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민이 자신의 멜로 열풍을 이어갈 작품으로 돌아왔다. 2월 11일 개봉한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는 박정민과 신세경 배우의 예상치 못한 짙은 멜로를 보여준다. 이번 작품에서 박정민은 매사 냉철한 판단력과 기민한 움직임을 바탕으로 성과를 쌓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 역을 맡았다. 박건은 작전 지역에서 채선화(신세경)를 마주하면서 국가와 개인(자신) 사이에서 갈등하기 시작한다. 박정민의 박건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지극한 순애를 내보인다. 대중이 본격적으로 박정민에게 멜로를 기대한 화사의 노래 ‘Good Goodbye’ 뮤비에서 보여준 겉으로는 무심하지만 뒤에서 상대를 슬며시 챙겨주고 포용하는 모습과는 다른 설렘을 유발한다. “누가 나의 멜로를 궁금해나 할까?” 자문했던 박정민의 멜로 연기는 이제 대중이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되었다. 〈휴민트〉의 박건은 그 대중의 기대에 제대로 응답한다. 배우 박정민을 만나 작품과 인물에 관해 들어보았다.

이번 영화 〈휴민트〉는 어떤 부분에 이끌려서 참여하게 되었나요?
이야기가 굉장히 직진하면서 흘러가잖아요. 이 직진하면서 긴박한 이야기를 감독님께서 어떤 톤앤매너로 만들어 내실 지 제일 궁금했고요. 무엇보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 후에 인물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어요. 사실 좀 놀랐어요. 왜 나에게 이렇게 좋은 역할을 뭘 보고 주셨을까 싶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이 작품이 사실상 박건의 감정 상태에 따라서 이야기가 계속 전복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생기는 변곡점들은 다 박건의 심리적인 변화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저에게 주셨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감사한 마음도 크게 가졌습니다.
류승완 감독님의 전작 〈밀수〉에도 출연하셨어요. 근데 〈밀수〉에서 맡은 장도리 캐릭터와 〈휴민트〉의 박건은 외적인 비주얼이나 감정선이 극과 극의 인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감독님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눈 적은 없어요. 감독님께서는 그냥 박건이라는 인물이 멋있었으면 좋겠다, 굉장히 목적이 분명한 사람이었으면 좋겠고, 야생적인 그런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저도 그런 인물을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사실 어느 정도 촬영을 진행하면 자아도취가 시작되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그 인물에 가까워지는 거예요. 시작했으니까 박건이라는 인물은 더 이상 다른 사람의 얼굴로는 갈 수가 없는 거다. 결국 이 역은 내가 하는 거라고 믿고 가야 하고 그러다 보면 이제 취하게 마련인데, 그게 뭐 잘생기고 못생긴 걸 떠나서 그냥 이 인물과 나를 붙여놓기 마련인 거죠. 그래서 완성된 영화를 보기 전에 무서웠어요. 그 인물은 촬영 후 1년이 지난 지금의 박정민과는 너무 동떨어진 인물인데, 그 인물을 볼 때 괜찮을까? 오그라들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많았어요. 다행히 영화를 보고 나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 감사하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2022)에서 홍산오 역으로 짧게 사랑을 표현하셨는데요. 그 짧은 순간을 보고 심지어 자살 충동이 일어난 와중에도 사랑이 뭔가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어요. 이번에 류승완 감독이 이를 제대로 드러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캐릭터의 이미지는 박정민이 바란 건가요? 아니면 박정민 안에 무엇이 있기 때문에 감독들이 이런 이미지를 끌어낸 것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배우가 연기할 때 자기 안에 없는 것이 나온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 안에 어떤 것이 있는지 차분히 찾아보고 그걸 발견해 내는 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박건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어떤 순애와 같은 것을 제 안에서 찾아보려고 부단히 애썼죠. 제가 구체적으로 박정민의 어떤 모습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제 안에 기억된 어떤 것이 발현된 거라고 생각해요. 특히 박건 같은 경우는 모든 표현을 거칠게 할 수밖에 없잖아요. 누군가를 구출해 내기 위해서 싸우고 뛰어다녀야 하지만 사랑했던 여인의 앞에서는 그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죠. 그런 면모들을 제 안에서 비슷했던 순간의 박정민을 찾으려고 계속 노력했던 것 같아요.
다른 장르를 주로 하다가 갑자기 멜로와 로맨스를 하게 됐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해요. 또 평소에도 멜로나 로맨스에 대한 갈증이 있으셨나요?
갈증은 없었고요. 선물처럼 찾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너무 멜로가 하고 싶은데 멜로 대본이 안 들어와서 고통스러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웃음) 그리고 사실 저는 〈휴민트〉도 멜로라는 생각을 안 했습니다. 처음에는 액션 영화이고, 누군가를 구출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박건과 채선화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깊게 표현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근데 촬영하면서, 채선화라는 인물에 신세경 배우가 합류하고 카메라 앞에서 서로 연기를 하다 보니까 조금 더 그런 감정이 짙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어쩌면 멜로일 수도 있겠다고 촬영 중간에 깨달았어요.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어렵기도 했지만, 뭔가 쓸쓸했던 장면이 창가에서 선화의 노래를 듣고 있을 때인데요. 저는 그 장면 때문에 이 영화가 멜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아무튼 이 작품도 제가 멜로를 너무 하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아니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겁니다. (웃음)

