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과 별다를 것이 없는 하루였다. 출근을 했고, 등교를 했고, 소소한 일로 가족과 갈등을 빚었다. 그날의 평범함이 어그러지기 시작한 건 유럽 우주국 대표들이 대형 소식을 전하고서부터. 이들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서서 우주에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있다고 발표했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과 경계심이 피어난 것도 잠시. 지구를 향해 알 수 없는 물체들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한밤중 몰아친 외계 생명체의 경고는 유럽 곳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외계 생명체들은 잔혹했다. 이들은 지구인들에게 도망갈 틈을 주지 않았다. 침공 이후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모든 지구인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한순간, 인류가 전멸했다. 공격 이유는? 알 수 없다. 우연히 살아남은 자들만이 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범한 이유를 파헤치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사람을 죽이는 외계의 살인 기계가 이들의 뒤를 쫓는다.
왓챠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드라마 <우주전쟁>은 이유 모를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으려 애쓰는 지구인들의 고군분투를 담는다. 지역별로 촘촘히 엮여있는 여러 인물들의 사연, 회를 거듭하며 드러나는 외계 정체에 대한 떡밥과 힌트는 시청자를 오랜 시간 한자리에 묶어두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우주전쟁>을 관람하기 전 예습하면 좋을 핵심 인물들을 지역별로 나눠 소개한다. 이들 중 우주전쟁을 해결할 키를 쥔 인물이 있을지 살펴보자.
카트린, 외계 생명체의 정체를 밝혀라
프랑스 알프스, 유럽 국제 전파천문학 연구소
카트린(레아 드뤼케르)은 유럽 국제 전파천문학 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외계 생명체와 관련된 이상 신호를 가장 먼저 발견한 이가 바로 그. 외계 생명체와 관련한 또 다른 힌트가 나올 것을 대비해, 카트린의 연구소엔 군 연락 담당자 모크라니 대령(아델 벤쉐리프)의 부대원들이 함께한다. 사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카트린은 사이가 틀어진 동생 소피아(에밀리 드 프리삭)에게 전화를 걸어 외계의 공격을 피해 전파가 통하지 않는 곳에 몸을 숨기라 전한다. 소피아가 갈 곳이 없다며 울먹이는 동안 통신 현상에 이상이 생긴다.
외계 생명체의 신호를 처음 발견한 카트린은 이 상황을 제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무게감을 짊어진 채 하루하루를 보낸다. 지켜주지 못한 동생 소피아에 대한 빚 역시 그녀의 마음 한편을 짓누른다. 카트린은 죄책감과 책임감을 동력 삼아 한시도 쉬지 않고 제 뇌를 굴린다. 모크라니 대령과 함께 연구소 근처를 순회하며 외계 생명체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수집한 그녀는 차차 그들의 시스템을 꿰뚫어 보기 시작한다. 카트린은 지구인을 몰살시킨 이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까.
에밀리, 외계 생명체와 통하는 지구인
영국 웨스트 런던
영국으로 넘어오면 세라(나타샤 리틀)의 가족이 등장한다. 세라는 두 아이의 엄마다. 아들 톰(타이 테넌트)과는 사이가 꽤 원만해 보이지만, 시력을 잃은 딸 에밀리(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늘 날 선 태도로 엄마를 대한다. 침공 당시 지하철역으로 숨어드는 기지를 발휘해 목숨을 지킨 세라의 가족은 텅 빈 런던 거리를 배회하며 다양한 유형의 사람을 만난다.
