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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지은이 한 번 크게 놀았다!”

추아영기자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이번 작품에서 아이유는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여성의 초상이 되었다. 그녀는 10대부터 50대까지 각 세대의 여성을 연기했으며, 누군가의 첫사랑에서 시작해 아내가 되고, 또 엄마가 되었다. 시장 좌판에서 부끄러워 “양배추 달아요” 소리를 한 번 못 하던 10대 문학소녀 애순이의 모습, 하고 싶은 것 많고, 꿈 많던 그래서 더 애처로웠던 20대 금명이의 모습이 아직 눈에 선하다. 이제 막을 내린 <폭싹 속았수다>를 보내주기 전에, 아이유 배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시 그녀들을 떠올려 보았다.



오랫동안 고생하시면서 촬영한 작품이 이제 다 공개되고 좋은 반응까지 얻었어요. 기분이 어떠셨어요?

너무너무 좋아요. 행복하고요. 주변에서도 응원 문자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연락이 오랫동안 안 닿았던 분들에게도 반응이 왔어요. 여러 세대, 또 여러 일을 하고 계시는 분들에게 공감대가 다 형성됐나 보다 싶었어요. 그래서 그게 되게 보람 있었어요.

근데 이 작품의 인기가 국내에서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응이 뜨겁잖아요. 이렇게까지 큰 반응을 얻을 거라고 예상하셨어요?

​제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해보는 게 처음이어서 좋은 성적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 잘 모르겠는 거예요. 넷플릭스 (관계자) 분들과 이야기하고 막 여쭤보고 해도 약간 모호하게 말씀하셔서 어느 정도까지 돼야 잘 되는 건지 몰랐어요. 근데 가끔 저희가 홍보하거나 마케팅 일이 있으면 넷플릭스 분들을 뵙거든요. 그러면 매주 표정이 좋아지시고 기분 좋아 보이시는 말씀을 한다거나 축하를 해 준다거나 만족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보면서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잘 되고 있나 보다 생각했어요. (웃음)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이 작품은 아이유 님이 대본 나오기도 전에 캐스팅 제안에 응한 작품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렇게 대본도 나오기 전에 출연 제안에 응한 이유가 궁금하고요. 해보니까 ‘이 작품 하길 정말 잘했다’하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제가 임상춘 작가님의 팬이었어요. 근데 개인적으로는 모르는 분이었는데, 어느 날 작가님의 연락을 받은 거예요. 그 후로 얼마 안 되어서 바로 작가님의 작업실에 가서 미팅하고, 대본을 받기 전에 어느 정도 트리트먼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근데 너무 막 가슴이 뛰는 거예요. 대본을 읽기 전인데. 작가님과 이렇게 얘기를 하는 것도 너무 좋지만, 빨리 집에 가서 이걸 읽어보고 싶은 거예요. 그래서 제가 작가님께 “혹시 빨리 집에 가서 이걸 읽어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 대화에 집중이 안 되는 것 같아요”라고 말씀드릴 정도로 빨리 읽어보고 싶었어요. 스토리만 들었을 때도 심장을 막 때리는 소재와 이야기였어요. 집에 가서 호로록 정말 빨리 읽고 바로 하고 싶다고, 제발 하고 싶다고 말씀을 드렸어요. (웃음) 그래서 굉장히 훈훈하게 일사천리로 그렇게 됐어요.

임상춘 작가님이 베일에 싸여 있는 분이시잖아요. 함께 작업하면서 보시기에 어떤 분인 것 같으세요?

​일단 임상춘 작가님은 저도 진짜 뵙기 전까지 너무 궁금했던 분이었거든요. 근데 간결하게 말씀드리자면 애순이와 관식이를 그대로 마음 안에 담고 계신 분이고, 굉장히 애순이스럽기도 하시고 굉장히 관식이스럽기도 하세요. 그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말 사소한 부분까지도 되게 섬세하게 다 캐치하고 계시고, 또 되게 귀여운 주제에 대해서 사담을 하실 때도 있고, 근데 또 되게 마음을 깊이 건드리는 위로나 응원의 말씀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래서 이 작업을 하는 동안 과연 작가님 안에 어떤 세상이 있는 걸까, 얼마나 많은 방이 있는 걸까 계속 생각했고요. 이제 알게 된 지 한 3년 정도 된 시점에서도 여전히 궁금한 분이시고 독특하고 정말 매력적인 분이에요.

