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일본, 폴란드, 프랑스 포스터

에이미 애덤스 주연의 <컨택트>에는 "이 영화를 SF라고 불러야 하냐"는 불만과 함께 왜 'Arrival'이라는 근사한 제목을 두고 굳이 '컨택트'라고 한국 제목을 지었냐는 쓴소리가 따라오고 있다. 로버트 저메키스가 연출한 1998년 작 <콘택트>와의 유사성 때문에 반발이 더 심하다. 한편 일본은 '메시지'(メッセージ), 폴란드는 '새로운 시작'(Nowy początek), 프랑스는 '첫 번째 조우'(Premier contact)로 제목이 정해졌다.

그래서 <컨택트>처럼 원제와 다른 이름으로 해외에서 개봉한 영화들을 모아서 정리해봤다. 원제를 그대로 따르거나, 뜻을 정확히 해석한 경우(<컨택트>를 예로 들자면 '어라이벌'이나 '도착')를 제외한 사례들만 모았다.


겨울왕국
(Frozen)
독일 - 눈의 여왕 (Die Eiskönigin)
프랑스 - 눈의 여왕 (La reine des neiges)
일본 - 안나와 눈의 여왕 (アナと雪の女王)
덴마크, 노르웨이 - 성에 (Frost)
스페인 - 프로즌: 얼음의 왕국 (Frozen: El reino del hielo)
포르투갈 - 프로즌: 얼음의 왕국 (Frozen: O Reino do Gelo)
러시아 - 차가운 마음 (Холодное сердце)

<겨울왕국>의 원제는 '얼어붙은(Frozen)'이다. 형용사 한 단어로 이뤄진 제목이라 그런지, 많은 나라들에서 구체적인 이름을 붙였다. 뚜렷하게 와닿는 건 '눈의 여왕'이다. 실질적인 히로인 엘사에 대한 더없이 적합한 수식이다. 전체 수익의 17%을 기록한 일본에서는 안나의 이름을 덧붙여 엘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북유럽 국가인 덴마크, 노르웨이는 간단히 '성에'로 정했다. 엘사의 딜레마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듯한 러시아의 '차가운 마음'이 눈에 띈다.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 배트맨: 밤의 기사 (Batman - El caballero de la noche)
브라질 - 배트맨: 밤의 기사 (Batman: O Cavaleiro das Trevas)
핀란드 - 밤의 기사(Yön ritari)
프랑스 - 다크 나이트: 검은 기사 (The Dark Knight: Le chevalier noir)
아이슬란드 - 황혼의 기사(Rökkurriddarinn)
루마니아 - 검은 기사 (Cavalerul negru)

많은 나라들이 원제 '다크 나이트'를 그대로 쓴 가운데 프랑스, 핀란드, 아이슬란드, 루마니아는 '기사'를 남겨 놓고 나름의 변주를 줬다. '검은', '밤', '황혼' 모두 '다크'보다는 낭만적인 느낌을 준다. 남미권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배트맨'이라는 타이틀을 앞에 붙인 경우가 의외로 없었다.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 자유의 꿈 (Sueños de libertad)
브라질 - 자유의 꿈 (Um Sonho de Liberdade)
독일 - 사형수 (Die Verurteilten)
프랑스 - 탈출 (Les évadés)
네덜란드 - 탈출 (De ontsnapping)
덴마크 - 바깥세상 (En verden udenfor)
스페인 - 끝없는 구속 (Cadena perpètua)
그리스 - 마지막 출구: 리타 헤이워드 (Τελευταία έξοδος: Ρίτα Χέιγουορθ)
이탈리아 - 자유의 날개 (Le ali della libertà)
일본 - 쇼생크의 하늘에서 (ショーシャンクの空に)
노르웨이 - 자유의 비 (Frihetens regn)
페루 - 탈출의 꿈 (Sueños de fuga)
포르투갈 - 쇼생크의 사형수 (Os Condenados de Shawshank)
루마니아 - 교도소 천사들 (Închisoarea îngerilor)
러시아 - 쇼생크 탈출 (Побег из Шоушенка)
스웨덴 - 자유에의 열쇠 (Nyckeln till frihet)

제목부터 스포일러인 <쇼생크 탈출>의 원제는 '쇼생크 구원'이다. 탈옥보다는 더 장중한 느낌을 준다. '쇼생크 탈출'은 영화의 원작인 스티븐 킹의 소설이 한국 개봉 전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로 출간된 데에 맞춘 게 아닐지 추측한다. '쇼생크'라는 고유명사 자체가 낯설기 때문에 많은 나라들에서 원제와는 딴판의 제목을 붙였다. 사형수의 이야기답게 '자유'를 강조하는 경우가 많고 프랑스와 네덜란드는 '탈출', 독일은 '사형수'라고 간단히 명명하기도 했다. 노르웨이의 '자유의 비'는 유명한 포스터 속 이미지를 강조한 것 같다.


