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해야 했을까?' 25년의 은둔… 의사 부모의 뼈아픈 선택
일본 55회 연속 매진 화제작, 1980년대 정신과 의료 현실과 가족의 딜레마 조명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7-30/1160f07d-8585-496d-ba3a-aad9094414df.jpg)
비극의 단면을 넘어선 성찰, 카메라가 응시한 가족의 이면
"부모의 대처가 가혹했다는 비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과연 이 비극의 책임이 온전히 그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2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온 조현병 환자 누나의 궤적을 좇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의 '후지노 도모아키' 감독은 단호한 어조로 반문한다. 그는 가족의 치부를 스크린에 투사한 목적이 부모에 대한 단죄가 아님을 명확히 했다. 오히려 현재 진행형인 사회적 고립과 정신질환자 돌봄의 사각지대를 공론화하기 위한 치열한 기록임을 강조한다.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여전히 음지에서 반복되는 현실의 무게를 대중과 나누고 싶었다"며 메가폰을 잡은 심경을 밝혔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속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7-30/a9d1b50e-bd8d-4118-9997-55edb0156490.jpg)
1980년대 의료 시스템의 맹점, 의사 부모가 택한 자택 요양의 진실
작품은 1983년 '조현병' 첫 증세를 보인 후 자택에 갇혀 지내야 했던 친누나의 25년을 밀도 있게 조명한다. 부모 모두 엘리트 '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허공을 향한 절규와 환청에 시달리는 딸의 병증을 직시하지 못했다. 이들은 제도권 병원 치료 대신 자택 내 돌봄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내린다. 현대적 관점에서는 치료받을 권리를 앗아간 방임으로 비칠 수 있으나, 당시 일본의 의료 인프라와 사회적 인식을 교차 검증하면 상황은 다르게 해석된다.
'후지노 감독'은 "한 80대 노정신과 전문의가 '당시 시대상으로는 부모의 판단이 최선이었을 것'이라는 관람평을 남겼다"고 회고했다. 1980년대 일본은 뚜렷한 조현병 치료 프로토콜이 부재했으며, 정신병원 내 가혹행위와 인권 유린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던 시기였다. 부모로서는 딸을 사지에 몰아넣는 대신, 자신들의 통제하에 두는 것이 최선의 보호막이라 믿었던 셈이다.
부모의 선택 이면에는 "가족의 힘으로 치유할 수 있다"는 막연한 희망과, 가정 내 인간적 대우가 병원의 강압적 환경보다 우월하다는 당대 일부 의학계의 시각도 작용했다. 그러나 25년의 유예 끝에 누나는 2008년이 되어서야 전문적인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결국 2021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영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포스터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cdn.www.cineplay.co.kr/w900/q75/article-images/2026-07-30/fcf51ee6-5be4-44ca-8f3a-f33c0901988a.jpg)
독립영화관 55회 매진의 기적, 남겨진 이들을 위한 진혼곡
가장 내밀한 가족의 비극을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은 창작자에게도 뼈를 깎는 고통이었다. '후지노 감독'은 "개봉 확정 후 혀가 찢어질 정도로 이를 악물며 수면 장애에 시달렸다"며 극도의 압박감을 토로했다. 그럼에도 그를 지탱한 것은 유사한 고통을 겪는 수많은 '환자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레퍼런스가 되길 바라는 사명감이었다. "세상을 떠난 누나를 향한 부채 의식은 평생 안고 갈 짐이지만, 제2, 제3의 비극을 막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몫"이라는 그의 고백은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진정성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였다. 2024년 12월 일본 개봉 당시 도쿄의 상징적인 독립예술영화관 '포레포레 히가시나카노'에서 '55회 연속 매진'이라는 전무후무한 흥행 기록을 세웠다. 국내에서도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와 '무주산골영화제' 등을 통해 작품성을 입증하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한 가족의 폐쇄적 역사가 어떻게 동시대의 보편적 연대로 확장되는지, 이 영화는 그 가장 완벽한 해답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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