작가님에 관한 설이 많은데, 그중에서 “85년생이다”라는 말이 있어요. 근데 드라마를 보면 사실 더 연식이 있을 것 같은데, 실제로 보기에 그 연령대가 맞는 것 같으셨어요?

​작가님께서 워낙에 베일에 싸여 계신 분이고 또 그것을 지향하시는 것 같아서 혹시라도 제가 그런 정보를 알게 되면 누군가한테 말할까 봐 작가님의 나이나 다른 걸 여쭤본 적은 없어요. 그냥 제가 봤을 때 느낌은 진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데 너무 사랑스러우시다. 나이는 저도 정말 몰라요.

 

애순(왼), 금명 -〈폭싹 속았수다〉
애순(왼), 금명 -〈폭싹 속았수다〉


2인 1역과 1인 2역의 연기를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작품에 임하셨을까요? 이게 사실 되게 쉽지 않은 도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으세요?

​작가님과 처음 미팅을 했을 때 작가님께서 2인 1역이자 1인 2역을 맡아야 한다는 걸 설명해 주셨고, 오히려 그 부분이 제 심장을 뛰게 하는 미션이었어요. 물론 어렵고 걱정이 없었다고 하면은 거짓말이지만 대본을 너무 굳건히 믿고 있었고, 또 김원석 감독님께서 하신다는 얘기까지 들었을 때는 더더욱 나 혼자만의 외로운 작업이 되지는 않겠다, 그러니까 믿는 구석이 많이 있었던 거죠.

가족분들은 작품을 보고 뭐라고 말씀하셨을지 궁금해요. 어머니 입장에서는 자신의 딸을 통해서 애순이의 삶을 보는 재미가 남다를 것 같거든요.

​우선, 제가 출연했던 모든 작품을 통틀어서 저희 가족이 이렇게 뜨거운 반응을 보여준 건 처음이었어요. 저희 가족이 좀 대가족이에요. 언니, 형부, 할머니, 엄마, 아빠 이렇게 있는데, 또 아빠께서는 본인의 취향이 확실하셔서 아무리 딸이 당신의 딸이 나오는 작품이라고 해도 납득이 안 되거나 자기 스타일이 아니면 끝까지 안 보시거든요. 1, 2화만 보시고 안 보시는 경우도 있는데, 아빠도 막 몰입해서 보시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엄마께서는 제가 나오는 드라마를 재미있다, 재미없다 이렇게 (판가름하며) 보기보다 내 딸이 실수한 거 없나, 내 딸이 잘했나 이런 걸 위주로 보시거든요.


근데 <폭싹 속았수다>는 지금 4회차, 그러니까 16부작을 4회차 시청 중이세요. 엄마는 본인의 이야기라고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이걸 내 딸 지은이가 연기하고 있다. 이런 마음으로 본 건 첫 회차만 그러셨대요. 두 번째부터 본연의 이야기를 만끽하시고, 두 번째부터 눈물이 나시더래요. 그런 식으로 가족분들의 반응이 다 제각각이에요. 저희 할머니는 어떤 장면에서는 막 분개하시고, 시어머니로 나오셨던 계옥(오민애)에 대해서는 “아니 결혼하기 전까지는 착한 애인 줄 알았는데, 왜 결혼하고 나서는 저렇게 괴롭히고, 근데 또 살다 보니까 나쁜 애는 아닌 것 같아” (웃음)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몰입하는 포인트가 제각각 있으시더라고요. 그것도 기뻤죠. 가족들이 드라마를 드라마 자체로 즐겨 주시는 게 좋았어요.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아이유 씨가 원래 남동생 잡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금명이가 동생 은명이 뒤통수 때리고 못살게 구는 거 보면서 이건 연기가 아니라 실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봤는데, 좀 그런 부분이 있을까요?