사랑과 영혼
(Ghosts)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 고스트: 사랑의 그림자 (Ghost: La sombra del amor)
브라질 - 고스트: 생을 가로질러 (Ghost: Do Outro Lado da Vida)
독일 - 고스트: 샘으로부터 온 소식 (Ghost - Nachricht von Sam)
핀란드 - 고스트: 보이지 않는 사랑 (Ghost - näkymätön rakkaus)
그리스 - 보이지 않는 연인 (Αόρατος Εραστής)
일본 - 고스트: 뉴욕의 유령 (ゴースト/ニューヨークの幻)
폴란드 - 유령을 믿다 (Uwierz w ducha)
포르투갈 - 고스트: 사랑의 영혼 (Ghost - Espírito do Amor)

'Ghost'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아마도 '귀신', '유령' 같은 어쩐지 으스스한 기분이다.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의 절절한 로맨스 <Ghost>는 한국에 '사랑과 영혼'으로 소개됐다. 이야기가 단번에 와닿는 제목으로 잘 지은 한국어 제목으로 손꼽힌다. 다른 나라는 'Ghost'를 그대로 살리고 부제를 덧붙이는 식으로 영화를 표현했다. 사랑, 그림자, 생명, 보이지 않음을 강조하는 식이다. 독일의 '샘으로부터 온 소식'은 주인공의 이름을 가져온 케이스다.


페이스 오프
(Face/Off)
브라질, 포르투갈 - 다른 얼굴 (A Outra Face)
캐나다 - 이중정체 (Double identité)
독일 - 적의 몸 안에서: 페이스 오프 (Im Körper des Feindes: Face/Off)
핀란드 - 페이스 오프: 두 개의 얼굴 (Face/off - kahdet kasvot)
그리스 - 무자비한 얼굴 (Αδίστακτα Πρόσωπα)
이탈리아 - 페이스 오프: 암살자의 두 얼굴 (Face/Off - Due facce di un assassino)
아르헨티나, 페루, 베네수엘라 - 이면(Contracara)
폴란드 - 얼굴 없는 (Bez twarzy)
러시아 - 얼굴 없는 (Без лица)

'Face/Off'는 중의적인 제목이다. 두 주인공의 얼굴이 바뀐다는 설정과 '대결'이라는 뜻을 동시에 품었다. 많은 나라들은 간략한 제목을 좀 더 길고 친절하게 풀었다. '다른 얼굴', '이중정체', '적의 몸 안에서' 모두 단선적이긴 하지만 영화 내용은 얼추 전달된다. 그리스의 '무자비한 얼굴'은 영화 속에서 제대로 메소드 연기를 선보이는 니콜라스 케이지의 얼굴을 두고 쓴 말이 아닐까?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 도쿄에서 길을 잃다 (Perdidos en Tokio)
브라질 - 어긋난 만남 (Encontros e Desencontros)
독일 -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두 세계 사이에서 (Lost in Translation - Zwischen den Welten)
이탈리아 - 로스트 인 트랜슬레이션: 번역된 사랑 (Lost in Translation - L'amore tradotto)
폴란드 - 낱말들 사이에서 (Miedzy slowami)
포르투갈 - 사랑은 기묘한 공간 (O Amor É um Lugar Estranho)

원제 'Lost in Translation'는 일본 도쿄에서 미국인 밥이 느슨한 로맨스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비유적으로 붙인 제목인데, 한국에서는 '통역'을 살리려고 무리수를 낸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라는 요상망측한 제목을 내놨다. (포스터도 정말 후지게 바꿨다) 이름을 바꾼 다른 나라들은 어딘가 추상적인 뉘앙스를 남겨놓았다. 포르투갈의 '사랑은 기묘한 공간'은 아예 산으로 간 것 같다. 남미권 국가에선 배경인 도쿄를 내세웠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원제를 고스란히 따라 개봉시켰다.


