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장정의 가장 찬란한 피날레 완성! '유미의 세포들3' 김재원①

〈유미의 세포들3〉
〈유미의 세포들3〉

순록의 세포 마을에는 단단한 ‘원칙의 탑’이 높고 곧게 서 있다. ‘샤워 시엔 머리부터 감기’, ‘덕질은 한 달에 최대 50만원’ 등의 사소하고도 거대한 원칙들은 순록 세포 마을의 근간이자, 평화를 유지하는 힘이다.

배우 김재원 본인의 원칙의 탑에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자’라는 대원칙부터 파생된 작고 큰 원칙들이 촘촘하고 빼곡하게 들어선 듯하다. ‘내가 하는 작품을 사랑하자’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자’ ‘작품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자’ 등, 마치 순록의 원칙들이 세포 마을의 질서를 세우듯 김재원의 원칙들은 그의 선택들을 설계해왔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푸르른 청춘 최한수, 〈은중과 상연〉의 트랜스젠더 천상학에서부터 〈레이디 두아〉의 호스트바 선수 강지훤까지, 또래 배우와 비교해 파격적이고 거침없는 선택들을 해온 배우 김재원은 〈유미의 세포들〉 시즌3(이하 〈유미의 세포들3〉)의 신순록 역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다시 한번 인상적인 방점을 남겼다.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는 시즌1, 2를 지나 시즌3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지난 4일 종영한 〈유미의 세포들3〉은 스타 작가가 된 유미(김고은)의 무자극 일상에 쨍그랑 던져진 돌멩이 같은 연하남 신순록(김재원)과의 이야기를 다룬다. 시즌1의 구웅(안보현), 2의 유바비(박진영)을 지나, 유미는 순록을 만나 비로소 그와의 평생을 약속한다. 몇 년에 걸쳐 유미의 성장기와 연애담을 모두 지켜본 시청자들로서는, 순록이와의 해피엔딩에 비로소 후련하게 유미를 보낼 수 있었다. 정들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듯한 이 시원섭섭한 시즌은, 김재원의 신순록으로 비로소 완벽한 피날레를 맞이했다. 지난 8일, 씨네플레이는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김재원과 만나 〈유미의 세포들3〉 종영 소감부터 비하인드, 그리고 신인 배우로서의 마음가짐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에 인터뷰의 전문을 옮긴다.


배우 김재원(사진제공=티빙)
배우 김재원(사진제공=티빙)

우선 이번 작품이 많은 화제 끝에 종영한 소감을 듣고 싶어요.

〈유미의 세포들〉은 시즌1, 2, 그리고 3까지 오는 대여정이었는데, 그 여정의 마무리를 함께 하게 되어서, 그리고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너무 뿌듯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셔서 너무나 기쁘고요. 제가 버블이라는 소통 앱을 하는데, 거기에 〈유미의 세포들3〉을 떠나보내는 게 너무 아쉬워서 장문으로 편지를 썼을 만큼, 정말 이렇게 정이 들 수 있나 싶을 정도의 캐릭터였어요. 순록이와 유미가 굉장히 ‘해피’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저도 유미의 관점에서 〈유미의 세포들〉을 쭉 따라왔던 오랜 시청자로서, 유미가 평생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신순록 역은 웹툰에서부터 가상 캐스팅이 활발했을 정도로,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배역입니다. ‘완벽한 연하남’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을 텐데, 순록 역에 최종 낙점되었을 때의 기분은 어땠나요?

사실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 같은데요. 마치, 대가족에서 귀하게 자란 딸이, 명절에 “내 남자친구야” 하면서 여러 친척에게 보여주는 느낌이었어요. 원작에서도 순록이는 연하남의 유니콘과 같은 존재이고, 결함과 군더더기가 없는 완벽한 연하남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런 부담감이 있긴 했는데요. 반대로 생각해 보니까, 그런 판타지 같은 인물을 제가 연기할 수 있다는 건 굉장히 큰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작품도 물론 최선을 다했지만, 이번 작품은 유독 100%로 할 거를 200%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아요.

〈유미의 세포들〉 이전 시리즈에 비해 8부작이라는 분량이 다소 짧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순록의 서사를 충분히 보여주기에 아쉬운 지점은 없었나요?

배우는 어쨌거나 연기하는 사람이고, 작품의 길이를 조정할 수는 없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도 〈유미의 세포들3〉이 기존 시리즈보다는 짧으니까 왜 그럴까를 생각해 봤는데요. 이건 감독님 피셜도 아니고 작가님 피셜도 아닌데,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니까 순록이는 여태까지의 인물들과 다르게 확신이 서면 바로 직진하는 스타일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잴 것도 없고 계산할 것도 없는 인물이기에, 오히려 컴팩트하게 담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이제 짧더라도, 순록이를 잘 표현해보자는 마음이 우선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역할로서 최선을 다해서 임했던 것 같아요.