​어느 정도 투영된 부분은 있다고 생각해요. (웃음) 은명 역을 맡았던 (강)유석 씨와 현장에서 더 재미있게 만들어보고자 “이런 행동을 해보면 어떨까?”, “이런 리액션으로 받아주실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 회의를 했어요. 유석 씨도 누나가 또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각자의 경험을 잘 살려서 그렇게 했고, 제 동생은 아직 끝까지는 보지 못했는데, 쇼츠로 그 부분만 봤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이 “어 메소드인데? 누나 연기가 언제 이렇게 늘었어?” 이렇게 짤막한 감상평을 보내줬어요. (웃음)

아이유 씨도 누군가의 딸로서 본인의 어머니가 생각났던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어떤 게 있었나요?

​많은 분이 딸로서 ‘우리 엄마도 애순이처럼 소녀 감성이 있고, 또 꿈이 있으신 분인데’라고 자신의 어머니를 많이 투영하실 것 같아요. 저 역시도 저희 엄마께서 되게 애순이 같이 소녀다우면서도 강인한 분이시기도 하고, 많은 일을 겪었지만 그럼에도 세상을 좀 아름답게 보려고 노력하는 분이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연기를 할 때 저희 엄마를 보고 캐릭터를 구성했습니다” 이렇게 딱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해요. 엄마의 사랑스러우면서도 강인하면서도 세상을 아름답게 보려고 하는 그런 자세들, 그런 애순이 같은 모습을 보면서 자라왔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좀 투영된 것 같습니다.

애순의 딸인 금명이 연기도 하셨는데, 아이유 씨는 실제로는 어떤 딸이었나요? 금명이랑 비슷한 구석이 있을까요?

​저는 어릴 때는 금명이 같은 구석이 좀 있었던 것 같아요. 좀 틱틱거리고, 부모님한테 아주 애교 있게 하지는 못했던 딸인데 어느 순간 2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노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습관처럼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해요. 엄마, 아빠와 스킨십도 자주 하는 편이고 자주 뵙고, 되게 친구처럼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제가 지금 서른이 넘었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저의 입장에서 금명이를 봤을 때는 언니의 마음으로 ‘금명아 내가 네 마음을 너무 잘 아는데, 말을 그렇게 하면 나중에 후회할 텐데’ 이런 마음을 거기에 이입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또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니까 ‘근데 금명이도 자신의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나올 수 있어. 마음이 이렇지는 않은데 말이 자꾸 그렇게 나갈 수 있지. 지금 상황에서는 그럴 수 있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부모님한테 가시 돋친 말을 하면 반드시 다음 장면에서 금명의 내레이션으로 그때 그 말을 후회하는 마음들이 표현돼요. 그래서 그걸 입체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를 촬영하고 앨범 ‘The Winning’을 내셨잖아요. 이번 드라마를 보면서 아이유 씨의 ‘Shh..’라는 노래가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실제로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영향을 받으셨는지 앨범 작업에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됐는지 궁금해요.

​사실 완전히 ‘Shh..’라는 곡은 <폭싹 속았수다>로 인해서 끌어올려진 테마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한번 그런 곡을 작업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계획은 있었는데, <폭싹 속았수다>를 찍으면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부터 나에게 영향을 끼쳤던, 내 삶을 이루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하고 싶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때 당시에는 <폭싹 속았수다>가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이라서 이모저모 이런 이야기들을 할 수가 없었는데요. 근데 많은 분들이 작품을 보시고 이 노래를 다시 떠올려주시는 걸 보면서 그렇게 느껴주시니까 되게 고맙기도 하고 좋았어요.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1막에서 박보검 씨와 아이유 씨 두 분의 케미가 너무 사랑스러웠어요. 홍보 활동도 같이하시면서 박보검 씨와 협업한 배우 이상의 친구로도 친해지신 것 같아요. 두 분 호흡 맞추면서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보검 씨와는 이 작품 이전에 10대 때부터 계속 인연이 있었어요. 그래서 가끔 안부 문자 보내고 마주치면 인사하는 친구였는데, 이번에 제대로 작품을 같이 하면서 1년 동안 사계절을 다 겪고 옆에서 보는데 감탄을 한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동갑인데 나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진지하고, 체력적으로 버티는 힘도 좋고, 사람들을 살피는 다정함도 저랑은 비교가 안 될 정도니까요. 제가 친구한테 정말 존경스럽다는 마음이 들 수도 있구나 느낄 정도로 보검 씨는 대단하고 자랑스러운 동료였어요. 더불어서 그런 성정의 보검 씨가 일을 같이 맡아 주었기 때문에 시너지가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해요.