박건이 대사로 뭔가를 설명해 주는 캐릭터는 아니잖아요. 눈빛과 표정, 어떤 몸짓, 액션으로 많이 표현하셨는데, 박건이라는 인물에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궁금해요.
원리원칙주의자라고 생각했어요. 국가에 충성하는 이념적인 인간이고, 그래서 선화가 떠난 것 같고요. 그런 원리, 원칙을 중요시하던 사람이 무언가를 크게 잃었을 때 오는 그 어떤 심정의 변화, 그리고 실제로 다시 잃었던 사람을 만났을 때 무너져가는 자신의 신념 같은 것을 표현하려고 했어요. 이 사람은 말로 표현하는 것은 늘 어색하지만, 그 한 사람을 위해서 싸우죠. 그렇게 하는 것이 더 익숙한 사람일 거라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막 말이 많고, 대사로 이런 걸 표현하기보다 오히려 침묵하는 걸로 계속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캐릭터로는 차갑고 날렵해 보이는 인상도 보여 주셔서 외적으로도 준비를 하셨을 것 같고, 또 액션도 해야 해서 체력적인 준비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러닝을 위주로 했고요. 살을 빼기보다는 요즘 말로 여백을 정리한다고 하잖아요. 붓기도 좀 빼고. 이게 살은 이미 빠져 있는데 러닝을 하고 갈 때와 안 하고 갈 때의 얼굴의 형태가 다르더라고요. 제가 좀 그렇더라고요. 림프가 막혔나 봐요. (웃음) 그래서 항상 촬영하기 전에 그게 아침이든 밤이든 좀 뛰고 가서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촬영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이 크랭크인 전에 제작사 사무실로 저를 부르셔서 저의 얼굴을 360도로 다 찍었어요. 조명이 들어올 때 박정민의 얼굴, 자연광에서의 박정민의 얼굴, 머리를 깠을 때 박정민의 얼굴, 내렸을 때의 얼굴 등 수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콘티를 그리시면서 박정민이 이 각에서 예쁘니까, 이 각에서 남자다우니까, 이 샷은 이런 앵글로 쓰자 이렇게 정하셨어요. 오죽하면 그렇게 하셨겠어요? (웃음)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죠. 심지어 조명 감독님은 저랑 〈뉴토피아〉(2025)를 같이 했었는데 얼굴이 완전 다르니까 멋지게 나오게 해야 하니 가장 멋있는 앵글을 써주려고 노력을 많이 해 주셨어요. 그런 덕도 많이 봤죠.

대화를 나누면서 느꼈는데, 본인의 멜로 연기에 대해서 굉장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시는 것 같아요. 왜 그렇게 박한 반응을 보이시는 건지 궁금해요.
이게 정확하게 얘기하면 제가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하는 멜로를 보는 사람들이 알레르기를 느낄까 봐 그래서 알레르기를 느끼는 거예요. 멜로가 너무 싫어 이게 아니라 너무 해보고 싶죠. 도전해서 좋은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죠.
근데 이것도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지만, 지금은 어쨌든 박정민의 멜로가 궁금하다는 의견들이 나왔잖아요. 근데 그전에 저는 ‘내가 하는 멜로를 누군가가 궁금해 하나?’라는 생각 때문에 멜로를 하려는 생각이 별로 없었던 거예요. 근데 지금은 멜로 비슷하게도 나왔으니 사람들의 평가를 한번 보고 좋다고 하시면 제가 더욱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용기가 생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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