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저>는 두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가 각자 사랑하지만 그 사랑이 엇갈리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이야기입니다. 댄(주드 로)은 출근길에 앨리스(나탈리 포트만)를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지지만, 그 후 댄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다가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한테도 사랑을 느끼면서 주인공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합니다. 영화에서 법률적으로 생각해볼만한 내용을 한 번 살펴볼게요.
1.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을까요
안나는 댄한테 연인 앨리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댄의 구애를 거절하고, 댄의 고약한 장난때문에 우연히 만나게 된 래리(클라이브 오웬)와 결혼합니다. 그러나 댄은 안나가 결혼을 했음에도 안나한테 집착하면서 끊임없이 구애를 하는데, 결국 안나도 댄과의 관계를 허락하면서 안나와 댄은 부정행위를 합니다. 뒤늦게 안나의 부정행위를 알게된 래리는 안나한테 배신감을 느끼지만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안나가 댄한테 이혼을 요구하고 댄은 안나한테 다시 돌아오라면서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약 우리나라 이혼법제에 의한다면 유책배우자인 안나의 이혼청구는 허용할 수 있을까요. 먼저 우리나라 이혼법제에는 재판상 이혼 뿐만 아니라 협의상 이혼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유책배우자라도 진솔한 마음과 충분한 보상으로 상대방을 설득함으로써 협의상 이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문제는 유책배우자의 상대방이 어떤 이유에서든 협의상 이혼에 응해주지 않는 경우입니다. 상대방이 협의상 이혼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를 보면, 예를 들어 유책배우자의 잘못으로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이혼 후 생계유지가 곤란한 경우, 이혼에 따른 미성년 자녀의 양육 문제 등이 주로 문제됩니다. 이 경우 협의상 이혼이 안되더라도 우리나라 이혼법제에서는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유책배우자도 재판상 이혼원인 중 민법 840조 제6호에 따라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에 해당함을 이유로 재판상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지가 쟁점입니다.
이것은 이혼제도가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중 어떤 제도를 취하고 있는지 입법례에 대한 문제입니다. ‘유책주의’란 배우자 중 어느 일방이 동거, 부양, 협조, 정조 등 혼인에 따른 의무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때와 같이 이혼사유가 명백한 경우에 그 상대방에게만 재판상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하고, ‘파탄주의’는 부부 당사자의 책임 유무를 묻지 아니하고 혼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사실 즉 혼인을 도저히 계속할 수 없는 객관적 사정인 파탄을 이유로 하여 이혼을 허용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일찍부터 재판상 이혼원인에 관한 민법 840조는 원칙적으로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여 왔기 때문에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혼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 사회경제적 환경의 변화, 이혼법제 및 실무의 변화 등에 따라 유책주의 입법례에 대한 비판이 계속 있었습니다. 즉, 부부공동생활관계가 객관적으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음에도 상대방 배우자의 주관적인 의사만을 가지고 유책배우자라고 하여 한낱 형식에 불과한 혼인관계를 계속 유지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개인의 존엄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입니다.
판례도 이러한 유책주의의 불합리성을 인정하여 유책배우자라도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들을 해석으로 인정하여 왔는데 2015년 경에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 가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입장의 대립이 있었고 이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이혼법제도 드디어 파탄주의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꽤 있었는데, 결론은 대법원이 원칙적으로 유책주의 입장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우리나라 이혼법제는 여전히 유책주의 입법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가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재판상 이혼청구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는데 오로지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 이혼에 불응하고 있으나 실제에 있어서는 혼인의 계속과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는 행위를 하는 경우,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세월의 경과에 따라 혼인파탄 당시 현저하였던 유책배우자의 유책성과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되어 쌍방의 책임의 경중을 엄밀히 따지는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가 된 경우 등과 같이 혼인생활의 파탄에 대한 유책성이 이혼청구를 배척해야 할 정도로 남아있지 아니한 사정 등이 있습니다.
영화에서 안나는 래리와 결혼 후 댄과 부정행위를 하였으므로 명백한 유책배우자이고, 래리는 안나와의 이혼을 원하지 않고 오히려 안나한테 다 정리하고 돌아오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이혼에 응하지 않는 래리가 오기나 보복적 감정으로 이혼을 거부하면서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운 행위, 예를 들어 다른 여자와 역시 부정행위를 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래리가 이혼요구를 계속 거부한다면 안나는 래리와 협의상 이혼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재판상 이혼청구도 허용되지 않아 결과적으로 래리가 동의하지 않는 한 안나는 래리와 혼인관계를 정리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이혼법제에 의할 경우의 결론입니다.
2. 이혼신고 기간은 어떻게 될까요
안나의 이혼요구를 거절하던 래리가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면 이혼서류에 사인을 하겠다고 말하자 안나가 부탁을 들어줍니다. 이렇게 래리의 서명이 든 이혼서류를 받았지만 안나는 결국 이혼서류를 접수하지 않아서 두 사람은 이혼하지 않게 되는데요. 우리나라도 협의상 이혼이든 재판상 이혼이든 불문하고 등록기준지 또는 주소지 관할 주민센터에 이혼신고를 해야 합니다. 재판상 이혼의 경우에는 재판의 확정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해야 하고, 협의상 이혼의 경우에는 가정법원으로부터 확인서등본을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그 등본을 첨부해서 신고해야 하며 기간이 지나면 가정법원의 확인의 효력이 상실되어 다시 가정법원의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협의상 이혼을 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대략 계산해보면, 가정법원의 협의이혼의사 확인을 받기 위해 가정법원에서 안내를 받은 날부터 1)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3개월, 2) 자녀가 없거나 성년 자녀만 있는 경우에는 1개월이 지나야 하므로, 비록 협의상 이혼을 하기로 부부간 의사가 합치하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에 이혼신청을 하고 관할 사무소에 이혼신고를 하여 최종 이혼이 되기까지 최소 3개월 이상은 소요됩니다.
글 | 고봉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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