항상 보검 씨 눈을 보면서 더 이입하게 됐어요. 컷되고 인물에서 나온 상태에서도 보검 씨에게서 관식이 같이 어질고, 깊고, 우직한 그런 모습을 보니까요. 보검 씨는 현장에서 늘 그런 마음으로 웃거든요. 그런 걸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되고 많이 배우고 싶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죠. 근데 후반 작업을 거치고 다시 보검 씨를 만나서 이런저런 홍보 활동을 하는데, 또 한 번 놀란 거예요. 홍보에 엄청 열의를 보여줬거든요. 보검 씨는 <폭싹 속았수다> 이후에도 <굿보이>라는 작품을 얼마 전까지 찍었고, 그 촬영을 하는 바쁜 와중에도 <폭싹 속았수다> 홍보 활동에 열의를 보여주는 거예요. 그것도 저에게 굉장히 좋은 자극이 돼서 일단 보검 씨가 하자고 하는 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오케이할 정도로 신뢰 있는 파트너고 너무 고마운 친구였어요.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사실 관식이라는 캐릭터가 유니콘이잖아요. 현실에서는 없다고 생각할 만한, 굉장히 다정다감한 남자 캐릭터인데, 관식이 캐릭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작가님께서는 관식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이렇게 쓰셨을까. 인간적이면서도 판타지스럽고 이걸 동시에 다 갖춘 관식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만드셨을까. 이게 대본을 읽으면서도 너무 좋았던 부분이었어요. 근데 그걸 보검 씨와 (박)해준 선배님께서 완벽하게 구현해 주셔서 너무 신기했어요. 그리고 저는 이제 애순이에게 이입을 하고 있으니까 애순이에게 관식이가 있어서 너무 다행이다 싶었죠. 반대로 애순이가 관식이에게 주었던 사랑, 그 끈기 있는 믿음, 연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면, 사실 둘이 너무 공평하게 사랑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식이에게도 애순이는 유니콘, 애순이에게도 관식이는 유니콘인 거고 각자의 삶에 정말 딱 맞는 짝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럼 만약에 현실에 관식이와 영범이(이준영), 충섭이(김선호)가 있다면, 아이유 님은 누구를 남편감으로 고를 것 같나요?

​당연히 모두가 관식이 아닐까요? 관식이는 진짜… 어떻게 이렇게 촘촘하게 설계하셨지. 마지막 회까지도 너무 놀라웠어요. 관식이의 퇴장까지도. 아빠로서의 관식이도 진짜 대단했잖아요. 근데 아빠가 된 이후에도 애순이를 향한 애정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그게 진짜 행복한 지점인 것 같아요. 저희 작품이 슬픈 부분도 많은데, 그 둘의 사랑은 계속되니까 한순간씩 웃음 지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해요.

춘옥(나문희) -〈폭싹 속았수다〉
춘옥(나문희) -〈폭싹 속았수다〉


작품을 보면서 많이 울었던 장면이 있을까요?

너무 많지만, 가장 많이 울었던 씬은 나문희 선생님께서 맡으셨던 춘옥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장면에서 “소풍이었지. 내 자식들 다 만나고 가는 기가 막힌 소풍이었지” 그 대사를 선배님의 목소리로 직접 들으니까, 대본으로 볼 때도 울림이 컸는데 작품 보면서는 진짜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출산 장면을 너무 잘 소화하셔서 화제가 됐었는데요. 피부 분장까지 하셨잖아요. 이 장면 찍을 때는 어떠셨어요?

​일단 피부 화장에 대해서는 대본에도 쓰여 있었어요. ‘출산 이후에 실핏줄이 다 터져 있다’ 이렇게 쓰여 있었고, 분장팀에서도 작가님이 표현하고자 하신 거를 다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하면서 다 표현하고자 했거든요. 그리고 저도 사실 분장하는 거 즐기는 타입이고요. 원래는 눈알에도 실핏줄이 터지는 것까지도 고민했었는데, 어떤 접점을 찾은 게 (지금 드라마에서) 보신 거였고요. 이제 저희 엄마께도 여쭤보고 저희 언니들도 출산 경험이 있어서 물어보고 하니까 되게 현실적인 거다. “모두가 다 터지는 거는 아니지만 나도 터졌어” 언니가 그런 얘기를 해주기도 하고, 힘을 그렇게 주면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분장이 연기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요.


