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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덕희〉등 1월 넷째 주 개봉작 전문가 별점

씨네플레이

 

 


시민덕희

감독 박영주

출연 라미란, 공명, 염혜란, 박병은, 장윤주, 안은진, 이무생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소시민적 정의감과 추진력이 일군 기분 좋은 승리

★★★

잘 각색한 실화, 불편하지 않은 코미디 감각, 관객보다 앞서가지 않는 연출, 매력적인 연기 앙상블까지 상업영화에 기대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장점을 모아 만든 영화다. 보이스 피싱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의미 있게 다루면서도 재미의 균형을 맞추는 완급이 좋은 편. 고통을 나누려는 선한 마음과 응당한 정의감, 불같은 추진력이 일군 시민 영웅들의 기적은 영화적 판타지라 할지라도 기분 좋은 뒷맛을 남긴다. ‘쌍란’ 라미란과 염혜란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호흡은 찰떡같다는 표현으로도 모자란 정도.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실화의 힘과 기시감 사이에서

★★☆

‘보이스피싱’이란 현실 공포를 소재로 했는데, 심지어 (40대 주부가 보이스피싱 총책을 검거한) 실화다. 실화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영화는 덕희(라미란)가 동료들과 직접 중국까지 건너가는 방향으로 체격을 키웠는데, 결과적으로 그것이 (역시나 보이스피싱을 잡기 위해 변요한이 중국으로 가는) <보이스>(2021)와 (억울하게 뺏긴 돈을 찾아 나선 네 여자의 추적기를 그린 김선아의) <걸스카우트>(2008) 믹스 버전이 됐다. 기시감이 느껴진다는 이야기다. 보이스피싱 조직 재민(공명) 파트와 덕희 파트 사이 편집 이음이 썩 좋지 못하고, 분위기 낙차 또한 득보단 실로 작용할 때가 많다. 그러나 곁눈질하지 않고 소재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기세가 좋고, 라미란의 연기 내공도 종일 반짝거린다.

 


세기말의 사랑

감독 임선애

출연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호구의 사랑

★★★☆

짝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교도소에 간 여자가 출소 후 그 남자의 아내와 동거인이 된다는 설정에서 느낄 수 있듯, <세기말의 사랑>은 영화의 ‘이야기’가 주는 엉뚱하면서도 촘촘한 재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영미 역을 맡은 김유영의 캐릭터 연기는 영화의 중요한 동력인데, 모두가 서로를 이용하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진정한 ‘호구’로 살아가는 착한 여자를 페이소스 있게 표현한다. 인물과 이야기가 연결되며 끊임없이 소소한 사실들이 드러나는 플롯 구조와 함께 재치 있는 음악도 영화에 탄력을 주는 요소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수상히 사랑스러운 매력

★★★

주인공들은 언젠가 한 번쯤은 자기 자신과 세계를 향해 각자의 종말을 고했던 이들이다. 그랬던 이들은 세상도 사랑도, 기어이 멸망하지는 않은 터전 위에서 새로운 호흡을 배워나가는 존재로 거듭난다. 불협화음에 가깝지만 서로를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는 두 여성의 여정이 내내 흥미롭다. 바깥의 타인을 향하던 간절한 사랑이 자기 자신의 안으로 흘러들어와 진정 구원이 되는 순간의 힘을 아는 영화로 보인다. 모든 갈등이 한곳으로 모이는 후반부의 리듬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은 있지만, 독특한 로드무비이자 흥미로운 캐릭터 무비로서의 역할을 끝까지 잘 지켜나간다. 결코 범상하지는 않은, 수상히 사랑스러운 인상을 남기는 작품.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여자의 사랑법

★★★☆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고수다. 등쳐먹기, 비아냥대기 고수까지 등장한다. 두 여성 주인공은 호구 취급받는 약자들이지만 오지랖만큼은 보통 아니다. 제 몸 하나 건사하기 어려운 이들이 구원자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다. 무모하고 대책 없어 보여도 서로를 헤아릴 줄 아는 사랑꾼들의 행각이 마음을 찡하게 만든다. 임선애 감독은 전형성을 탈피한 선택으로 개성 강한 여성 연대 영화를 완성했다. 종잡을 수 없는 전개와 캐릭터를 다루는 태도가 신선한 자극을 준다. 덕분에 이유영, 임선우, 노재원의 연기 내공이 만발한다.

