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6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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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에 올라가면 밑을 내려다볼 수가 없다. 온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고 식은땀이 난다.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조금만 높은 곳에 올라가도 이런 증상이 쉽게 발현된다고 하지만, <폴: 600미터>는 그와 거리가 먼 사람들조차 긴장하게 만드는 영화다. 단순히 높기 때문에 아찔하고 무서운 게 아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은 식량도, 잠잘 곳도 마땅치 않고 통신조차 터지지 않는 지상 600m의 타워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제대로 된 보호 장비도 없이 말이다. 상상이나 해보았나. 추운 겨울을 앞둔 지금, 짜릿한 스릴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가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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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스카이폴>, <47미터>와 같은 제작진

<47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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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개봉한 영화 <47미터>를 아는 사람? <47미터>는 후속작까지 나온 시리즈로, <죠스> 시리즈처럼 바닷속 식인 상어에게 쫓기는 스토리의 공포 영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47미터 2>는 고대 마야의 수중도시 '시발바'를 찾기 위해 동굴 다이빙을 나선 '미아'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수중 동굴에 갇힌 주인공들은 불미의 사고로 인해 오랫동안 굶주린 상어를 맞닥뜨린다. 심지어 그 상어는 눈이 안 보이는 만큼 다른 감각들이 예민하게 발달된 변종 상어였으니. 주인공들의 생존 과정이 보는 사람마저 숨 막힐 정도로 공포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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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47미터>가 수심 47m를 다뤘다면, <폴: 600미터>는 지상 600m의 TV 타워를 배경으로 한다. <47미터>의 제작진이 만든 작품이기에 이 작품 또한 극한의 긴장감을 자아낼 터. 갑작스럽게 놀라게 하거나 잔인한 묘사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영화보다 손에 식은땀 나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이다. <폴: 600미터>는 일종의 체험 영화로, 내가 딛고 있는 영화관 바닥이 아슬아슬한 건물 난간처럼 느껴질 만큼 현실감 있는 묘사로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두 여자 주인공이 안쓰러울 정도로 아찔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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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 올라간 이유는?

<폴: 6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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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에 올라간 두 여자 주인공은 친구였다. 비극적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진. '베키'와 '헌터', 베키의 남편 '댄'은 셋이 함께 절벽 클라이밍을 하며 취미를 공유하는 사이였다. 어느 날 셋은 어김없이 절벽에 올랐고 예상치 못한 사고로 인해 '댄'은 낙사하게 된다. 순식간에 남편을 잃은 '베키'는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남편 '댄'을 못마땅해 한 자신의 아빠와 사이가 멀어지기까지 한다. 과거의 비극적인 사고로부터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하는 친구가 안쓰러웠던 '헌터'는 '베키'를 찾아온다. 함께 철탑에 올라 꼭대기에서 남편의 유골을 흩뿌리자고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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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는 고민하지만 결국 제안에 응한다. 이 경험을 통해 남편과 함께 절벽을 올랐던 소중한 기억과 남편을 잃은 슬픔, 상실감이 털어질 거라고 생각한 것. 분명 '베키'의 새 출발을 위한 도전이었지만 인플루언서로 활발히 활동하는 '헌터'는 핸드폰과 드론을 챙겨와 철탑을 오르는 과정을 기록한다. 사막의 한 가운데에서 오랫동안 방치된 철탑이기에 곳곳이 부식되어 있고 곧 철거될 것처럼 상태가 안 좋지만 둘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획을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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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600미터>, @무비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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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둘은 꼭대기에 도착하고 남편 '댄'의 유골을 뿌리는 데에 성공한다. 내려오는 일만 남았는데 그 순간부터 일이 단단히 꼬인다. 결국 사다리가 부식되어 무너진 것. 예상치 못하게 두 주인공은 그 자리에 갇히고 만다. 높디높은 지상 600m에 있으니 전화 통신은 당연히 안 터지고, 먹을 것도 하나 챙겨오지 않아 막막하다. 심지어 오랜 기간 굶주려 사냥감을 목격하면 매섭게 달려드는 독수리까지 둘을 호시탐탐 노린다. 잠들면 떨어져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 가만히 서있기에도 무서운 곳에서 어떻게 살아남을지 미지수다. 철저히 고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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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점차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 그리고 살아남기 위해서 함께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낸다. 사람들에게 구조 요청을 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한 두 명은 '헌터'의 핸드폰을 통신이 터지는 곳으로 떨어트린다. 하지만 그 방법은 통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드론의 배터리는 닳고 기온은 떨어지며, 타고 온 차까지 도난당한다. 러닝타임 내내 행운의 여신이 두 주인공을 철저히 외면한다. 이 상황에서 대체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영화

<폴: 600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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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영화를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조연들은 대부분 단독 행위를 해서 죽고, 혼자 용감한 척하다가 죽고, 귀신 들린 집에 들어가서 죽고, 돌아온다고 선언한 후 죽고. 사실 <폴: 600미터>도 그렇다. 스토리가 뻔하지는 않지만 "그러게 대체 저길 왜 올라가?"란 생각이 자동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다. 아드레날린 추종자와 다름없는 두 주인공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가서 영화 보는 내내 답답해하는 관객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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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일들은 현실 속에서도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유명세에 목마른 '헌터'처럼 높은 건물에서 위험한 행위를 하다가 추락사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스릴 있는 체험형 서바이벌 영화로 <폴: 600미터>를 감상하면 그것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이 영화를 통해 교훈을 얻으면 그 또한 좋을 듯하다. 들어가지 말라는 곳은 들어가지 말고,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자. 위험한 곳은 부디 피하자. 생명보다 가치 있고 귀중한 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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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 배우들의 등장

그레이스 펄튼

버지니아 가드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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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600m라는 수치만 보면 두 주인공이 올랐던 철탑이 얼마나 높은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서울에 있는 롯데월드 타워의 높이가 555m라고 한다. 실감이 되는가. 높은 구조물을 겁도 없이 오르는 두 주인공을 연기하기 위해 '베키' 역의 그레이스 펄튼과 '헌터' 역의 버지니아 가드너는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에서 톰 크루즈와 호흡을 맞춘 스턴트 팀과 강도 높은 훈련을 반복했다고 한다. 매일 몇 시간씩 사다리를 오르내리고, 한 손으로 사다리 계단을 잡고 매달렸다고. 대부분의 장면들을 대역 없이 소화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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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뷰에서 그레이스 펄튼은 "매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버지니아 가드너는 "등반 장면은 힘들었지만 높은 곳에서 떨어져 한 손으로 매달리는 스릴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두 배우가 열연을 펼친 <폴: 600미터>는 지난 16일 개봉해 절찬리에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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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플레이 김다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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