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옥같은 명곡들을 남긴 채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에 오래 남아있는 가수가 있습니다. 바로 김광석이죠. 그의 노래는 영화, 뮤지컬, 음악 프로그램에 등장하고, 다시 불리며 이후 세대에게도 사랑받고 있는데요. 그의 죽음에 담긴 의혹을 파헤치는 영화 <김광석>이 개봉하면서 다시 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 남은 그의 음악들이 영화와 만난 순간들을 모아보았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 이등병의 편지
- 부치지 않은 편지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김광석의 노래는 극의 절정 부분에 쓰였습니다. 남북한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상황. 남한 병사 수혁(이병헌)과 성식(김태우)이 몰래 북한 초소로 와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임을 이들은 직감합니다. 녹음된 카세트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옵니다. 경필(송강호)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뱉고 "오마니 생각난다... 근데 광석이는 왜 그렇게 일찍 죽었다니?"라고 말하죠.

"우리 광석이 위해서 딱 한 잔만 하자."
경필의 말에 이들은 마지막 술잔을 기울입니다. 서로의 주소를 교환하고, 모자를 바꿔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가올 마지막을 준비하는 네 사람.

음향감독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는 군대 영화에 군대 노래가 들아가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다른 대안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보다 좋은 곡을 찾지 못해 결국 이 노래를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혁(이병헌)이 경필(송강호)을 향해 총을 쏘고, 성식과 초소를 나오는 장면부터는 '부치지 않은 편지'의 전주가 흘러나옵니다. 그들의 총소리에 출동한 남북한 군인들이 서로를 향해 총을 쏘는 전쟁 상황. 전혀 어울리지 않을 법한데 느린 템포의 이 곡이 장면과 잘 어우러집니다. 이 노래는 엔딩크레딧에서도 다시 한번 쓰입니다. 김광석의 쓸쓸한 목소리가 남북 분단의 비극적 상황과 겹쳐 슬픔과 회한을 담은 장면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공동경비구역 JSA

감독 박찬욱

출연 이영애, 이병헌, 송강호, 김태우, 신하균

개봉 2000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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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명품 OST로 회자되는 <클래식>에도 김광석의 노래가 삽입되었습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제목부터 너무 슬픈 이 곡. 베트남전으로 떠나는 준하(조승우)가 탄 입영열차 창문을 두드리는 주희(손예진)의 울먹이는 목소리와 함께 흘러나왔는데요. 주희는 출발하는 입영열차를 따라 뛰면서 목걸이를 건넵니다.

그리고 먼 훗날, 이들이 재회할 때, 이 음악은 다시 흘러나옵니다. 준하는 주희에게 앞이 보이지 않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아 애써 웃었지만, 그녀는 금방 알아내고 슬퍼합니다. 헤어지던 날 주희가 준 목걸이를 돌러주는 준하. 김광석의 노래가 다시 흘러나오자, 자연스럽게 둘이 헤어지던 장면이 떠오릅니다. 시간이 흘러도 이들의 감정이 여전히 애틋하다는 걸 이 노래로 느낄 수 있죠.

클래식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개봉 200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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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 거리에서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한석규가 직접 김광석의 '거리에서'를 불렀습니다. 비 오는 밤, 정원(한석규)이 다림(심은하)을 생각하면서 흥얼거리는 장면인데요. 시나리오에는 없었지만 김광석에 대한 오마주로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김광석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해 만들어진 영화로도 알려져 있는데요. 허진호 감독이 김광석의 활짝 웃는 영정사진을 보고 이 영화를 착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삶과 죽음, 한 남자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았는데요. 그래서 더더욱 일찍 생을 마감한 김광석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감독 허진호

출연 한석규, 심은하

개봉 1998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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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제목이 정말 기~인 영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에서는 김주혁이 카페에서 직접 통기타를 연주하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불렀습니다. 그 장면 위로 혜진(엄정화)과 두식(김주혁)이 지난 시간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들이 펼쳐집니다. 노래와 이 장면에는 헤어진 연인을 잊어야 하지만 잊지 못하는 심정이 녹아있습니다. 그를 잊지 못하는 건 혜진도 마찬가지입니다. 1절이 끝나고, 2절이 시작되면서 김주혁의 목소리는 김광석으로 바뀌고, 운전을 하던 혜진도 두식을 떠올리며 눈물 흘리다 그에게 돌아옵니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

