 장면은 피바다를 이룬 몽염 장군의 집을 비춘다. 조고의 수하들이 온 집안을 풍비박산 내는 것을, 아버지와 가족들이 칼에 찔려 도끼에 베여 잔인하게 죽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이가 있다. 유일한 생존자, 몽염 장군의 수양딸 몽설이다.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위태로워지는 것을 알았던 몽염은 몽설에게 정진검을 쥐이며 검을 황릉이라는 곳으로 운반하라고 했고, 그것은 그의 유언이 되었다. 몽설은 비극의 한 가운데 놓여 슬픔을 느끼는 수도 있었지만, 손에 쥔 검은 그에게 정신 못 차릴 틈조차 없게 했다. 몽씨 가문을, 어쩌면 진나라 전체를 위기에 빠뜨리거나 위기에서 구할 막중한 임무가 있었기에. 몽설은 호기롭게 나섰지만, 갑옷도 무기도 없는 이 열 몇 살 난 소녀가 흉흉한 시내를 가로지를 리 만무하다. 집으로부터 몇 걸음 채 떼지 못한 그는 다시 왕가 군대를 마주하고 절망하는 듯했으나, 그때. 한 무사가 등장해 그를 보호한다. 잘 훈련받은 정예 부대를 단번에 진압한 이 무사는 누구일까. 그리고, 몽설은 검을 약속된 곳까지 잘 운반할 수 있을까.
‘9시간 동안 장신구를 버리러 가는 영화’로 요약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와 같이, <진시황의 검>은 90분 동안 검을 버리러 가는 영화, 정도로 요약된다. 단순한 플롯을 가졌다는 거다. 이 영화에 살을 더하고 스토리를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입체적인 인물들이다. 몽설을 구한 무사의 이름은 희렴. 오프닝 나레이션 목소리의 주인공이다. 희렴은 염자라는 이에게 몽설을 부탁하고 제 갈 길을 떠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두 갈래로 나뉜다. 몽설과 희렴, 두 인물이 겪는 일을 교차로 비춘다.
검의 수호자, 혹은 시대의 희생양
난세를 겪은 몽설은 어려서부터 세상을 깨달아버린 인물이다. 여러 차례 역사가 전복되는 것을 봐 왔다. 그는 겁나지 않냐는 질문에, “겁을 내면 뭐가 달라져?”, 위험한 길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에는, “후회한 들 뭐해?”라며 영화 내내 초연한 태도를 일관한다. 몽설은 순수한 사명감만으로 빛나는 인물이지만. 그가 그 초연함의 이면을 드러내는 몇 안 되는 장면에서 매력을 한 겹 더 얻는데. 진짜 세상이, 죽음이 겁이 나지 않아서 용감해 보이는 선택을 한 것이 아니고.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체념에서 검의 수호자가 되었던 몽설. 결국 큰 싸움에 희생되는 힘 없는 새싹들. 몽설은 영화가 말하려는 바를 함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이 잘 표현된 데에는 <미월전> <노자> 등을 통해 중국 TV 신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얼굴을 알린 배우 학이림의 공이 크다.
<아저씨> 태식이 떠오르는 이유
몽염 장군에게는 일명 칠군자로 불리는 7명의 제자가 있었다. 의문의 무사 희렴도, 염자도 그중 하나였다.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한 후 이들 중 몇은 작은 마을로 물러나 은거하는 삶을 택했고, 몇은 변절하여 조고의 몰살 정책에 동참했다. 희렴은 이쪽도 저쪽도 아니었다. 그는 혼란의 세계에서 홀로 멀찍이 떨어져 유유자적하는 삶을 살았다. 그런 그를 다시 세상으로 불러들인 사건은 은거하던 칠군자 형제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다. 조고의 탐욕이 불러온 화가 형제들에게까지 닿자 그는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난다. 희렴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아저씨>의 태식(원빈)이 떠오른다. 분명 결을 달리하지만. 전당포를 꾸려 살아가던 전직 특수요원 태식이 소미(김새론)를 통해 마음을 열고, 그를 구하기 위해 다시 필드에 뛰어들어 잔인한 복수를 이행하는 모습이 닮았다. 희렴이, 형제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입고 있던 갑옷과 피에 젖은 도포로 무장하며 결의를 다지던 것은, 태식이 머리를 미는 장면과 같은 작업 같기도 했다. <진시황의 검>은 역사의 조각을 빌려 극을 구성했지만 결국 영화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하고픈 보편적인 마음을 담았다. 시대, 배경 어느 하나 익숙한 게 없지만 관객들이 영화에 쉽게 이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섬세한 액션을 실현하다
간결한 메시지, 쉽게 공감되는 스토리 라인, 스케일. 영화의 관전 포인트가 몇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액션이다. 특히 복수로 불타오르는 인간병기 희렴의 30:1 대치 장면은 압권이다. 진나라 최고의 무사들로 구성된 칠군자 멤버들을 중심으로 영화가 선보이는 액션은 이미 흥미롭지만, 이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은 영리한 연출이다. 감독은 슬로우 모션을 영화의 키 테크닉으로 삼아, 섬세한 액션을 실현했다. 액션신들을 느리게 한결같이 처리함으로써 영화에 차별성을 더했는데. 이는 움직임 그 자체에 주목하여 액션을 섬세하게 묘사하려 한 것에 더해, 상황의 비극성을 강조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캐릭터가 살아가는 난세에서는 짧은 고통의 순간들마저 영겁의 세월처럼 느껴질 것이라는 것에 동의를 보내는 장치 같다고나 할까.
씨네플레이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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