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일명 스나이더컷)가 공개되기 전까지, 에즈라 밀러에게 <저스티스 리그>는 아픈 기억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칭 '코믹스 가이'인 그에게 플래시라는 유서 깊은 캐릭터의 실사화 배역을 맡은 것은 꽤나 기쁜 일이었을 텐데 허공을 애처롭게 휘젓는 그 모습에 이름값도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데다가, 영화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스나이더컷이 공개되기 전까지도 에즈라 밀러의 연기는 꾸준히 호평을 받은 바 있지만, 영화 평가가 나빴기 때문에 그의 연기와 캐릭터가 빛을 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스나이더컷이 공개되면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던 플래시의 작중 행적이나 대사도 개연성을 얻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이게 다 조스 웨던 때문이다).
그 덕분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2016년부터 계속해서 언급되기만 하고 좀처럼 미래를 기약할 수 없었던 플래시의 솔로 무비가 드디어 개봉 일정을 확정하고 제작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런 의미에서 플래시의 솔로 무비 계획이 확정된 이후 지금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에즈라 밀러의 플래시에 대해 다시 한번 이야기를 꺼내 본다.
에즈라 밀러가 연기하는 플래시는 2대 플래시인 배리 앨런이다. 플래시라는 이름을 쓰는 캐릭터로는 두 번째였지만, 실질적으로 플래시의 캐릭터성을 정립하고 스토리 특징을 확립한 인물은 배리 앨런이므로 일반적으로 플래시라고 하면 배리 앨런을 이른다.
'섬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플래시는 광속 이상의 속력을 낼 수 있으며 원자를 조작하거나 물체를 투과하는 능력도 갖고 있다. 또한 힘의 근원인 스피드 포스를 활용해 시간 여행은 물론이고 차원 이동도 할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을 이용해 과거로 돌아가거나 미래로 이동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활약(혹은... 비극)을 펼쳐 왔다.
원작 코믹스의 배리 앨런은 과학 수사대로 일하던 중 연구소에서 낙뢰 사고를 당해 우연히 능력을 얻게 된 케이스다. 즉 플래시로서 활동하기 이전에도 법의학을 연구해 왔는데, 어린 시절 어머니가 살해당하고 이 혐의를 아버지가 뒤집어쓰게 되자 아버지의 누명을 벗겨 주기 위해 경찰이 되려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 와중 낙뢰 사고로 플래시로서의 능력을 갖게 되었고, 원래의 뛰어난 두뇌와 경험을 이용해 스피드 포스를 더욱 연구하면서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던 것.
<저스티스 리그>에 등장한 플래시는 아직 히어로로서의 능력 발휘에 자신이 없고, 경험도 부족해 배트맨의 조언과 도움을 받는 모습을 보여준다. 거기에 어머니의 죽음과 아버지의 수감으로 인해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던 상황이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망설이는 모습은 잠시, 그는 늘 자신을 괴롭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히어로로서 다시 태어난다.
물론 이 장면은 극장 개봉한 <저스티스 리그>에는 포함되지 않았으며, 스나이더컷에서만 공개되었다. 플래시 배리 앨런에게도 에즈라 밀러에게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는데... 잭 스나이더가 하차하자마자 플래시의 성장과 극복, 히어로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힐 수 있었던 장면을 삭제한 셈이 되었기 때문.
덕분에 스나이더컷이 공개되기 전까지 DCEU(DC 확장 유니버스)의 플래시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 셈이었고, 때문에 솔로 무비도 어쩐지 계속해서 미뤄지기만 하고 있었다. 듣기로는 워너브라더스와 연출직을 맡은 릭 파무이와 감독 사이에 논쟁이 많았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거의 5년 가까이 제작 일정이 미뤄진 데에는 이런 이유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언급했다시피 플래시 실사화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타이틀 중 하나다. 당시 DCEU의 타이틀들은 성적이 과히 좋지 않았고 그 때문에 야심 차게 기획했던 솔로 무비 라인업 역시 바람 앞의 등잔불 격이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각본은 물론이고 연출까지 몇 번이나 바뀌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결국에는 제목까지 바뀌고야 말았다.
사실 생각해 보면, 플래시 솔로 무비가 이 난관을 겪으면서도 제작을 확정 지을 수 있었던 것은 에즈라 밀러의 공로가 크지 않을까. 스나이더컷 공개 역시 큰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도 에즈라 밀러는 '플래시' 배리 앨런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공감을 표현해 왔고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전반적으로 작품의 촬영 과정이 험난하기만 했던 터, 결국 결과도 좋지 못했던 <저스티스 리그>를 위시한 DCEU의 상황 속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는 것은... 꽤 높은 평가를 줄 만한 일일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슈퍼히어로 무비에서 원작 코믹스에 대한 애정과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임했으며 이런 점을 각종 인터뷰에서 보여주었다는 것도 원작 팬은 물론 관객에게도 플러스 요소였다.
유서 깊은 역사를 갖고 있는 캐릭터임은 물론 최근 코믹스에서도 다양한 해석을 다시금 시도하고 있는 '플래시'인 만큼, 이 기세를 몰아 에즈라 밀러에게는 오랜 숙원이었을지도 모를 플래시의 더 깊고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적기가 아닐까.
프리랜서 에디터 희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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