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청설>이 벌써 실시간 예매율 20.0%를 기록하며 흥행을 예고했다. (4일 오전 7시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상망 기준)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개봉 전 시사회를 통해 <청설>을 접한 관객들의 입소문 덕이다.
<청설>은 배우 노윤서가 첫 스크린 데뷔작이다. 동명의 대만 영화를 리메이크한 <청설>은 사랑을 향해 직진하는 용준(홍경)과 진심을 알아가는 여름(노윤서), 두 사람을 응원하는 동생 가을(김민주)의 청량하고 설레는 순간들을 담았다. 노윤서는 동생 가을을 지원하며 생계까지 책임지는 장녀 여름 역을 맡았다.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배우 노윤서를 만났다. ‘생애 첫 인터뷰’라며 수줍게 자리에 앉은 배우 노윤서에게서 발견한 청춘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청설>이 곧 개봉한다. 소감이 어떠한가.
이렇게 긴 호흡으로 내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언론 배급시사회에서 음악까지 있는 완성본을 처음 보았다. 화면과 음악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서 감정이 배가되는 것 같아 좋게 봤다.
<청설> 원작을 이번 기회에 접했다고 들었다. 한국판 <청설>과 기존의 <청설>의 차이가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에 원작 <청설>을 처음 보았다. 원작을 접했을 때 ‘우리도 이렇게 여운이 남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원작은 통통 튀고 발랄한 느낌이라면 우리 작품은 서정적인 편이다. 때문에 각 인물의 서사가 더 깊게 드러나있다. 촬영을 할 때에도 원작과의 차별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고 배경과 배우가 다르니 자연스럽게 다른 작품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청설>에서 가장 먼저 캐스팅되었다. 홍경, 김민주 배우가 캐스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땠나.
홍경 배우님의 경우 전작들을 거의 다 봤었다. 너무 좋게 기억하고 있었다. <청설>의 원작 속 ‘티엔커’는 통통 튀고 밝은 캐릭터이다. 기존의 홍경의 이미지와는 달랐기에 어떻게 연기할지 더욱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연기하는 것을 보니 땅에 착 붙어있는 자연스러운 홍경만의 용준이를 만들어왔더라. 그 와중에도 여름이한테 빠져들어가는 용준의 호흡을 천진하게 표현해냈다. 정말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김민주 배우는 내가 데뷔하기 전부터 활동을 했다. (<청설>의 ‘가을’역을 맡은 배우 김민주는 2018년 10월 걸그룹 ‘아이즈원’으로 데뷔했다.) 어찌 보면 민주가 선배다. (웃음) 그래서인지 성숙한 이미지가 있었다. 실제로 만났을 때 민낯에 가까운 맑은 얼굴을 하고 있는 민주를 보았다. 저한테 ‘언니’라고 부르는데 너무 아기 같고 이뻤다. 촬영을 하면서 많이 친해져서 호흡이 정말 잘 맞았다.

노윤서 배우가 보는 여름은 어떤 인물인가.
여름이는 책임감이 막중한 아이이다. 자신의 책임감과 배려심에 사로잡혀서 가까운 사이인 가을이를 모두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놓치는 부분이 생긴다. 어쩌면 가을이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여름일지도 모른다. 한편으로는 성장기에 겪은 어려움으로 방어적인 경향이 있기도 하다. 다가오는 용준을 경계하고 마음을 열지 못하는 것이다.
주연 배우들이 오랜 기간 함께 수어를 배웠다. 수어를 배워보니 어떠한가. 어려운 점이 있었나.
새로운 하나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보니 아무래도 부담감이 있었다. 우리는 한글처럼 ‘가나다’를 배우는 게 아니라 프리토킹 하듯 대사를 바로 익히기 시작했다. 그래서 반복되는 대사들은 바로 기억에 남았다. 생각보다 배우기 쉽고 재미있었다.
특히 표정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지기도 해서 연기적으로 배울 점이 참 많았다. 무엇보다 수어를 배우면서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천천히 친해질 수 있어서 촬영할 때 너무 편했다. 덕분에 배우들 사이 케미가 화면에 잘 담긴 것 같다. 촬영 중에는 ‘괜찮아?’, ‘힘들어’ 등의 수어를 우리끼리 썼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우리끼리의 장난이었다. (웃음) 그런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나중에는 다들 아시더라.
*이하 <청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극 중 가장 인상 깊고 중요한 장면을 꼽으라면 수영장 씬이 아닐까 싶다. 고백을 하는 용준뿐 아니라 고백을 듣는 여름의 역할도 중요한데 해당 장면은 어떻게 준비했나.
그 장면이 나오기 전까지는 여름이가 들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관객분들도 많을 것 같다. 그래서 용준의 고백을 들었을 때 여름이의 반응이 중요했다. 감독님과 어느 정도 강도로 반응을 할 것이가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
여름이도 용준이도 서로를 너무 배려했다가 오해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수영장에서 용준이의 고백을 들었다고 해도 바로 답변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후 여름이는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극 중 ‘여름’은 평생을 동생에게 희생하며 살았던 인물이다. 자기 자신의 꿈은 없는 인물인데 실제 노윤서 배우는 어떠한가.
대학 졸업 전까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계속하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할 수 있을지 고민을 꽤 했다. 그러던 중 우연하게 연기를 시작하면서 지금의 길을 찾았다.
동생 가을이를 챙기는 여름이를 보면 정말 대단한 언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까지 못한다. (웃음) 실제로 언니랑 남동생이 있다. 동생을 잘 안 챙긴다. 동생 역시 나에게 큰 관심이 없다. 용돈을 줘도 큰 감흥이 없다. (웃음)

단편적으로 보자면 용준은 적극적인 스타일이고, 여름은 서서히 마음을 여는 스타일이다. 실제 노윤서는 인간관계에서 어느 쪽에 가깝나.
내 마음에는 두 개의 문이 있다. 가장 바깥쪽 문은 쉽게 열고 사람들과 잘 친해진다. 하지만 가장 안쪽 문을 여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구나’를 느꼈을 때 가능하다.
‘괜찮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오랜 시간 이야기해도 지루하지 않은 사람. 편하고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다.
홍경 배우는 노윤서 배우에 대해 ‘리더십이 있다’고 말하더라. 사실인가.
저와 김민주, 홍경 배우 셋 모두 I 성향인데 그중에서 내가 제일 E에 가깝지 않나 싶다. 내가 성격이 급한 건지 몰라도 연습실을 잡거나 하는 일을 할 때 나서서 추진했다. 그래서 리더십이 있다고 느낀 게 아닐까. (웃음)
학교 다닐 때 과 대표도 하지 않았나.
그건 진짜 해명하고 싶은 게 있다. 대학을 들어갔더니 한 학년 선배가 예고 선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안면이 있는 언니였는데 아무도 과 대표를 안 하려고 하는 상황에 맞은편에 앉아있던 내가 끌려나갔다. (웃음) 내가 자원한 게 아니다.
하고 싶어서 일을 한 건 아니지만 상황이 주어지면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인가 보다.
맞다. 주어진 일은 허투루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