 


도그맨

감독 뤽 베송

출연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슨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개 같은 내 인생

★★★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경구로 시작하는 영화는 주인공 더그(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사연 많은 인생사이자, 그의 수많은 반려견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어쩌면 동화 같은 이야기다. 영화를 장악하는 건 주연 배우의 강렬한 카리스마 연기인데, <니트람>(2021)으로 칸영화제 남자배우상을 수상한 바 있는 그는, 이 영화에서 수많은 얼굴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끌고 간다. 약간은 잔혹한 면도 있지만, 개들이 만들어내는 ‘도그 액션’도 잔재미를 만들어낸다.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베송의 DNA 이식한 장르영화의 총체

★★★

인간에게 상처받았지만, 개들이 지키고 신의 구원을 갈구했던 남자의 이야기. 그간 뤽 베송 감독이 연출한 장르영화들의 DNA를 전부 이식해 새로운 줄기를 뻗어나간 총체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고 자신만의 성을 지은 다크 히어로의 잔혹 동화는 관객을 태우고 내내 망설임 없이 질주한다. ‘원맨쇼’에 가깝게 펼쳐지는 이야기 안에서 주연 배우인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장점과 재능이 폭죽처럼 터져 나온다. 이 배우의 존재가 아니었다면 애초에 성립 불가한 작품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보는 내내 맴돈다. 

 


울산의 별

감독 정기혁

출연 김금순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가족과 사회

★★★

남편이 사고사한 조선소에서 일하며 아이들을 키우는 윤화(김금순). 울산의 노동자로서 자부심과 같은 조선소이지만, 회사에선 그에게 정리해고를 권한다. 한편 아들은 코인에 빠져 있고, 딸은 서울로 가려 한다. 영화에서 반복되는 ‘시스템’이라는 단어가 드러내듯, <울산의 별>은 산업 구조와 자본주의의 급격한 변화를 한 가족 안에 담아낸 영화다. 어머니는 육체를 통한 노동만이 가치를 생산한다고 믿지만, 아들은 돈이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영화는 이러한 세대 간의 충돌을, 가족 서사를 통해 드러내고 화해시킨다. 거칠고 질박한 캐릭터 연기를 보여주는 김금순의 연기가 강렬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암담한 시대에 비추는 

★★★☆

울산을 배경으로 한 가족 영화로 총체적 난국에 빠진 한국 사회의 문제를 담았다. 조선업 노동자로 일하며 가족을 부양해온 50대 여성, 20대 아들과 10대 딸이 겪는 위기는 중공업 쇠퇴, 지방 소멸, 갖가지 노동 문제, 세대 갈등, 청년 문제와 맞물린다. 정기혁 감독은 사회 비판에 그치지 않고 악화일로를 걷는 주인공 가족에게 희망의 별을 비춘다. 미약하다 해도 힘든 현실에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나아가게 만드는 연대의 힘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한다. 주연배우 김금순은 불꽃같은 연기력으로 극을 휘어잡는다. 이 영화의 별과 같은 존재다. 

 


클럽 제로

감독 예시카 하우스너

출연 미아 와시코브스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식욕의 종교

★★☆

어느 엘리트 기숙학교에 새로 부임한 영양 교사 노백(미아 와시코브시카)는 ‘의식하며 먹기’를 통해 새로운 섭식의 세계를 아이들에게 열어준다. 이후 ‘먹는다’는 행위는 종교화되고, 학교라는 제도와 사회적 계급의 문제가 개입된다. 영화화되기 쉽지 않은 소재를 선택해, 그것을 최대한 확장해가는 영화. 음악의 사용이 인상적이다.

 

이지혜 영화 저널리스트

잘못된 믿음은 어디까지 가는가

★★★

〈클럽 제로〉는 특이한 식사법을 가르치는 교사와 그를 맹신하게 되는 학생들을 통해 컬트 집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보여준다. 엘리트 학교에 새로 부임한 미스 노백(미아 와시코브시카)은 의식적 식사법을 통해 학부모와 아이들의 신임을 얻는다. 미스 노백의 교육은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거식증 같은 섭식장애와 다를 바 없지만 학교와 가정이 주지 못했던 자신감과 애정을 심어주는 교사에 의해 아이들은 결핍을 채운다. 학부모들 역시 최신 트렌드라며 미스 노백에게 만족한다. 그러나 점차 사이비 종교집단화 되어가는 미스 노백과 아이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무분별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는 어른들, 자신의 신념을 학생들에게 투영하는 선생님, 잘못된 믿음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을 통해 현대 사회가 직면한 반지성주의와 사이비의 허상을 꼬집는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

탈진실 시대에 던져진 문제작

비주얼은 ‘웨스 앤더슨 풍’인데, 분위기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표’에 가깝달까. 상류 사회 아이들이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온 영양교사의 주술과도 같은 주문을 추종하고 맹신하더니, 급기야 그들 주변마저 무력화 시키고야 마는, 괴이하고 대범한 영화다. 인간의 본능인 식욕마저 넘어서게 하는 ‘어떤 맹목적 믿음’의 부작용. 탈진실 시대에 던져진 문제작이라 할만하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나의 믿음이 타인을 잠식할  

