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도시 영화의 걸작
★★★★
에드워드 양 감독이 1986년에 만든 도시 영화의 걸작. 타이페이를 배경으로, 익명의 사람들이 맺는 관계로 ‘공간의 사회학’을 엮어 나간다. 관계가 소원해진 소설가 아내와 의사 남편 부부, 범죄의 세계에 인접한 거리의 소녀,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청년. 이들이 맺어나가는 무심하면서도 우연적인 관계는 예상치 못했던 파국으로 이어진다. 도시가 지닌 서늘한 공포의 속성을 감독 특유의 스타일과 독특한 스토리텔링에 담아낸 작품.
심규한 <씨네플레이> 기자
불안의 시대를 바라보는 선명한 시선
★★★★
작은 사건이 서로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치며 결국은 파국으로 이끈다. 관계의 우연성, 실재와 허구의 혼재로 미스터리의 윤곽이 옅어 보이지만, 결국 어느 한 방향으로 사건을 이끄는 서사의 정교함이 드러난다. 산업화의 풍요와 별개로 여전히 소외되고 고독한 개인을 건조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담아냈다.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각성이 투영된 시대에 대한 선명한 포착.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분주하지만 텅 빈 도시에서
★★★★
서로가 서로의 무관심이 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혐오하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그림자 같은 풍경들. 오히려 인물들이 프레임 밖으로 밀려난 숏들에서 진가가 발휘되는 순간이 많다. 카메라가 무심한 듯 정확하게 포착한 여백들은 겹겹이 쌓여 캐릭터의 관계, 공간의 정서, 영화적 호흡이 된다. 모든 텀이 짧고 빠른 시대에 당도한 과거의 이 느리고 쓸쓸한 시선은 귀하다.
정유미 <더 스크린> 에디터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
★★★★☆
전설이 찾아올 때가 있다.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에드워드 양 감독의 영화가 그렇다.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리는 <타이페이 스토리>(1985)와 <고령가소년 살인사건>(1991) 사이에 놓인 1986년작 <공포분자>는 1980년대 대만 사회를 반영하는 사회파 스릴러다. 카메라를 들고 피사체를 쫓는 부잣집 소년, 출세에 집착하는 의사 남편과 권태로운 삶의 변화를 원하는 소설가 아내, 일탈 행동을 일삼는 소녀. 영화는 네 인물의 관계를 사실과 허구가 교묘하게 뒤섞인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나간다.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의 실체를 파고드는 성찰적 시선과 구조적 미학은 21세기 현대인들에게 여전히 유의미하다. 개개인의 욕망, 무관심, 불신, 폭력이 빚어낸 서늘한 공기가 지금 시대와 맞닿아 있어 더욱더 짙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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