〈유미의 세포들3〉
〈유미의 세포들3〉

시즌1과 2의 구웅과 유바비라는 인물들을 지나, 결국 순록이 유미의 최종 파트너가 되었죠. 순록이가 유미의 반려자가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배우님이 해석한 순록만의 결정적인 한 방이 궁금합니다.

저도 연기하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순록이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흔히들 얘기해 주시는 유니콘 같은 것들, 그리고 큰 키 이런 것보다는, 본인이 확신이 서는 순간 쭉 직진하는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여태까지 현실적인 면에 부딪혔던 다른 인물들도 있지만 순록이라고 그런 게 없었을까요. 있었을 텐데도, 어쨌거나 ‘나는 이 여자를 사랑해, 이 유미 누나를 내가 평생 지킬 거야’라고 딱 마음먹는 순간 마치 ‘외길 장군’처럼 계산 없이 그냥 오로지 직진하는 게, 결혼까지 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니었나 싶어요. 그리고 순록이에겐 강렬하고 벼락같이 꽂히는 스파크가 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해요. 기차에서 실없이 웃는 모습에 반했던 유미처럼요.

일할 때는 ‘냉철한 철벽남’이었다가도 집에서는 무장 해제되는 순록 특유의 온앤오프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원작과의 싱크로율도 고민했을 것 같은데요.

일단 외형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어요. 일할 때는 반깐 머리를 하고, 각진 안경을 끼고 냉철해 보이고 싶은 순록이의 모습과, 일이 끝났을 때, 오프가 됐을 때의 순록이는 곱슬기가 가득하고 내린 머리에 파자마 옷을 입고 회사에서는 절대 안 했을 법한 풀어져 있는 자세들을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제가 실제 성격은 집돌이가 전혀 아닌데, 일이 끝나고 나면 저도 방전이 되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싱크로율이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실제 저의 모습을 순록이에 녹였던 것 같아요. 크게 싱크로율이 달라서 어렵다거나 이런 점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유미의 세포들3〉
〈유미의 세포들3〉

신순록을 연기한 후, 기억에 남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순록이는 원작에서부터 인기 캐릭터던 만큼, 캐스팅된 후 주변 지인들의 반응이 어땠었는지 궁금해요.

‘저런 연하남 만나고 싶다’라는 반응이 굉장히 기분 좋았던 것 같고요. 친누나가 순록이를 너무 좋아하는데, 친누나가 “이 정도면 괜찮다” 이렇게 말한 거 보니까 그래도 잘 했구나, 나쁘지 않게 했구나, 싶어요. 누나가 순록이를 연기하기 전에, “꼭 잘해”라고 하더라고요. 말에 뼈가 있는 “잘해”, 그런 느낌이었어요.(웃음)

김재원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본인만의 ‘담백한 호흡’으로 인물을 잘 살려냈다는 호평이 많은데요. 순록이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요.

‘느끼해지면 안 된다’가 첫 번째였어요. 연하남으로서, 그리고 사랑의 감정을 줘야 하는 인물로서 연하인데도 남자로 잘 보여야 하고, 설렘을 안겨줘야 하니까, 절대 느끼해지지 말자고 생각했죠. 느끼함과 설렘은 한 끗 차이잖아요. 그리고 이 드라마 특성상 세포들이 나오기 때문에 내가 가만히 무표정으로 해도 세포들이 마음을 대변해 준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과하지 않은 감정을 표정에 담고, 어차피 세포들이 다 설명해 줄 테니까 최대한 담백하게 표현을 하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 덜어내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메이킹 영상을 보니, 고백 장면을 찍고 나서는 카메라 뒤에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셨더라고요. 그처럼, 감정이 다소 과해질 때가 있었을 것 같은데, 담백함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현장에서 어떻게 노력했나요.

