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류승완 감독① "'휴민트'는 조인성, 박정민 두 배우로부터 출발한 영화"

류승완 감독 (사진 제공 = NEW)
류승완 감독 (사진 제공 = NEW)

류승완 감독은 매 작품 한국 액션 영화의 지형을 넓혀 왔다. 초기의 거친 난투극부터 시작해 〈베를린〉,〈모가디슈〉와 같은 첩보 액션물, 유머와 통쾌함을 동시에 안긴 〈베테랑〉, 〈밀수〉에 이르기까지, 그는 액션을 단순한 장르적 장식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시대의 균열을 드러내는 언어로 사용했다. 어둡고 눅진한 현실감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연출과 리듬감 있는 장면 설계, 타격감을 주면서도 사람에 기반한 휴머니즘적 시선은 ‘류승완표 액션’을 이루는 핵심 요소다.

신작 〈휴민트〉는 그 연장선에서 더 깊이 밀어붙인 작품이다. 류승완의 영화 속 주인공들은 늘 폭력의 한가운데서도 어떻게 인간으로 남을 것인가 시험받아 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사람을 통한 첩보 활동을 하는 ‘휴민트’의 세계를 펼쳐 보이면서, 이 영화가 끝내 응시하는 것은 냉혹한 첩보전이 아니다. 바로 위태로운 경계선 위에 선 사람들의 절박한 감정이다. 류승완은 이번에도 장르의 외피 안에 휴머니즘을 침투시키며, 작지만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는 감정의 진폭을 액션의 충격파와 함께 스크린 위에 새긴다. 류승완 감독을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휴민트〉 스틸컷
〈휴민트〉 스틸컷

영화 개봉을 하고 설 연휴 성적표를 받아 보신 후 인터뷰에 참여하셨는데요. 영화에 대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사실 저는 지금 무대 인사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근데 무대 인사하면서 좋았던 게 간만에 극장이 좀 북적이는 느낌을 받았어요. 실제로 가족 단위 관객분들도 많이 오시고, 종영하고 무대 인사할 때 영화 잘 봤다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 기운이 너무 좋고 감사해서 신나게 연휴를 보냈죠.

그리고 〈왕과 사는 남자〉의 장항준 감독도 진짜 고생하다가 지금 잘 됐잖아요. 그것도 너무 좋아요. 거기 촬영 감독도 저와 평생을 같이 한 사람이고, 유해진 선배, 유지태 배우도 있고요. 그러니까 간만에 우리가 만든 영화들로 또 완전히 다른 영화들로 극장을 북적이게 하니까 좋아요. 다른 의견은 언제나 있으니까 이렇게 생각해 보자 받아들이는 거고, 칭찬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휴민트〉는 13년 전부터 구상한 이야기이고, 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하셨다가 다시 넣어두고, 이제서야 나오게 된 작품인데요. 지금에 와서 이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이 이야기의 소재를 정하고 세팅을 시작한 건 〈베를린〉을 취재할 때인데요. 인터뷰에서 들었던 자료들, 주요 사건들이 모티브가 됐어요. 근데 그동안 제가 〈베테랑〉도 하고, 다른 것들을 했잖아요. 그 사이에 미디어 환경이 많이 바뀌었고요. 그동안 〈모가디슈〉와 〈밀수〉를 거치면서 조인성 배우와 협업하고, 박정민 배우도 그전에 〈신촌좀비만화〉라는 옴니버스 영화의 단편과 〈밀수〉를 함께했는데요. 이 두 배우를 정면에 내세워서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매력을 가진 두 배우를 정면에 내세운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 대본이 생각난 거죠.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이렇게 해본 적이 없었어요. 배우를 먼저 상정해 두고 생각했던 게 〈베테랑〉이 처음이었거든요. 배우들이 정해지면서 〈휴민트〉 대본을 되게 많이 바꿨어요. 그전에는 유머도 있고, 까불까불한 맛도 있었는데, 그냥 복잡한 것은 다 빼고 인물 중심으로 가는 걸 택했어요. 그래서 결국 배우로부터 출발했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휴민트〉 스틸컷
〈휴민트〉 스틸컷

〈휴민트〉는 모두 첩보 액션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실은 박정민 배우와 신세경 배우의 멜로가 부각되어 있잖아요. 이번 작품에서 멜로를 부각하신 이유가 궁금하고 박정민 배우의 멜로 연기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박정민 배우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멜로 부분이 이렇게 주목받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당연히 각본상에 이 인물들 간의 사연과 감정선은 있었죠. 지금 박정민의 멜로를 기대하는 대중의 반응이 불과 얼마 전에 발생한 일종의 무슨 사고잖아요. (웃음) 그래서 저희가 그걸 의도했던 건 아니고 그저 신기할 따름이죠. 근데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박정민이라는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서 가능했던 것 같아요. 〈헤어질 결심〉에서 얼마 안 되는 장면인데도, 짧지만 진짜 강렬한 모습을 보여주잖아요. 그 둘의 관계가 어떤지 우리가 바로 알게 되잖아요. 그런 배우가 갖고 있는 그 힘을 영화에 끌어오고 싶었고,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박정민 배우가 참 잘한다고 생각했죠.

