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킹스맨> 두번째 이야기가 돌아왔다. 지난 2015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불구하고 6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 전편의 흥행은 자연스럽게 속편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킹스맨: 골든 서클>의 티저 영상·포스터가 공개될 때마다 팬들은 더욱 열광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에 의해 킹스맨 본부가 파괴되고, 에그시(태런 에저튼)와 멀린(마크 스트롱)이 킹스맨의 형제 조직인 미국 스테이츠맨을 찾으며 시작된다. 영화의 개봉에 맞춰 9월 20일 세 명의 영국 신사가 한국 땅을 밟았다. 콜린 퍼스, 마크 스트롱, 태런 에저튼을 직접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콜린 퍼스와 마크 스트롱은 처음, 태런 에저튼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내한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서울의 아름다운 모습에 반했다는 세 사람이 입을 모아 얘기한 건 한국 팬들의 열렬한 환대였다. "사실 영국에서는 공항에 누가 오든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웃음)"며 많은 팬들이 공항에 와 기다리고 환영해주는 모습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내한했다"는 태런의 말에 영화 속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있던 에그시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세 배우 모두 전편에 이어 속편에도 출연했지만, 마크 스트롱과 매튜 본 감독의 인연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스타 더스트> <킥 애스: 영웅의 탄생>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에 이어 4번째 함께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매튜 본 감독이 6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니 마크 스트롱은 그의 필모 중 2/3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마크 스트롱에게 매튜 본 감독은 "사람들이 무엇을 보고 싶어하는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는 훌륭한 감독"을 넘어 소중한 친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카메라 앞에서보다 뒤에서 마크 스트롱을 더 챙겨주고, 그가 "어떤 걸 하면 좋고, 어떤 것은 하지 않는 게 좋을지 끊임없이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 역할 해준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이는 마크 스트롱을 보니, 두 사람은 좋은 동료 사이임과 동시에 절친한 친구임이 틀림없는 듯 보였다.

영화는 찰리와 에그시의 액션 장면과 함께 시작부터 몰아친다. 택시 안에서 몸싸움을 하던 도중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프린스 앤 더 레볼루션(Prince & The Revolution)의 'Let's Go Crazy'는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으며 몸을 들썩이게 한다. 전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 대부분 교회 액션 장면과 엔딩의 폭죽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까. 이번 편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커진 액션 스케일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위스키(페드로 파스칼)가 해리(콜린 퍼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보여주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의 미국식 액션, 설원 공중 액션, 예고편에서 살짝 엿볼 수 있었던 에그시와 해리의 액션 등 새로운 무기로 무장한 주인공들 덕분에 볼거리가 훨씬 풍성해졌다.

"똑같은 걸 반복하지 않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은 매튜 본 감독의 특징"이다. 이 점은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려준다. <킹스맨: 골든 서클>이 전편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는 점. 하지만 "전편과 똑같이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장면과 긴박감을 주는 장면이 있다"는 말로 전편만큼 신선한 액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해리의 귀환이다. 당연히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가 예고편에 등장하자 그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환호했다. 이와 동시에 어떻게 돌아온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떨칠 수 없었다. 콜린 퍼스는 해리가 돌아온 이유와 방법에 대해 "해리는 우리가 알고 있고, 또한 사랑한 바로 그 모습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돌아오긴 했지만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화를 보기 전엔 애매모호하다고만 느꼈던 이 말은 영화를 보고 나니 무릎을 탁 치게 만들었다.

전편에서 에그시는 그저 잠재력 가득한 10대 소년이었다면, 2편에서는 그 잠재력을 제대로 폭발시킨다. 태런 에저튼은 비단 <킹스맨> 시리즈뿐 아니라 전작 <독수리 에디>에서도 에그시와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초반엔 미성숙한 모습을 주로 보여주지만, 연장자의 가르침을 받아 성장해나가는 청춘의 모습을 보여준달까. 때문에 에그시는 이번 영화에서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더욱 성숙해져서 돌아왔다.