나를 찾아줘
(Gone Girl)
아르헨티나, 칠레, 스페인, 멕시코, 페루 - 사라진 (Perdida)
체코 - 사라진 (Zmizelá)
러시아 - 사라진 (Исчезнувшая)
브라질 - 모범적인 여자 (Garota Exemplar)
독일 - 곤 걸: 완벽한 희생자 (Gone Girl - Das perfekte Opfer)
이탈리아 - 거짓의 사랑: 곤 걸 (L'amore bugiardo - Gone Girl)
포르투갈 - 불분명한 곳에서 (Em Parte Incerta)

한국어 제목 '나를 찾아줘'는 영화 개봉 전 번역 출간된 원작소설 제목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사라진'이라는 단어만 남겨놓은 것처럼, 원제를 거스른 또 다른 나라들은 'Girl'를 배제시킨 흔적이 많이 보인다. 여자 주인공의 존재를 미궁에 남겨놓으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존 말코비치 되기
(Being John Malkovich)
포르투갈, 아르헨티나, 멕시코, 페루 - 존 말코비치가 되고 싶습니까? (¿Quieres ser John Malkovich?)
프랑스, 벨기에 - 존 말코비치의 껍데기에 (Dans la peau de John Malkovich)
브라질 - 존 말코비치가 되고 싶다 (Quero Ser John Malkovich)
스페인 - 존 말코비치가 되는 법 (Cómo ser John Malkovich)
그리스 - 존 말코비치의 마음엔 (Στο μυαλό του Τζον Μάλκοβιτς)
스웨덴 - 존 말코비치의 마음엔 (I huvudet på John Malkovich)
루마니아 - 존 말코비치의 마음엔 (În mintea lui John Malkovich)
일본 - 말코비치의 구멍 (マルコビッチの穴)
폴란드 - 존 말코비치처럼 되기 (Byc jak John Malkovich)

해외 제목들을 정리해놓은 꼴이 꼭 존 말코비치의 얼굴이 복사-붙여넣기 된 듯한 포스터를 닮았다. 존 말코비치의 이름은 그대로 살리되 '되고 싶다', '되는 법', '되고 싶습니까?' 등 '되기'라는 말을 부러 피해간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일본은 말코비치의 의식으로 들어가기 위한 통로를 강조해 '말코비치의 구멍'이라고 이름 붙였다.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yn Davis)
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 인사이드 르윈 데이비스: 어느 평범한 남자의 노래 (Inside Llewyn Davis: Balada de un hombre común)
멕시코,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 어느 평범한 남자의 노래 (Balada de un hombre común)
스페인, 포르투갈 - 르윈 데이비스에 대하여 (A propósito de Llewyn Davis)
이탈리아 - 데이비스에 대하여 (A proposito di Davis)
헝가리 - 르윈 데이비스의 세계 (Llewyn Davis világa)
폴란드 - 요즘 어때, 데이비스? (Co jest grane, Davis?)

한국에선 다소 긴 원제에서 성 데이비스를 떼고 '인사이드 르윈'으로 개봉했다. 가상인물인 르윈 데이비스를 그대로 놓기엔 좀 낯설게 보였는지, 남미권에서는 '어느 평범한 남자의 노래'라는 부제를 붙였다. 앨범을 냈어도 변변한 히트곡도 없이 고양이와 함께 푸석푸석한 나날을 보내는 르윈의 처지와 잘 맞는다. 한국에선 성을 뗐다면, 이탈리아에선 이름을 떼서 '데이비스에 대하여'로 개봉했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千と千尋の神隠し)
미국 - 행방불명 (Spirited Away)
스페인, 아르헨티나. 멕시코, 칠레 - 치히로의 여행 (El viaje de Chihiro)
브라질, 포르투갈 - 치히로의 여행 (A Viagem de Chihiro)
루마니아 - 치히로의 여행 (Calatoria lui Chihiro)
독일 - 치히로의 마법세계 여행 (Chihiros Reise ins Zauberland)
체코 - 환상의 길 (Cesta do fantazie)
덴마크, 노르웨이 - 치히로와 마녀들 (Chihiro og heksene)
프랑스 - 치히로의 여행 (Le voyage de Chihiro)
그리스 - 마법세계로의 여행 (Ταξίδι στη χώρα των θαυμάτων)
이탈리아 - 마법에 걸린 도시 (La città incantata)
네덜란드 - 치히로의 여행 (De reis van Chihiro)
폴란드 - Spirited Away: 신들의 도시에서 (Spirited Away: W krainie bogów)

영화를 보기 전 주인공이 센과 치히로 두 명인 줄 알았던 적이 있다. 해외 제목들을 보면 비단 에디터만의 경험은 아닌 듯하다. 많은 제목들이 센을 빼고 치히로만 제목에 붙였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이라 '행방불명'이라는 다소 어려운 말보다는 '마법', '여행' 같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단어를 쓴 흔적들도 엿보인다. 그 와중에 체코의 '환상의 길'은 좀체 영화를 유추하기 어려운 이름이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문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