한편 에밀리는 이상 물체가 지구에 날아든 날부터 정체불명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다. 에밀리는 늘 무언가를 느끼지만, 엄마와 남동생은 에밀리를 예민하게 여기뿐이다.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에밀리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시력이 회복된다. 외계 생명체가 가까워질 때마다 앞을 볼 수 있는 에밀리. 그녀는 자신이 다른 세계와 연결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빌, 외계 생명체의 본심을 알아내다
영국 런던
빌(가브리엘 번) 역시 런던에 거주 중이다. 신경생물학부 교수인 그는 외계 물체에서 나오는 전자기장이 인간의 뇌 뉴런을 자극할 때 사용하는 전자기파와 똑같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외계 생명체가 인간의 신경학을 꿰뚫고 있고, 곧 그들이 모든 인간을 공격할 거란 사실을 예측한 빌. 그는 전 아내 헬렌(엘리자베스 맥거번)과 함께 아들을 찾아 나선다. 그 과정에서 직업병을 떨치지 못하고, 인간을 공격하는 살인 기계의 뚜껑을 열어본 빌. 인간의 신경을 본뜬 살인 기계의 내부 구조를 확인한 빌은 이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깨닫는다. 그들이 인간의 신경에 집중하는 이유는 뭘까, 빌은 그 물음에 매달린다.
사샤, 외계 생명체에게 끌리는 소년
프랑스 북부
세라의 남편 조너선(스티븐 캠벨 무어)은 가족과 떨어져 프랑스 북부에 머물던 중 변을 당한다.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넘어갈 해협으로 가던 중 클로에(스테판 가야르) 덕에 살인 기계로부터 목숨을 구한 그. 두 사람은 우선 클로에의 아들 사샤(마티유 토를로팅) 찾기로 하고 함께 길을 나선다. 한편, 집에서 엄마를 기다리고 있던 사샤의 귓가에도 정체불명의 소리가 울리기 시작한다. 조너선의 딸, 에밀리가 듣고 있는 바로 그 소리다. 말이 없는 사춘기 소년 사샤는 엄마와 재회한 후에도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예측불허, 반항의 행동을 이어간다. 조너선은 그런 사샤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주 전쟁> 관람 포인트
# 원작이 명작
익숙한 제목이라고? 맞다. <우주전쟁>이란 제목을 들은 후 가장 먼저 떠올린 그 작품이 이 드라마의 원작이다. 드라마 <우주전쟁>은 1898년 발표된 H.G. 웰스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지금까지 소설 <우주전쟁>은 두 편의 영화, 세 편의 드라마로 각색됐다. 국내 가장 유명할 동명의 작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우주전쟁> 역시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 드라마 <우주전쟁>의 시간적 배경은 현재로, 외계인이 침공한 유럽, 영국과 프랑스의 풍경을 담아냈다.
# 촘촘한 구성, 믿보배 집합
시각 장애인, 난민, 교수, 연구원, 군인…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의 이야기가 촘촘히 얽히고설키는 <우주전쟁>은 초반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익히느라 정신이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인물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고, 그 뒤로 대형 떡밥의 해답이 떠오를 때의 쾌감은 <우주전쟁>을 앉은 자리에서 정주행하게 만든다. 토니상 수상자인 가브리엘 번, <다운튼 애비>에 출연한 엘리자베스 맥거번과 제44회 세자르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레아 드뤼케르 등 유럽의 대배우들과 함께 데이지 에드가 존스, 에밀리 드 프리삭, 마티유 토를로팅 등 신선한 얼굴의 신예 배우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역시 이 작품만의 장점이다.
# 혐오의 시대, 연대의 메시지
<우주전쟁>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는 황량한 거리의 풍경이다. 주로 좀비 영화나 바이러스 소재의 재난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풍경. 멸망한 세상에서 불신 대신 믿음과 연대를 이야기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스스로의 목숨도 유지하기 버거운 세상, 상대방의 어려움을 외면하던 인물들은 회를 거듭하며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손을 뻗는 법을 배워간다. 이들의 생존기를 보다 보면, 혐오로 가득 찬 최근 뉴스 속 현실이 더 재난처럼 느껴질 것. 혐오의 시대에 연대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해 볼 만한 작품임은 분명해 보인다.
씨네플레이 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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