감독 강석범

출연 김주혁, 엄정화, 김가연

개봉 2004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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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식이 동생 광태>
- 말하지 못한 내 사랑

또 김주혁이네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도 김광석의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이 아주 잠깐 흘러나왔습니다. 짝사랑 했으나 말 한마디 건네지 못했던 윤경(이요원)과 7년 만에  다시 만나던 순간에 흐르던 곡이었습니다. 제목과 가사, 분위기가 딱 들어맞은 장면이었죠.

광식이 동생 광태

감독 김현석

출연 김주혁, 봉태규, 이요원, 김아중, 정경호

개봉 2005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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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조승우는 노래를 불렀지만 우리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영화 후반부 아리(강혜정)에게 프러포즈를 준비하던 중 노래를 부르며 울먹이는 장면에서 조승우는 김광석의 '그녀가 처음 울던 날'을 부르길 제안했습니다. 조승우는 캐릭터의 애절한 마음을 담아 이 노래를 불렀다는데요. 에디터가 아무리 영화를 돌려봐도 찾을 수 없는 것!(ㅠㅠ) 알고 보니 영화에선 이 장면이 편집되었다고 합니다.(아니... 왜?) 영화의 완성도를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도마뱀

감독 강지은

출연 강혜정, 조승우

개봉 2006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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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디오>
- 서른 즈음에

<원더풀 라디오>에서도 김광석의 이름이 자주 언급되는데요. 주인공 이재혁 PD(이정진)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김광석이기 때문이죠. 과거 잘 나가던 걸그룹 출신으로 새롭게 라디오 DJ를 맡게 된 진아(이민정)는 여러 실수를 하는데요. 한 번은 김광석의 곡을 김현식으로 잘못 소개해 재혁의 분노를 자아냅니다.

진아에게 제대로 공부하라며 CD를 건네주는 장면에서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가 흘러나옵니다.

원더풀 라디오

감독 권칠인

출연 이민정, 이정진

개봉 2011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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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 안녕 친구여
- 사랑이라는 이유로
- 이등병의 편지
- 사랑했지만
- 그날들

영화는 아니지만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다수의 김광석 곡을 삽입한 것은 물론 영상 자료까지 등장했는데요. 삼천포(김성균)와 윤진(도희)이 참석한 김광석의 콘서트에서 삼풍 백화점 붕괴 소식을 알리던 김광석 영상이 나오고 그의 노래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는 폐경을 겪는 일화(이일화)를 위로하는 동일(성동일)의 모습에서 쓰였고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은 나정(고아라)이 삼풍 백화점 사고 현장에 있을 칠봉이를 걱정하며 뛰어가는 예고편에 삽입되었습니다. (본편에서는 '사랑이라는 이유로'가 삽입되었죠.)

'안녕 친구여'는 동일이 뇌종양 걸린 친구에게 병문안 갈 때, 입대하는 친구를 위해 한 잔 하러 간 술집에서는 '이등병의 편지', 칠봉의 진심 어린 고백에서는 '사랑했지만', 마지막 회에서 그들이 함께 울고 웃었던 지난 시간을 회고할 때 '그날들'이 쓰였습니다. 드라마의 중요 순간마다 함께했던 김광석의 노래는 캐릭터들의 일상 속에 녹아들어 그 시절을 소환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죠.

응답하라 1994

감독 신원호

출연 고아라, 정우, 유연석, 김성균, 손호준, 도희, 바로, 성동일, 이일화

개봉 2013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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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백하지만 슬픔과 쓸쓸함이 묻어있는 그의 목소리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과 어울려 관객들에게 더 큰 감흥을 전달했습니다. 잊을 만하면 드라마나 영화로 다시 불러내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죠. 급 쌀쌀해진 가을 날씨, 김광석을 추억하고 싶다면 이 영화들을 다시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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