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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단편으로 칸 갔던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 〈시민덕희〉 박영주 감독과의 대화

김지연기자

 

〈시민덕희〉
〈시민덕희〉

 

긴장감과 코미디를 넘나드는 능숙한 완급조절. 저마다 걸출한 연기력을 뽐내는 베테랑 배우들이 한데 모여 발산하는 시너지. 신인의 감독의 작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매끈하지만,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박영주 감독은 <시민덕희>가 장편영화로는 두 번째, 상업영화로는 첫 번째 작품이다.

<시민덕희>로 상업영화에 첫 도전장을 내민 그는 2016년, 단편영화 <1킬로그램>으로 칸에 다녀온 재목이기도 하다. 박영주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시절,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1킬로그램>은 전 세계 영화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칸 시네파운데이션 부문(현 라 시네프 부문)에 초청됐다. 이어 졸업작품으로 발표한 <선희와 슬기>는 그의 첫 장편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부문, 예테보리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는 등 평단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는 2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시민덕희>는 보이스피싱을 당한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에게 사기 친 조직원 ‘재민’(공명)의 구조 요청이 오면서 벌어지는 추적극이다. 영화는 2016년, 화성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던 김성자 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영화의 개봉에 앞서, 실화를 기반으로 대본을 쓰고 연출까지 해낸 <시민덕희> 박영주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박영주 감독. (사진 제공=(주)쇼박스)
박영주 감독. (사진 제공=(주)쇼박스)

첫 상업영화에요. 소감이 어떠세요.

좋고, 얼떨떨해요. 그런데 아직은 실감이 잘 안 나요.

 

개봉이 밀린 기간까지 합쳐서, <시민덕희>를 7년간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감독님이 처음 <시민덕희>를 구상했을 때는 언제인가요.

2017년 4월에 제작사로부터 오퍼를 받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개봉이 많이 밀렸어요. 당시에는 어떤 심정이셨나요.

그때 마음고생을 좀 했어요. 근데, 누군가의 잘못은 아니고, 어쩔 수 없으니까. 저는 영화를 빨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는데, 어쩔 수 없게 밀리게 됐죠. 근데 나쁜 일이 정말 나쁜 일만은 아닌 게, 전화위복이 됐어요. (그 사이에) 배우분들이 다 잘 됐죠. 저한테는 복이에요. 개봉이 밀린 사이에 안은진 배우도 <연인>으로, 염혜란 배우는 <더 글로리> <마스크걸>로, 이무생 배우도 <더 글로리> <마에스트라> 등으로 크게 잘 돼서, 온 우주가 나를 도와주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어요. (웃음) 일이 이렇게도 풀리는구나, 싶었어요.

 

박영주 감독. (사진 제공=(주)쇼박스)
박영주 감독. (사진 제공=(주)쇼박스)

단편영화 <1킬로그램>으로 칸에 초청을 받기도 했고, 첫 장편 <선희와 슬기>도 많은 호평을 받았어요. 충분히 인정을 받았으니 독립영화를 계속 만드실 법도 한데, 상업영화로 진로를 변경하신 이유가 있으실까요?

 

원래 저는 상업영화를 만드는 게 꿈이었어요. 저는 밝고 긍정적인 영화, 뻔한 것 같더라도 따뜻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다 영화 연출을 제대로 공부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한예종에 들어갔어요. 학교 커리큘럼이 단편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보니까 하게 됐는데, 운 좋게 칸영화제까지 가게 된 거죠. 저는 사실 독립영화가 더 어려웠어요.

 

<선희와 슬기>는 코미디 요소가 전혀 없고, 어두우면서도 진지한 영화인데요. <시민덕희>와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라, 같은 감독님의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워요.

 

제 안에 여러 가지 면이 있는 거죠. 밝은 면도 있고, 진지한 면도 있고, 다른 사람 웃기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기본적으로 따뜻한 드라마를 좋아해요.

 

〈선희와 슬기〉
〈선희와 슬기〉

<시민덕희>는 2016년, 화성시에 살던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데에 큰 역할을 해낸 사건으로부터 모티브를 얻었어요. 특히 이 이야기를 영화화하게 된 이유가 뭔가요?

