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수여되는 오스카 트로피. 이 트로피 때문에 아카데미 시상식을 오스카 시상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시간으로 2월27일 오전에 열린다. 미국의 영화 시상식에 왜 그렇게 관심이 많냐고?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사실상 지구상의 영화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니까.

게다가 아카데미 시상식은 엄청나게 재밌는 쇼이기도 하다. 올해는 저스틴 팀버레이크, 존 레전드 등이 시상식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사회자 지미 키멜의 위트 있는 진행도 빠질 수 없다.

시상식 자체가 할리우드 별들의 유쾌한 축제의 장이기도 하지만 어떤 영화가 어떤 상을 받게 되는지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오스카 트로피를 받은 영화들은 관객들을 더 많이 극장에 찾게 만드는 이른바 ‘오스카 특수’를 누리기도 한다. 2월22일 개봉한 <문라이트>의 개봉 시점은 오스카 특수를 노린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문라이트>. 작품상을 수상하게 된다면 포스터에 문구가 달라질 거다.

자, 이제 본론이다. 오스카 트로피는 누가 어떻게 선정하는가. 도대체 아카데미 시상식 심사위원들은 누군가! 어떻게 투표를 하는가!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AMPAS, 이하 아카데미)가 주관한다. 시상식의 수상작·수상자는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아카데미 회원은 누군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아카데미 회원은 5783명이다. 생각보다 꽤 많은 것 같다. 아카데미 회원은 감독, 촬영, 조명, 미술, 분장 등 총 17개 분야에 걸쳐 있다. 가장 많은 회원이 있는 분야는 배우다. 1311명으로 22%를 차지한다.

아카데미 회원의 자격은 이렇다. 기존 회원 2인 이상의 추천을 받으면 신규 회원으로 초청받을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면 추천 없이 회원이 될 수 있다.

아카데미는 매년 신규 회원을 뽑는다. 사망한 회원이나 자격을 잃은 회원을 대체하는 것이다. 2007년 6000명 가까이 회원이 늘어나자 회원 자격 조건이 엄격해졌다고 한다.

2015년 아카데미 회원에 위촉된 (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임권택, 봉준호 감독, 김상진 애니메이터, 배우 송강호, 최민식.

2015년에는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5명의 한국 영화인이 한꺼번에 신규 회원으로 위촉됐다. 임권택 감독, 봉준호 감독, 배우 최민식, 송강호, 디즈니 스튜디오의 김상진 수석 애니메이터가 그들이다.
 
2012년 <LA 타임즈>가 아카데미 회원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조사를 했다. 회원 가운데 94%가 백인이었다. 77%가 남성이고 54%가 60세 이상이었다. 33%는 이전에 오스카 후보(14%)였거나 수상자(19%)였다.

2016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다양성 논쟁이 거셌다. 연기상 관련 후보는 위 사진처럼 모두 백인이었다.

여기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을 떠올려보자. 미국의 SNS를 뜨겁게 달군 해시태그를 기억하는가. ‘#OscarsSoWhite.’ ‘오스카가 너무 하얗다’라는 말은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들의 잔치였다는 뜻이다. 작품상, 연기상 등 주요 부문의 후보가 모두 백인이었다. ‘#OscarsSoStraight’도 있었다. 레즈비언 멜로드라마 <캐롤>과 트랜스젠더의 삶을 다룬 <대니쉬 걸> 등이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제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과 <LA 타임즈>의 조사를 연결지어볼 차례다. 결론은 간단하다. 아카데미 회원들의 다수는 나이가 많은 백인이다. 당연히 이들은 보수적인 판단을 할 것이다. 그러니 지난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다양성 문제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아카데미는 비판을 수용했다. 아카데미의 세릴 분 아이작스 회장은 “2020년까지 아카데미 회원을 선정하는 데 있어 여성과 소수인종의 비율을 두배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아카데미의 신규 회원으로 위촉된 사람은 무려 686명이었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 영화인(이창동, 박찬욱 감독과 배우 이병헌, 한국계 미국 감독 김소영 포함) 등 다양성을 고려한 인물들로 채워졌다. 그 결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서 흑인 영화인들이 선전하고 있다. 자세한 후보 리스트는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면 된다.

수상작 투표는 어떻게 진행되나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가 될 수 있는 영화의 자격부터 알아보자. 전년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미국 ‘LA’ 지역에서 일주일 이상 상영된 영화가 후보가 된다. 물론 외국어영화상 후보는 제외다. LA에 한정한 것이 특이한 점이다.

기술에 관한 자격도 있다. 러닝타임이 40분 이상이어야 한다. 단, 단편 부문은 제외다. 35mm 또는 70mm 필름 프린트여야 하고, 최소 2048X1080 픽셀의 초당 24프레임 또는 48프레임의 디지털 영화 포맷이어야 한다. 일반적인 상업영화에 대해 심사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 듯하다.

이제 투표 과정이다. 12월말 수상 후보가 될 수 있는 영화의 리스트(Reminder List of Eligible Releases)가 각 회원들에게 보내진다.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를 결정하기 위한 리마인더 리스트

각 분야별 회원들은 자신이 속한 분야의 후보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감독은 감독에게, 작가는 작가에게, 배우는 배우에게 투표할 수 있다. 작품상의 경우에는 분야에 상관없이 모든 회원이 후보 선정 투표에 참여한다.

후보 선정을 위한 투표는 단기이양식투표(single transferable vote)로 진행된다. 5편의 후보에 투표하고 전체의 선호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작품상 후보는 10편의 후보에 투표한다. 외국어영화상,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부문의 후보는 모든 분야의 회원이 참여한 특별 심사 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이렇게 선정된 수상 후보는 대략 1월 말쯤 공개된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용 극장인 돌비 극장.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받게 되는 수상자, 수상작 선정은 다수대표제 투표(plurality voting)로 진행된다. 가장 많은 표를 받은 후보가 뽑히는 방식이다.
 
2009년부터 작품상에 간이결선투표( instant runoff voting) 방식이 도입됐다. 회원들은 후보의 선호도 순으로 투표한다. 과반 득표 영화가 없으면 최하위 득표 후보가 탈락하게 된다. 이때 탈락한 후보를 1순위로 선정한 표는 2순위 후보에게 돌아가는 방식이다. 뭔가 복잡하다. 예를 들어보자. 아카데미 회원인 이병헌이 작품상에 1순위로 <라라랜드>를 꼽고 2순위로 <문라이트>에 투표했다. (실제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과반 득표한 영화가 없고 <라라랜드>가 최저 득표를 했을 경우, <라라랜드>는 탈락되고 이병헌의 표는 <문라이트>에게 돌아간다.

2013년부터 시각효과상 부문의 수상은 점수투표제(Reweighted Range Voting)로 선정된다. 회원들이 각 후보에게 0부터 10까지 점수를 매겨서  수상자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는 73회 시상식부터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라는 회사의 감사를 받고 있다.


자,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올해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쥘 주인공들은 누구일까? 다음에는 그 결과를 정리하는 포스팅으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이만 퇴장하겠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신두영(두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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