★★★

최고급 사립학교에 영양사 ‘미스 노백’이 새로 부임한다. 그가 가르치는 식사법을 따르던 일부 학생들이 음식을 거부하고 문제를 일으키자, 학부모들은 진화에 나선다. 영화의 주인공은 그릇된 믿음을 가진 ‘미스 노백’이지만, 문제 원인은 한둘이 아니다. 예시카 하우스너 감독은 엘리트 교육의 허상과 기득권층의 행태를 풍자하면서 부모들의 잘못된 태도, 십대의 정서적 결핍이 맹신으로 이어질 때 어떤 파국을 초래하는 지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인다. 감독이 천착해 온 믿음을 다룬 영화로, 특유의 정제된 화법과 미장센은 두드러지고 괴상한 상상력은 심기를 자극한다.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

감독 나카가와 슌

출연 카와이 유미, 오노 리나, 코미야마 리나, 나카이 토모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마지막이라는 감정

★★★☆

졸업식 전날과 졸업식, 이틀 동안의 이야기인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깃들어 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졸업식이 끝나면 철거될 학교. 영화는 교실, 도서실, 실습실, 강당, 체육관, 합주실 등 학교 안의 공간을 오가며 네 소녀의 관점을 교차시킨다. 그 과정에서 마음 깊은 곳의 트라우마와, 긴 세월 동안 시도해보지 못했던 관계에 대한 아쉬움과, 서툰 연애 감정에 대한 아련함 등이 배어 나온다. 전반부엔 극적 구조가 다소 밋밋하게 느껴지지만, 후반부에 오면 이야기에 감정이 힘 있게 실린다.

 

정시우 영화 저널리스트

아스라한 그 시절로 데려다 놓는 영화

★★★

인생의 새로운 문턱을 넘어서기 전, 아이들은 오랜 시간 함께 한 많은 것들과 자의로든 타의로든 작별할 준비를 해야 한다. 고등학교 졸업까지 남은 시간은 단 2일. 4명의 여고생이 그들 각자의 방식으로 한 시절의 마지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영화가 주목하는 건 네 인물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 개개인의 마음에 들러붙어 있는 미해결로 남아있는 감정들이다. 뭔가 대단한 사건이 일어나거나 긴장의 고조가 큰 작품이 아님에도 깊은 상념에 젖게 되는 건, 돌아가지 못할 시간의 아스라한 정서를 영화가 포착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소녀들은 전진한다

★★★

일본 학원 로맨스 영화가 천편일률적이라고 생각했다면 이 영화를 보라. 물론 흐드러진 벚꽃, 교실, 로맨스가 등장한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둔 네 명의 소녀들을 따라가는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고르게 전개한다. 일본 학원 로맨스와 다르게 극적인 사건 진행이나 감성적인 연출을 자제하고 낭만과 비극 사이에서 일상을 포착해 낸다. 저마다의 고민을 지닌 소녀들은 스스로 답을 찾기 위해 용기를 내고 행동한다. 그 모습이 아름답다. 

 


일 부코

감독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진정한 예술의 탐험

★★★★

탐험 실화 영화, 기록 영화라고 정의할 수 없는 다층적 매력을 지닌 작품이다. 미켈란젤로 프라마르티노 감독은 대표작 <네 번>(2011)에 이어 다시 이탈리아 남부 칼라브리아 지역을 배경으로 인간과 자연, 삶과 죽음, 역사와 일상을 결합한다. 자연의 심연을 탐험하는 젊은 동굴학자들과 드넓은 고원을 바라보는 늙은 목동의 모습을 나란히 비추며 눈에 보이는 세계와 그 너머의 세계를 함께 탐험하는 예술적 여정이 경이롭다. 

 

 


영화 스미코구라시 - 푸른 달밤의 마법의 아이

감독 오오모리 타카히로

정유미 영화 저널리스트

이 캐릭터 군단에 빠져든다 

★★★

일본 인기 캐릭터 <스미코구라시>의 첫 극장판. 구석을 좋아하는 스미코들이 그림책 세계에서 겪는 모험을 그렸다. 일본민담 <복숭아 동자>부터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빨간 모자> <아라비안나이트>까지, 세계 명작 동화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스미코들과 미니코들의 활약이 앙증맞다. 명작 속으로 떠나는 여행은 익숙한 장치지만, 그림책이라는 물성과 고전 캐릭터를 재치 있게 활용했다. 뒤섞이던 이야기가 캐릭터들의 연대를 보여 줄 때의 감동이 귀여운 캐릭터 영화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