 

이 이야기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요소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평범한 시민이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는 데에 기여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기도 하고요. 또, 보이스피싱의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그리고 피해자의 심리를 다룬 영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보이스피싱 자체도 너무 흔하고,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니까 제대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시민덕희>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덕희 역에 라미란 배우를 염두에 두었다고 했어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덕희라는 캐릭터가 옆집에 있을 것 같은 현실적인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되게 친근하고, 내 친구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미란 선배님의 이미지와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또, 덕희가 위기 속에서도 너스레를 떨고, 유머를 잃지 않고 분위기를 풀어가잖아요. 그런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한 부분이 라미란 선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독립영화를 찍을 때는 신인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다, <시민덕희>로 라미란, 염혜란, 이무생, 박병은 등 베테랑 배우들과 함께 작업해 본 느낌은 어떠셨나요.

 

신인 배우들이랑 작업할 때도 대부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색깔이 있기 때문에 좋았어요. 그런데, 베테랑 배우들이랑 할 때는 상상을 뛰어넘는 느낌이더라고요. 디테일을 살릴 때나, 캐릭터의 방향성이 고민될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베테랑 배우들은 시나리오 안에서 그런 부분을 확실하게 짚어내서 더 좋게 만들고, 캐릭터를 확고하게 만들어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베테랑) 선배님들이랑 호흡하면서 캐릭터에 대해 더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배우들과 함께 캐릭터를 완성해 나가는 느낌이었겠네요.

 

네. 오히려 배우들이 아이디어를 많이 줬어요. 이거는 이렇지 않을까, 하면서 현장에서 조율하는 부분이 많았고, 그렇게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시민덕희〉
〈시민덕희〉

영화에 나오는 보이스피싱의 본거지, 칭다오가 사실은 ‘군산 칭다오’였다고 들었어요. 실제 칭다오 로케이션 촬영 대신, 국내에 세트를 만드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칭다오를 가고는 싶었죠.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칭다오가 폐쇄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한국에서 찍어야만 하는 상황이 됐어요. 그러다 군산에서 좋은 장소를 발견해서, 거리 하나를 다 칭다오처럼 만들었어요. 미술팀이랑 제작팀이 되게 고생을 많이 했어요.

 

말 안 하면 관객들이 군산인지, 칭다오인지 모를 것 같아요.

저희끼리는 그런 얘기도 했어요. 칭다오보다 더 칭다오스럽다고.

 

〈시민덕희〉
〈시민덕희〉

팀덕희 멤버(라미란, 염혜란, 장윤주, 안은진)가 원래부터 친분이 있었던 배우들이 아닌데, 영화에서도 찰떡 케미를 보여주고, 실제로도 지금까지 친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4명의 케미를 예상하시고 캐스팅을 하신 건지 궁금하더라고요.

 

팀덕희 멤버를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연기도 연기지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었어요. 또, 4명의 캐릭터가 확연하게 다를 수 있도록 캐스팅하고 싶었고요. 염혜란 선배는 제가 원래 팬이었고, (라)미란 선배님과 티키타카가 잘 될 것 같았고요. (안)은진 씨는 제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오디션 영상을 봤는데, 배우로보다도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굉장히 잘 보이더라고요. 밝고, 긍정적이고. 윤주 선배님은 세탁공장에서 일하지 않을 것 같은 세련된 이미지, 그리고 철이 없는데 좀 사랑스러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팀덕희 멤버들이 서로 다른 개성을 보여주면서 잘 어울리면 좋겠다 싶었죠.

 

사람을 먼저 보고 캐스팅을 하신 거네요. 캐스팅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공명 배우는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하신 건가요? 공명 배우가 연기하는 재민이는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인 위치에 있는 캐릭터에요. 배우의 이미지가 맑은 느낌이라 “사기 쳐서 미안해요”라는 대사도 설득력 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영화의 개연성을 봤을 때, ‘도대체 조직원이 왜 갑자기 구해달라고 제보를 해?’라는 의문이 들 수가 있잖아요. 그런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사기를 치지만 마음속에는 사실 정의감이 있고, 선함이 존재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이미지의 배우로 딱 공명 배우가 생각이 난 거죠. 이 배우가 재민이를 연기하면, 별말을 안 해도 설득력이 생기겠더라고요.

 

이주승 배우가 맡은 ‘경철’ 역도 인상적이에요. 경철이는 탈출을 시도하다가 붙잡히고, 매일같이 맞고, 또 약에 취해 있어요. 조직원 중에서도 가장 비참한 인물인데, 재민이는 영화 후반부에 경철이랑 협력을 하게 돼요. 둘이 서로를 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둘 다 (조직 내부의) 피해자인 상황이잖아요.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고. 경철이는 재민이보다 더 자포자기했고, 또 절망적인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재민이는 그런 경철이가 부당한 일을 당할 때 참지 않잖아요. 그런 데에서 둘 간의 연대가 생겼고, 재민이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선한 성격이 경철이에게 발동이 되는 거죠.

