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령 생혼> 포스터

<진정령 생혼>은 6월 4일(목) 올레 TV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 걸리진 않았지만 이대로 놓치기 아쉬운 영화들을 한 주에 한 편씩 소개합니다.


방대한 원작 대신 간결한 하나의 사건

인기가 많은 드라마도 언젠가는 막을 내린다. N차 시청이 쉽고 흔한 시대일지라도 팬 입장에선 마지막회를 마친 드라마가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왔으면, 등장인물들을 다른 이야기로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 마련이다. <진정령>의 외전 <진정령 생혼>은 이런 팬들의 바람에 화답한 영화다. 드라마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후일담으로 돌아온 <진정령 생혼>은 간결한 이야기로 호기심을 자극한다. 물론 외전답게 원작 팬들이 만족할 만한 팬 서비스 또한 잊지 않는다.

원작 드라마 <진정령> 포스터

<진정령 생혼>은 드라마 <진정령>의 인물들이 등장하는 외전이다. <진정령>은 마도조사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고소 남씨, 운몽 강씨, 기산 온씨, 난릉 금씨, 청하 섭씨, 이 5대 가문이 다스리는 중원을 배경으로 수많은 인물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진정령 생혼>은 원작과 연관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외전이기 때문에 원작을 꼭 알아야만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진정령>이 여러 가문에 얽힌 과거와 관계를 중점적으로 그리는 방대한 드라마라면, <진정령 생혼>은 부풍성 귀신 사건만 다루기 때문에 오히려 간결한 맛이 있다.

온녕(우빈)과 남사추(정번성)

<진정령 생혼>의 내용은 이렇다. 한때 귀장군이라 불렸던 온녕(우빈)은 부풍성이란 지역에 도착한다. 부풍성은 늦은 밤 종이 치면 절대로 불을 켜지 말아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 이상한 규칙은 불을 켜면 귀신이 목숨을 앗아가는 사건 때문에 생겨난 것. 온녕은 근방에 수련을 하러 온 남사추(정번성)와 함께 귀신을 퇴치하기 위해 조사하던 중, 소씨 가문과 연관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렇게 <진정령 생혼>은 요즘 유행하는 퓨전 사극답게 일종의 추리적 요소도 취한다. 등불 제조 가문 소씨 집안의 이야기를 좇아가며 아름다운 등불 축제의 풍경을 선사하고, 지금은 귀신 때문에 숨죽인 부풍성이 '불야천'이라 불렸던 시절의 야경도 보여준다. 이런 영상미는 현재와 과거의 대비를 극명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귀신의 정체와 원인이 궁금해지게끔 유도한다.

소씨 가문의 소정(왕일비)과 소억(고한)

이 과정에서 불친절한 부분도 없지 않다. 소씨 가문에 주력하는 스토리텔링에 온녕과 남사추에 대한 설명은 전무하다시피 한다. 팬들이 볼 것이라 가정하고 만든 기색이 역력하다. 아쉽긴 하나 큰 문제는 아니다. 소씨 가문으로 주체가 넘어간 이후엔 온녕과 남사추 또한 '외부인'이 되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인물인지 몰라도 몰입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퓨전 사극의 맛을 살린 액션과 음악

본작의 주인공 온녕(왼쪽)과 남사추

정치극을 표방하는 무협이 아니라면, 단연 액션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진정령 생혼>에도 액션이 있다. 검식을 주고받는 정통 무협 스타일은 아니지만, 무협 사극에 걸맞은 독특하고 특별한 액션이 준비돼있다. 주역으로 나선 두 사람의 무기가 범상치 않기 때문. 온녕은 몸에 두른 사슬로, 남사추는 음악을 연주하는 고금으로 액션을 펼친다. 귀신 또한 범상치 않은 방법으로 두 사람을 공격해온다. 무협이라기엔 가볍게 느껴질 수 있지만 판타지색이 짙은 퓨전 사극 추세에 결코 밀리지 않는 묵직함을 보여준다. 검 액션에서 느낄 수 없는 타격음과 남사추의 고금이 내는 음색이 더해져서 다이내믹한 느낌을 배로 확장한다.

음악 또한 퓨전 사극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다. 극중 대부분 국악처럼 동양미를 풍기는 배경음악이 이어지지만 클라이맥스에서 일렉 기타를 사용한 메탈 사운드로 오버랩되면서 액션 장면의 박진감을 극대화한다. 무협과 메탈, 언뜻 이질적인 조합처럼 보이지만 <진정령 생혼>이 퓨전 무협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현란한 액션과 메탈의 조합은 어린 시절 애니메이션에서 느꼈던 감성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다.

주자수 역의 하용용

퓨전 사극을 표방한 중국 영화들이 지나치게 장대한 세계를 자랑하며 진을 뺀다면, <진정령 생혼>은 외전이란 위치에 충실하다. 하나의 사건에 집중해 깔끔하고 담백한 맛을 남긴다. 온녕과 남사추의 대화를 듣다 보면 이 두 사람이 무슨 관계인가 원작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거기다 <진정령>으로 중국 내 입지를 확실히 다진 우빈, 정번성 두 배우와 <향밀침침신여상>의 악녀 수화로 유명한 왕일비도 만날 수 있다. 이 정도면 진수성찬은 아니라도 꽉꽉 눌러 담은 알찬 도시락 같은 영화라고 해도 손색없지 않을까.


씨네플레이 성찬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