출산 연기를 할 때는 요즘 유튜브에 출산 장면을 촬영해서 올리는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래서 그런 걸 보면서 진짜 제각각이다 (싶었어요). 어떤 분들은 그렇게 산통이 길지 않고 힘들이지 않는 분들이 계시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너무 고통스러워하시고 그래서 저도 제 나름의 접점을 찾으려고 했어요. 감독님께서도 본인이 직접 출산을 해 본 적이 없다 보니까 “지은 씨가 대본을 읽었을 때 상상되는 고통을 표현해 봐요” 이렇게 말씀해 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상상했어요. 그러면 아프다고 해서 쩌렁쩌렁한 비명이 나간다기보다 “진짜 기절할 것 같아”(힘이 빠진 음성으로)라는 그 대사에서 그런 음성이 그려졌었어요. 그러니까 겨우 가까스로 말하는 거죠.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아이유 (사진 제공 = 넷플릭스)


아이유 씨는 평소에 선행도 많이 하시는데 루머가 많기도 하잖아요. 그런 거에 대해서 억울함과 같은 감정은 없으세요?

​살면서 한 번도 없었다고 하면은 거짓말이겠지만 반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성정이나 실제의 저보다 좋게 봐주시는 시선도 크다고 생각해요. 이 일을 하면서 이렇게 오랫동안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시작할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그래서 너무 나를 사랑스러운 사람으로 봐주시는 분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 분들을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큰 사랑을 보내주시니까. 저를 좋게 봐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분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은 분들의 마음보다 훨씬 크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탄핵 촉구 집회에 참여한 팬분들을 위해 선의로 선결제하신 것 때문에 본의 아니게 ‘좌이유’ 관련한 이슈가 좀 있었잖아요.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아요.

​속상하다? 뭐 어떻게 보면 속상하다는 말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기도 한데, 그냥 막 크게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말씀하신 영상이나 이런 거를 제가 직접 본 적은 사실 없어요. 근데 그런 것도 사실 조금 전 질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것도 감당해야 하는 부분 아닌가?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또 관심이 많다는 거니까. 언제 내가 이렇게 관심을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많이 받는 사람이 됐을까? 그런 쪽으로 생각을 하는 편이고, 그러다가도 가끔 선을 넘는 표현이 있다거나 회사 입장에서도 이거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너무 큰 오해를 만들려고 하는 움직임이 있다거나 그럴 때는 제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에요. 근데 왜 나한테만 그러지 이런 생각은 잘 안 하는 것 같습니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


<폭싹 속았수다>가 아이유 씨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나요?

일단 이렇게 긴 호흡으로 촬영했던 작품이 처음이었는데, 저의 끈기를 스스로도 테스트하고 싶었고 진짜로 정말 코너에 계속 몰아붙이면서 “너 지금 힘들어?”, “네가 지금 힘들면 돼?” 약간 이렇게 스스로 몰아붙이면서 했었어요. 그래서 그 하루하루가 저한테는 되게 좋은 훈련이 됐었던 것 같고, 스스로 지키고자 했던 약속들을 다 지킬 수 있어서 자기애도 더 생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찍고 나면은 “너에게 정말 실망이다” 이럴 때도 있거든요. (웃음) 근데 이번에는 ‘너 시작하기 전에 한 약속들을 다 지킨 거 그거 하나는 정말 칭찬해’ 이런 마음이 들었어요.


또 진짜 대단한 판이었잖아요. 그런 판에 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나 이 판에 낄 수 있을 정도로 성공한 거야? 진짜 정말 좋은 인생이다. 감사한 인생이다’ 이렇게 생각했었고, 이분들과 함께 작업을 해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지은이 한 번 크게 놀았다! “애순이 한 번 크게 놀았다”는 계옥의 대사가 있거든요. 진짜 저 스스로에게 지은이 진짜 한 번 크게 놀았다. 크게 놀았어. 이런 마음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