〈시민덕희〉
〈시민덕희〉

<시민덕희>에서는 ‘덕희’ 역 라미란 배우와 ‘총책’ 역 이무생 배우가 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이 장면에서 덕희가 코를 너무 많이 맞아서 "코 있죠?"라는 대사를 하는데, 이게 애드리브라고 들었어요. 배우들은 현장에서 애드리브를 많이 하는 편이었나요?

 

배우마다 달랐는데, 라미란 선배님은 거의 대본에 충실한 편이세요. 좀 어려운 대사나 문장은 덕희의 스타일대로 소화하는 편이고요. 근데 유머나 재치가 필요한 순간에는 애드리브를 더해서 분위기를 살리는 편이시고요. 염혜란 선배님은 워낙 디테일을 잘 살리는 분이시고, 박병은 선배님 같은 경우에는 애드리브가 훨씬 많았어요. 거의 대본이랑 애드리브가 반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박형사’ 역을 맡은 박병은 배우는 애드리브를 대사처럼 하고, 대사를 애드리브처럼 하는 배우라고 하던데요. (웃음)

 

“아니, 갑자기 이렇게 한다고?” 싶을 때가 많았어요. 물론 긍정적인 뜻으로요. 처음에 박형사라는 캐릭터의 스탠스를 어떻게 잡아야 할까 고민이었는데, (박)병은 선배의 애드리브와 대사로 얄미우면서도, 귀여우면서도 밉지 않은 고유한 ‘박형사’ 캐릭터가 된 것 같아요.

 

〈시민덕희〉
〈시민덕희〉

<시민덕희> 초반부, 탈출을 시도하던 조직원이 총책에게 맞아서 죽는 장면은 장르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어둡고, 수위가 다소 높다고 생각돼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요. 그럼에도, 이 장면을 꼭 넣으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민이가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덕희에게 살려달라고 제보를 하는 이유가 뭘까?’에 대한 설득력이 필요했어요. 그중에 하나가 조직에 대한 공포, 그리고 총책으로부터 나오는 공포라고 생각했죠. ‘총책이 돈을 위해서라면, 자기 심기를 건드리면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구나’를 영화 초반부부터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니 재민이가 도망 쳐봤자 내가 죽을 테니까 제보를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은 거죠.

 

개연성을 심는 장치로 그 장면을 넣으신 거네요.

네. 처음부터 그걸 확실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또, 영상으로 봤을 때는 그 장면이 잔인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저는 실제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그만큼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는 보이스피싱 범죄라고 하더라도, 보이스피싱 범죄는 단순히 돈을 뺏기 때문에 위험한 것이 아니라 절실한 사람들에게 절망을 주기 때문에 위험해요. 제가 피해자분들을 인터뷰하면서도 그 말이 와닿았어요. 실제로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자살하시는 분들도 많잖아요. 보이스피싱은 전화로 하는 범죄니까 우리가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끼지는 않지만, 실제로 피해자들이 받는 위협은 그것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영상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보이스피싱이 그만큼 심각한 범죄라는 걸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게 그 장면인 거네요. 영화 중간에, 자신은 은행원인데도 보이스피싱을 당했다고 고백하는 인물이 등장해요. 그 장면도, 보이스피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으로부터 출발하신 건가요.

 

조사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이 있다는 거예요. 방송에서도 보이스피싱을 희화화하기도 하잖아요. 예를 들면 ‘어리석어서 당한다’라는 선입견이 있다든지. 그래서 그런 부분(선입견을 짚어주는 부분)을 꼭 넣고 싶었어요.

 

잘 안다고 해서 당하지 않을 수 있는 범죄는 아니군요.

 

우리가 무섭거나 놀라면 판단력이 흐려지잖아요. 보이스피싱은 공포감과 위협을 조성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그런 거를 바로잡고 싶었어요.

 

어리석지 않아도, 그 순간에는 당황해서 당할 수 있는 거죠. 영화에는 박형사가 덕희에게 “어떻게 (사기꾼에게) 여덟 차례나 돈을 송금했냐”라고 하는 장면이 우리의 선입견을 정확히 짚어내는 장면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혹시 감독님은 보이스피싱을 당한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에 톡으로 ‘엄마, 핸드폰 잃어버렸어’라고 온 거예요. 저는 그걸 ‘엄마가 핸드폰 잃어버렸어’로 읽고 저희 엄마가 핸드폰을 잃어버린 줄 알았어요. 마침 저희 엄마가 뭔가를 잘 잃어버리는 캐릭터이시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톡에 답을 했는데, 하다 보니까 이상한 거예요.