그가 말한 전편과 속편의 에그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여자친구"라고 했다. "내 곁에 아끼는 사람이 있는 상태에서 어떤 선택에 대한 결정을 내릴 상황이 오면 더 어려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하나, 둘, 내려가면서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1편에서는 킹스맨 자체와 해리가 쓰는 무기 등을 보며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처럼 그저 놀라워하기만 했다면, 2편에서는 에그시가 조금 더 자신의 중심을 잡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냉철한 상황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며 훌쩍 커버린 에그시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마크 스트롱이 연기한 멀린은 에그시를 훌륭한 스파이로 키운 훈련교관이자 킹스맨의 브레인이다. 좀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줘온 멀린은 이번 편에서도 변함없다. 골든 서클에 의해 폭파된 본부 앞에 당황하거나 슬퍼하지 않고 곧장 '킹스맨 최후의 규약'을 따르기 위해 동요하고 있는 에그시를 이끈다.

멀린을 연기한 마크 스트롱 또한 영어·이탈리아어·독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다는 점에서 멀린과 비슷한 지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한 점이 멀린을 연기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해 물었더니, "한국에서 내 별명이 '뇌섹남'이라고 들었다. 언어를 능통하게 잘하는 것은 꼭 머리가 좋아야만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머니가 오스트리아인, 아버지가 이탈리아인이라 자연스럽게 언어를 체득하게 된 것뿐이다. 멀린은 나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놓았다.

1편과 2편의 가장 큰 차이는 영국에 국한되어 있던 세계관이 미국으로 확장되었다는 것 아닐까. 영국 신사들이 속해있는 조직 킹스맨과 마찬가지로 미국 카우보이들의 스테이츠맨 또한 독립 정보기관이다. 스테이츠맨 소속으로 합류하게 된 배우들은 어마어마하다. 스테이츠맨의 수장 에이전트 샴페인을 연기하는 제프 브리지스를 비롯해 진저 에일의 할리 베리, 에이전트 데킬라의 채닝 테이텀, 에이전트 위스키의 페드로 파스칼까지.

이들과의 작업에 대해 콜린 퍼스는 "상당히 스릴 넘치는 경험이었다"고 운을 뗐다. "미국 배우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마치 팬으로서 그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킹스맨의 체통을 지키려고 늘 스스로 표정관리를 하며 애썼다. (웃음) 훌륭한 배우들과 함께해서 정말 재미있었고, 덕분에 촬영 현장에서 남다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또한 표면적으로 보이는 영국과 미국의 문화적으로 다른 특징을 잘 활용하여 코믹하게 풀어 영화적으로도 볼 것이 풍성해졌다"고 말했다.

특히 진저 에일은 스테이츠맨 에이전트들의 컨디션을 관리하고 무기를 개발하는 등 킹스맨의 멀린과 비슷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 멀린을 연기한 마크 스트롱에게 그녀와의 차이점에 대해 물었다. "일단 그녀와 나의 가장 큰 다른 점은 진저는 여자고 나는 남자라는 것이다. (웃음) 진저와 멀린은 현장이 아닌 본부에서 에이전트들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점 외에도 안경, 복장 등 외적으로 비슷한 점이 꽤 많다. 하지만 진저는 기술 전문가이자 의사로, 의학적인 지식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영화 속에서도 그러한 진저의 특징이 더욱 부각되어 보였다.

새롭게 합류한 배우가 스테이츠맨 에이전트들만은 아니다. 세계를 장악하려 하는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의 수장이자 킹스맨 본부를 파괴하는 포피 역할을 줄리안 무어가 맡았다. 그녀가 연기한 포피는 전편의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만큼이나 기괴한 악당으로, 깊은 산속에 1950년대 미국 번화가를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한 포피랜드를 만들었다.

이렇듯 우아하고 고상한 외모를 가지고 온갖 끔찍한 악행을 저지르는 포피 역할은 줄리안 무어가 맡았기 때문에 가능한 캐릭터였다. 그녀를 이 역할에 추천한 콜린 퍼스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나의 절친한 친구이자 좋은 배우인 줄리안 무어는 이미 매튜 본 감독이 점찍어둔 인물이었다. 포피 역할의 많은 후보들 중 단연 1순위였는데, 다만 그가 걱정했던 점은 줄리안 무어가 거절할까봐 주저했던 것이다. 때문에 줄리안 무어와 친구였던 내가 그녀에게 제안을 했던 것뿐이다. 누가 봐도 그녀는 이 역할에 딱 어울리는 배우였다"고 말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은 1편과 3편을 이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3편 또한 매튜 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을 예정이라는 소식이다. '킹스맨 유니버스'의 세계가 열린 지금, 이번에도 전편만큼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박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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