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류승완 감독 인터뷰는 1부에서 이어집니다.

이번 작품에서 멜로가 많이 부각됐지만, 액션 신을 보면서는 ‘역시 류승완’이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카 체이싱, 드리프트, 계단 액션 등 되게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어요. 액션 장인으로 불리시면서 그 장르 안에서 계속 새로운 걸 추구해 나가시는 데, 좀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군사전문기자가 계시는데, 이 분이 실제 특수부대 교육도 많이 하시고, 교관도 하셨어요. 이분과 〈모가디슈〉 때부터 같이 일했어요. 로케이션 헌팅을 하거나 미술 디자인이 나오거나 하면 제가 검토하잖아요. 시나리오상 인물의 포지션이 있으니까요. 인물의 목적이 다 있고요. 이거를 기반으로 해서 그 기자분이 실제 군사 작전을 하듯이 어떻게 침투하고 동선은 어떻게 하고, 어떻게 엄폐하고, 최단 거리는 어떻게 유지하고 이런 것을 이분이 다 설계해 줬어요. 이걸 기반으로 액션 팀이 스턴트 디자인 등을 맞춰서 한 거죠. 또 총격전 할 때 파지법을 유념해서 했어요. 그리고 섬광탄 장면은 우리나라 국정원에서 실제로 벌여서 성공했던 작전을 갖고 만들었어요. 드리프트를 한 팀은 라트비아 드라이버인데, 드리프트 세계 챔피언이에요. 너무 놀랐던 게 눈밭에서 드리프트를 하는데, 제가 서 달라는 위치에 정확하게 세워 주더라고요.

조인성 배우가 인터뷰에서 자기는 액션을 잘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감독님께 물어봐달라고 하더라고요. 감독님이 보시기에 조인성 배우와 박정민 배우의 액션에 대한 장점은 어떤 게 있는지 말씀해 주세요.
이렇게 말씀드릴게요. 우리 영화에 러시아 마피아 보스로 나오는 로버트 마서라는 배우가 저도 몸 쓰는 사람들을 좀 봤지만, 진짜 이 사람은 말도 안 되게 몸을 쓰더라고요. 우리 스턴트 팀이 이 사람의 몸놀림을 못 따라가서 스턴트 더블(전문 스턴트 연기자)을 하나도 못 썼어요. 너무 잘해요. 근데 조인성, 박정민 배우가 로버트 마서와 대결할 때 안 밀려 보이잖아요. 실력으로 따지면 로버트 마서한테 안 돼요. 근데 대등해 보이게 하는 건 뭐냐면 그건 감정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 상황 안에서 뿜어야 하는 감정들인 거죠.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액션 신은 스턴트 플레이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지만, 결국 좋은 감정이 수반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측면에서 두 배우 다 탁월한 액션 배우라고 생각해요.

〈휴민트〉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 유독 떨린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이유가 어떤 건지 이후에 좀 마음을 들여다보셨을까요?
그날 옆에서 배우들이 보고 당황할 정도로 제 손에 땀이 나고 그랬어요. 저의 모든 영화가 다 특별하고 진짜 최선을 다해서 찍고 그랬는데 유독 이 영화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다만 좀 영화계 환경이 변하고 있어서 더 그런 건 있는 것 같아요. 극장을 꽉 채울 수 있는 게 너무 소중한 거죠. 무대 인사를 할 때, 스크린 쪽에서 관객석을 보면 한 번씩 울컥해요. 저도 영화를 보러 동네 극장에 가는데, 그 큰 극장이 텅텅 비어 있으면 썰렁하거든요. 그런 변화 속에서 한 편 한 편 만드는 것이 너무 소중한 거죠.
한국 영화가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로 세대교체, 영화제의 성장, 비평 저널리즘의 성장 이것들을 주로 얘기하는데, 저는 관객들의 성장이 아니었으면 이 세 가지가 아무리 커도 대중 영화가 산업적인 시스템으로 안착할 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수요 없는 공급은 없잖아요. 그러니까 관객들이 밀어줘서 지금까지 왔는데, 이 놀이터가 텅텅 비니까 마음이 아프죠. 아마 그런 요인들이 작용해서 더 소중하게 느끼고, 감사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감독님이 쓰신 대사 중에는 “어이가 없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등등 명대사가 많아요. 근데 이게 어떻게 보면 당시에 사람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하나의 문화, 밈을 만든 셈인데요. 사람들에게 류승완표 대사가 왜 이렇게 울림이 있는지 생각해 보셨나요?
그걸 제가 알면… 정말 차라리 그런 게 없으면 억울하지도 않은데 (웃음)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 대사를 막 쓰려고 한다고 써지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저는 인물들이 할 법한 대사인데, 조금 더 꽂히는 대사가 뭘까, 더 재밌는 대사가 뭘까 고민하는 거죠.
대신에 그런 건 있어요. 이번 영화에서도 주요 인물이 하는 대사는 아니지만 장현성 선배가 “누구는 적응해서 일하냐, 일하면서 적응하는 거지” 이런 말들이 제가 예전에 직장 생활을 할 때 느꼈던 그런 느낌이거든요. 일부러 명대사를 남기려고 하기보다 배우를 통해서 관객과 대화하는 느낌이 들게 하는 그런 말들을 채집하려고 하죠.

〈베테랑 3〉도 이제 들어가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아요.
이제서야 제가 〈베테랑 3〉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됐는데요. 지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2편이 1편에 대한 저의 여러 생각들을 정리한 거였다면, 3편은 다시 순수하게 관객들이 좋아했던 서도철을 다시 돌려드리려고 합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간하신 책 「재미의 조건」에서 "〈휴민트〉는 내게 실험이면서 동시에 고백"이자 "앞으로 내가 어떤 방식으로 영화를 해야 할지, 얼마만큼 내려놓고 얼마나 붙잡아야 할지를 나한테 묻는 과정이기도 했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휴민트〉는 내게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는 영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영화만 보더라도 그 변화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근데 이 변화를 대중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잖아요. 그런 점에서 오는 두려움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건 지금까지 항상 그랬어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없던 걸 하는 거니까요. 우리가 두려움을 느끼는 건 모르는 것에서 두려움을 느끼잖아요. 사실 프랜차이즈 영화를 만들어도 숫자만 다르게 붙을 뿐이지, 해당 이야기나 세팅은 새로 시작해야 해요. 그래서 항상 두렵지만, 또 재미있죠.
근데 그건 있어요. 제가 책에도 썼는데, 〈휴민트〉를 만들고 나서는 좀 여한이 없어진 느낌이에요. 그러니까 진짜 해보고 싶은 건 다 해본 거예요. 데뷔하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취향에서 벗어나지는 않되, 그 취향의 극단으로 가서 만들기도 하고 좀 누르기도 하면서 여러 방향으로 만들었는데요. 이번에는 제가 되게 해보고 싶었던 어떤 감정선과 액션의 스타일, 영화의 톤과 무드 이런 걸 이번 작품으로 다 했어요. 그러니까 미련도 없고, 다음 작품 할 때는 되게 편하게 할 수 있겠구나, 또 되게 달라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 유아기를 벗어난 느낌이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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