 

〈시민덕희〉
〈시민덕희〉

혹시, 영화의 모티프가 된 김성자 씨는 <시민덕희> 시사회 때 영화를 보곤 뭐라고 하셨나요?

우선, 자신의 사건이 영화화된 것에 대해 감격스러워하셨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위로를 받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왜나하면 자신은 경찰이나 나라로부터 받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피해자에게 건네는 위로를 담은 장면이 많으니까.

 

실제로 김성자 씨 외에도 보이스피싱 피해자나 경찰 등을 인터뷰한 후에 <시민덕희> 대본 작업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영화에서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계획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는데요. 모두 사실에 기반한 건가요?

 

김성자 씨를 비롯한 보이스피싱 피해자분들, 그리고 지능범죄팀 경찰분들을 취재했어요. 또, 실제로 보이스피싱 조직에 있던 분도 만났어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도 여러 케이스가 있는데, 정말 협박을 받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정말 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경우도 있고. 그런데 조직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실제로 있다고 해요. 실제로도 조직원들이 합숙을 하기도 하고요. 보이스피싱 조직을 영상화할 때는 이 범죄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죄라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하니까, 그런 부분을 고민하면서 만들었어요. 채팅으로 협박하는 팀이 있고, 은행이나 정부기관을 사칭하는 팀이 있고. 그런 (가상의) 조직도를 만들면서 보이스피싱에도 다양한 범죄가 있다는 것을 한 번에 보여주고 싶었어요.

 

〈시민덕희〉
〈시민덕희〉

최근에는 <보이스>(2021)처럼 보이스피싱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가 많아졌어요. 보이스피싱을 다룬 타 콘텐츠들과 <시민덕희>가 차별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보통은 형사 혹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주인공이에요. 그런데 <시민덕희>의 주인공 ‘덕희’는 정말 시민, 아무런 힘도, 빽도, 돈도, 힘도 없는 그런 평범한 시민이에요. 그리고 주인공이 자기한테 사기 친 사람과 동맹을 맺고, 총책을 잡으러 가는 과정이 차별점이죠. 또, 다른 영화들은 장르 영화의 특성을 살려서 액션 같은 것들이 많이 가미되어 있다면, <시민덕희>는 사실적이고 현실적인 부분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어요. 정말 현실적인 액션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만들고, 덕희가 총책이랑 싸우는 장면도 골탕을 먹이는 듯한 행동들이 사이다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구성했어요.

 

그래서 주인공이 평범한 ‘시민’임을 강조하기 위해, 제목을 ‘시민덕희’ 라고 하신 건가요?

 

네. 가끔 뉴스에 보면, ‘의로운 시민’ 같은 분들이 나오잖아요. 우리는 그걸 보면서,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그분들은 정말 평범한 분들이에요. 그분들이 용기를 내서 누군가를 구하고, 도와주는 행동들이 사람을 따뜻하게 만들잖아요. 저는 그런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평범한 사람이 주는 감동, 작은 히어로 같은 거군요. 그럼 덕희가 총책을 잡으러 직접 칭다오까지 떠나게 된 동력은 뭐라고 생각하셨을까요?

 

덕희한테는 더 잃을 게 없던 거죠. 정말로 궁지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덕희가 마지막으로 경찰한테 전화했을 때는 외면이 되돌아왔죠. 그때, '정말로 내가 기댈 수가 없구나, 나를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구나, 내 돈을 찾아주는 사람이 없고,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러던 차에 주변에는 칭다오에서 살다 온 봉림이(염혜란)가 있고, 추진력 좋은 숙자(장윤주)는 “가자!”라고 하니 얼떨결에 가게 된 거죠.

 

박영주 감독. (사진 제공=(주)쇼박스)
박영주 감독. (사진 제공=(주)쇼박스)

마지막으로, <시민덕희>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이유를 말씀 부탁드려요.

힘 있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영화다 보니까, 극장에서 봤을 때 훨씬 몰입이 될 거예요. 또, 영화관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웃으면 더욱 재밌잖아요. 덕희의 감정선에 따라서 많이 웃고, 울고, 총책한테 욕도 하고. 그렇게 편안하고 재밌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종합선물세트처럼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