제가 과하면 감독님이 바로 잡아주셨고요. 리허설 때도 최대한 담백하게 하려고 했는데, 전작 〈레이디 두아〉의 파격적인 선수 말투가 저도 모르게 남아 있었나 봐요. 순간순간 튀어나올 때가 있었어요. 고은 누나가 넌지시 “이런 투가 어때”라며 제안해주시기도 하셨는데, 결코 “순록이는 이런 캐릭터니까, 이렇게 해라”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항상 후배의 의견을 존중해 주셨죠. 항상 ‘너의 의견은 어떤 거야?’ 물어보시고, ‘나의 의견은 이것이니까, 좋은 것만 뽑아서 이렇게 만들어 보자’라는 식의 작업이었어요. 그렇게 연기를 하다 보니까 제가 튀는 톤에서는 감독님과 선배님들이 잡아주셨고, 그리고 제가 생각했을 때 조금 더 톤이 올라와도 좋겠다 싶을 때는 제가 먼저 감독님에게 가서 “이럴 때는 조금 더 절절하게 해도 되지 않을까요?” 해서 탄생했던 게 고백하는 신들이었고요. 고백 신에서는 이성적인 인물이 무너지고 감정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보니, 순록이의 빨개진 눈시울이 표현된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는데, 메이킹을 보니까 ‘나도 참 이때 많이 몰입해 있었구나’를 느껴요.

극 중 유미가 ‘순록이는 MZ니까’라고 하는 말이 있잖아요. 실제 MZ세대인 입장에서, 순록이가 이해 안 되는 지점이나, 혹은 더 밀어붙이고 싶었던 개성이 있었나요?

상황극 자체가 호불호가 있고, 일반적이지는 않잖아요. 연기하면서는 민망하고 부끄러웠던 순간들이 있었는데, 시간 지나고 보니 그런 장면들 때문에 연하남의 매력이 조금 더 증폭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연기할 때는 굉장히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다시 갔던 테이크들이 있었는데, 하다 보니까 영화관 장면 같은 경우에는 저도 재미있어서 오히려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실제 저로서는 상황극 많이 힘들 것 같습니다. (웃음)

〈유미의 세포들3〉
〈유미의 세포들3〉

초반부의 ‘딸기슈크림붕어빵’ 사건 역시 인상적이었어요. 유미 앞에서 순록이는 남은 딸기슈크림붕어빵을 모조리 다 사가죠. 순록이는 그때 어떤 마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셨나요.

저도 사실 감독님께 아직 여쭤보지 못한 부분인데, 제가 생각했을 때는 ‘순록이는 슈크림 붕어빵이 먹고 싶었다’가 결론인 것 같아요. 저희가 사실 ‘혐관 로맨스’로 시작을 했지만, 사실 유미의 관점에서는 ‘혐관’이지만 순록이의 관점에서는 ‘혐관’이 아닌 것 같은 거예요. 순록이는 매번 유미를 이성적으로 대했을 뿐이고, ‘딸기슈크림붕어빵’ 사건 역시, ‘내가 먼저 왔으니까 내가 먼저 가져간다’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유미와 순록이의 ‘말티즈’ 사건도 있었죠. 사실 다른 얘긴데, 요즘 제 인스타그램에 그렇게 말티즈 프사를 하신 분들이 많이 오시더라고요. (웃음)

순록이는 유미와 사귄 지 한 달 만에 다이아 반지로 프로포즈하잖아요. 현실에서는 쉬운 일이 아닌데, 순록이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도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 정도의 확신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나서 “부담스러우면 반지 환불해도 돼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순록이는 정말 계산이 없는 인물인 것 같아요. 꼬임이 없고, 명확한 인물이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순록이가 여태껏 그랬던 적이 없었을 텐데, 얼마나 사랑했으면 그랬을까, 하는 생각으로 보면 굉장히 멋있고요.

〈유미의 세포들3〉
〈유미의 세포들3〉

김재원 배우가 정의하는 ‘신순록’이라는 남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직진남’이라고 생각했어요. 요즘 ‘에겐남’, ‘테토남’과 같은 얘기들을 하잖아요. 어쩌면 순록이가 테토가 아닐까 싶어요. 외형적으로는 흔히 알려진 에겐남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사실 진정한 테토는 근육이나 동굴 저음이 아니라, 이런 직진하는 상남자의 모먼트들이 아닐까요. 그런 연하남의 패기가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순록이가 처음 유미에게 마음을 열게 된 시점도 궁금해요. 배우 본인이 봤을 때, 순록이의 사랑의 시작은 언제였다고 보세요?

순록이가 고백할 때 “아마 처음부터 작가님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는 대사가 있잖아요. 순록이는 공과 사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대원칙 때문에 잘라냈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유미 작가에게 호감이 있었고 계속 챙겨주고 싶고 눈에 밟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업무 관계에서는 절대로 연애를 하지 않는다’라는 마음 때문에 유미에 대한 사랑이 커져 갔는데도 억지로 잘라냈다고 생각해요. 마치 순록이의 엑스레이처럼,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사랑이 빠르게 커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유미의 세포들3〉 배우 김재원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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