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적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머리를 잇는 붉은 선이 보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S라인>이 이같은 도발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가장 내밀한 사생활이 타인에게 노출될 때 발생하는 인간의 변화를 그려냈다.
이 작품에서 성관계 경험이 없는 사람의 머리 위에는 선이 전혀 없고, 다수와 관계를 맺은 이들의 머리 위로는 수백 개의 붉은 선이 넘실거린다는 설정이 핵심이다.
7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및 제작발표회에서 형사 지욱 역을 맡은 배우 이수혁은 "굉장히 사적인 영역, 숨기는 것이 드러났을 때 사람들의 행동과 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원작은 <살인자ㅇ난감>으로 유명한 꼬마비 작가가 2011년 발표한 동명 웹툰이다. 웹툰에서는 모든 사람이 붉은 선을 볼 수 있는 설정이었으나, 드라마에서는 일부만 볼 수 있도록 각색됐다.
연출을 맡은 안주영 감독은 "원작을 너무 좋아하지만, 선으로 뒤덮인 세상을 이미지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았다"며 "안경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세계관으로 가져왔다"고 밝혔다.

안 감독은 이어 "원작의 주제는 'S라인'을 보게 됐을 때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며 "'S라인'을 통해 새로운 욕망이 생겨나는 것이 주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새 캐릭터들을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각색 과정에서 태어날 때부터 선을 볼 수 있는 현흡(아린 분), 안경을 얻어 선을 보고 이를 이용하는 선아(이은샘 분), 속을 알 수 없는 선생님 규진(이다희 분), 이 기묘한 이야기의 진실을 추적하는 지욱 등의 캐릭터가 새롭게 탄생했다.
걸그룹 오마이걸 출신 배우 아린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작중 자신이 본 붉은 선으로 인해 어머니가 아버지를 살해하게 되자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그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로 살아가는 인물을 연기한다.
아린은 극 중 혼자서 삐뚤빼뚤 자른 듯한 단발 모습으로 등장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현흡에 맞게 어둡고 외로운 면을 많이 연구하며 지냈다"며 "당시 현흡을 표현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고, (오마이걸) 멤버들도 느낄 정도로 어둡게 지냈던 시기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드라마 <S라인>은 지난 4월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서 한국 작품 최초로 음악상을 받으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안 감독은 "<S라인>은 판타지가 가미된 스릴러"라고 설명하며 "이준오 음악감독에게도 일반 스릴러와는 다르게 음악을 만들어주길 부탁했고, 회차별로 분위기가 달라지니 변주를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배우 이수혁은 수상 당시의 놀라운 경험을 회상했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칸에 가야 한다고 하시길래 '그사이 다른 작품을 찍으셨나 보다. 축하드린다'고 했다"며 "같이 가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그는 "공식 경쟁작으로 초청받아 폐막식까지 남아있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기대 없이 있다가 작품 이름이 불리니 실감이 안 났다"고 전했다.
아린은 "해외에 청심환을 2개까지는 가지고 갈 수 있다길래 챙겨갔다"며 "두 알을 모두 먹고 왔다"고 웃으며 말했다.
해외 시상식 수상으로 먼저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오는 11일부터 국내에서 순차 공개될 예정이다. 매주 금요일 2회분씩 총 6회에 걸쳐 시청자들과 만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