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극장을 꽉꽉 메운 관객들을 보고 있노라면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한 영화팬들의 사랑은 정말 어마어마한 것 같은데요. 이미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 개봉 소식은 할리우드를 비롯한 전 세계 영화계의 최고의 이슈임이 분명한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은 이들도 분명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슈퍼히어로 영화를 싫어한 영화인들의 발언을 모았습니다. 여러분은 얼마나 공감하시나요?


지난 몇 년간 범람한 슈퍼히어로 영화에 사람들이 피로를 느끼길 바란다. SF 장르는 가족은 없고 과격한 남자들이 두 시간 동안 전투를 벌이면서 도시를 파괴하는 것 말고도 할 이야기가 많다.

- 제임스 카메론

<터미네이터>, <아바타> 등의 SF 블록버스터 영화를 만들며 큰 성과를 거둔 제임스 카메론 감독. 2018년 4월, 다큐멘터리 시리즈 <AMC 비저너리스: 제임스 카메론의 SF 이야기> 홍보 인터뷰에서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원더우먼>을 자화자찬하고 격려하는 할리우드의 태도는 그릇됐다. 원더우먼은 대상화된 아이콘에 불과하다. 남성적인 할리우드와 다를 바 없다. 이 영화를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내게는 후퇴처럼 느껴졌을 뿐이다.

- 제임스 카메론

제임스 카메론은 지난 2017년 8월에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는 <원더우먼>을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자신의 영화 <터미네이터>의 여주인공인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좋은 예로 들며 원더우먼 캐릭터를 비판해, 영화인과 대중들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슈퍼히어로물은 서부극 장르의 길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서부극 장르가 죽은 시대에 살고 있다. 서부극이 쇠락의 길을 걸었듯이 슈퍼히어로 무비도 서부극과 같은 방식으로 사라질 것이다.

-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슈퍼히어로 영화에 대해 정면 비판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서부극이 한차례 유행했다 사라진 것처럼, 최근 유행하는 슈퍼히어로 장르 영화도 쇠퇴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부정적 예측을 보인 정도였죠. 그랬던 그가!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 블랙 호크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를 연출한다고 합니다. 그동안 여러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슈퍼히어로 영화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사실 그는 과거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슈퍼히어로 영화로 리차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와 <아이언맨> 시리즈 첫 편을 꼽았으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를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적도 있긴 합니다.


이제는 영화 관람이 놀이공원에 놀러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중과 주주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스튜디오들이 질 나쁜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석유를 파내기 위해 지구를 상하게 하는 일과 똑같다. 당장은 최고의 수입을 올리겠지만 결국 전 세계인들의 영화 보는 안목을 망칠 것이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깨닫고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 조디 포스터

배우 겸 감독으로 활동 중인 조디 포스터는 영국 ‘라디오 타임스’ 인터뷰에서 마블과 DC의 영화 지배력에 대해 이와 같이 말했습니다. 이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를 감독한 제임스 건은 “조디 포스터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반박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텐트폴 영화들은 영화라고 할 수 없다. 그것들은 2년 후에 당신에게 후속편을 팔고자 하는 2시간짜리 예고편일 뿐이다. 슈퍼히어로 영화는 너무 많은 캐릭터가 나온다. 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시간은 고작 6분 30초 정도다. 120분 중 45분이 액션, 나머지 히어로가 6개의 분량을 나눠가진다. 만화책이나 마찬가지다.

- 제임스 맨골드

<로건>과 <더 울버린>을 만든 제임스 맨골드 감독도 히어로 영화를 비판했습니다. 그가 언급한 텐트폴(Tent-pole) 영화란 각 영화 스튜디오의 지지대 역할을 해 줄 흥행 보증 블록버스터 영화들을 말합니다.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는 내가 그간 만들었던 작품들보다 훨씬 폭력적이다.

- 멜 깁슨

<브레이브 하트>,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등을 만든 배우 겸 감독 멜 깁슨은 마블 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지적했는데요. 영화에서 폭력 신은 어떤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지 설득력 있게 전달해야 하는데, 마블 영화에는 이유 없는 폭력이 난무한다고 했습니다.


10년 전 나왔던 <배트맨>, <슈퍼맨> 영화들은 정말 멋졌다. 신선했고 새로운 감독들이 만들었다. 그런데 그다음 <배트맨>이 12편까지 나왔다. 이 히어로와 저 히어로가 있는데 복잡하게 얽히다 보니 길을 잃었다. 솔직히 창작물이라기보단 상업물 같다. 지나치게 기계적이고 산업적이다. 그래서 싫다. 이젠 신선함이 없다. 히어로물은 대부분의 경우 미국의 우월주의와 어떤 식으로 세상을 지키는지를 보여준다. 불쌍한 사람들은 '오! 슈퍼히어로가 오고 있어'라고 하는데, 그런 게 싫다.

- 뤽 베송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 홍보차 내한한 뤽 베송 감독. 국내 예능 프로그램인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미국의 히어로 영화들을 비판했습니다.


멍청이 같다. 많은 마블 영화에서 사람들은 웃긴 슈트를 입고 뛰어다닌다. 난 망토를 두른 슈퍼히어로 의상 같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독일에서 자라서 그런지 잘 공감이 안 된다.

- 롤랜드 에머리히

<인디펜던스 데이>, <투모로우>, <2012>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 마블, 워너, DC에서 만든 영화들을 보면서 자신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하는데요. 그는 예전에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신의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는 앞으로 20년간 가장 많이 모방될 영화라는 말을 했다고 언급하며 이에 공감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능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데 마블 같은 곳은 그런 사람들을 키울 토양이 안된다.
 
- 데이빗 핀처

<세븐>, <소셜 네트워크>의 감독 데이빗 핀처. 넷플릭스 TV 시리즈 <마인드헌터> 홍보 인터뷰에서 넷플릭스가 다양하고 도전적인 스토리텔링을 적극 수용한다는 장점을 강조하며, 마블과 비교해 언급했습니다. 한편 마블 스튜디오의 수장인 케빈 파이기는 독립 영화, TV 드라마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신진 감독들을 과감히 기용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데이빗 핀처는 이들이 좀 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쓴소리를 했습니다.


씨네플레이 조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