박건과 채선화가 과거에 서로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 전사를 뚜렷하게 보여주지는 않잖아요. 그럼에도 감정적으로 끝까지 밀고 나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지점에서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이들의 현재 상태에 집중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간관계에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과거 사연까지 시시콜콜 알지 못해도 끈적해질 때도 잖아요. 그것을 인물에게 대입하면 그 인물에 매력을 느낄 때와 못 느낄 때가 다른 것 같아요. 뭘 많이 보여준다고 해서 그런 매력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고, 매력을 느낄 인물이라면 가만히 서 있어도 그 사람한테 매력을 느끼곤 하니까요. 그리고 지금 현재 상태에서 작중의 인물들에게 벌어지는 일만으로도 극적이고 많은 것들이 있어서, 현재에 충실하면 관객분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생각했어요. 설명하지 않는 것에서 오는 궁금증이 이 영화의 또 다른 힘이 되고, 관람하는 데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오히려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휴민트〉 스틸컷
〈휴민트〉 스틸컷

박건과 채선화의 장면을 촬영할 때도 조인성 배우를 불렀다고 하셨잖아요. 어떤 도움을 받으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그렇게 부탁했어요. (조인성 배우가) 정말 아이한테 산수를 가르치듯이 저를 앉혀놓고, ‘노희경 작가님과 작품 할 때는 이랬어’ 이렇게 세세히 알려줬어요. (웃음) 그리고 멜로 장면을 찍을 때, 지켜보고 있는 조인성 배우의 표정만 봐도 괜찮은지 아닌지 알 수 있거든요. 어떻게 보면 멜로 드라마의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사람이잖아요.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더라고요.

조인성 배우와 일하면 참 좋은 것이 같이 쌓아 놓은 게 있으니까 통하는 게 있죠. 좋은 배우들은 사실 태도가 다 비슷한데요. 그러니까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 전체가 어떻게 완성될 것인지 조망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등대 같은 역할을 해준 것 같아요. 자신에게 빛을 비추는 게 아니라 주변부를 비춰줘서 오히려 자신의 존재감을 더 뚜렷하게 하는 거죠.

이 작품에서 조 과장이 왜 주요 인물로 존재해야 할까 생각해 봤는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두 청년인 박건과 채선화를 국가 대신에 지켜주는 참 어른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조 과장이라는 인물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주세요.

절대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인물은 아니었으면 했어요. 사실 멜로 드라마의 느낌을 더 강하게 주려 했다면 삼각관계로 만들어버리는 게 훨씬 더 유리한 지점이 있죠. 근데 이상하게 그건 싫었어요. 그러면 공식대로 가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 오히려 조인성이라는 배우이기 때문에 역으로 멜로적인 뉘앙스를 빼고, 박정민에게 이것을 줌으로써 틀을 깨는 거죠.

또 사람이 누구나 정말 죽을 것 같은 순간을 한 번은 겪잖아요. 진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씩은 하죠. 근데 제가 예전에 자살 방지 운동하시는 분과 얘기를 했는데, 한 사람만 옆에 있으면 산다는 거예요. 큰 희망이 아니라 그냥 그 사람의 얘기를 들어주는 한 사람이요. 전 조인성 배우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아요. 그래서 말씀해 주신 그런 시선이 저에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그늘이 되어 줄 수 있는 그런 인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휴민트〉 스틸컷
〈휴민트〉 스틸컷

조인성 배우가 등대 같은 역할이었다면, 신세경 배우는 캐스팅하면서 기대했던 바가 있을까요?

고요하면서 단단한 느낌의 힘이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신세경 배우를 만났는데, 사람이 되게 차돌 같은 거예요. 자기를 강하게 어필하는 게 없는데도 꼿꼿한 태도 있잖아요. 그래서 내가 원하던 사람이다 싶었죠. 신세경 배우도 왈가닥인 역부터 시작해서 되게 감성이 짙은 연기까지 많은 연기를 해왔잖아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이 배우가 되게 철저하게 준비한 거였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제가 북한 관련 소재 영화를 앞서 두 편을 하면서 꽤 많은 배우가 사투리 연기를 했을 거 아니에요. 근데 신세경 배우가 최상으로 잘했어요. 대사를 처음에 딱 듣는데 되게 놀랐어요. 특히 노래할 때 그 사투리 어감까지 살리는 걸 듣고는 배우들도 다 놀랐어요. 배우들이 신세경 배우가 연기하는 거 보면 신기해서 옆에서 구경하고 그랬어요. (웃음)

▶ 〈휴민트〉 류승완 감독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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