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괴물' 사카모토 유지 신작 '짝사랑 세계', 유령 소녀들의 특별한 성장

'꽃다발' 감독과 '괴물' 각본가의 만남.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 성장하는 세 유령 소녀의 따뜻한 여정을 그린다.

영화 '짝사랑 세계'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짝사랑 세계' 포스터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시간이 멈춘 세계에서 자라나는 세 소녀의 기묘한 동거

죽음 이후에도 성장은 계속될 수 있을까. 세상과 이별한 세 소녀의 독창적이고도 애틋한 궤적을 좇는 일본 영화 '짝사랑 세계'가 마침내 국내 스크린에 상륙한다.

미사키(히로세 스즈), 유카(스기사키 하나), 사쿠라(기요하라 가야)는 한 지붕 아래 모여 사는 단짝이다. 아침이면 각자의 일터와 학교로 향하고, 저녁이 되면 식탁에 둘러앉아 소소한 생일 파티를 즐긴다.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들의 일상 이면에는 서늘하고도 중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바로 12년 전 불의의 사고로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난 '유령'이라는 사실이다.

산 자의 눈에 띄지 않는 존재로 전락한 세 사람은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의 곁을 맴돌 뿐이다. 목소리를 낼 수도,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을 구원할 수도 없는 철저한 무력감 속에서 부유한다. 남겨진 이들 역시 떠나간 자를 향한 짙은 상실감과 그리움의 늪에서 허우적거린다. 죽음이 빚어낸 이 잔인한 단절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모두에게 묵직한 슬픔을 안기며, 기존 판타지 장르가 취해온 보편적 정서와 궤를 같이한다.

영화 '짝사랑 세계' 속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짝사랑 세계' 속 장면 [판씨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상실을 넘어선 영적 성장, 거장들의 앙상블이 빚어낸 마스터피스

그러나 이 작품이 지닌 진정한 파괴력은 망자가 된 소녀들의 '성장'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데 있다. 영문도 모른 채 이승에 묶인 이들은 죽음 당시의 어린 모습에 박제되지 않는다. 살아 숨 쉬는 인간처럼 키가 자라고 골격이 변하며 외모가 성숙해진다. 매일 벽에 기대어 서로의 키를 재며 성장을 확인하는 장면은 이 영화가 제시하는 가장 독보적이고 경이로운 미장센이다.

비록 망자의 신분일지라도 하루하루 꿋꿋하게 자신의 생(生)을 직조해 나가는 세 소녀의 여정은 따뜻하면서도 유쾌하다. 살아있었다면 응당 누렸을 평범한 미래는 증발했지만, 자신들에게 허락된 유령으로서의 시간을 맹렬하게 살아내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의 뇌리에 짙은 여운을 새긴다.

작품을 완성한 제작진의 면면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영화 '괴물'로 2023년 칸영화제 각본상을 거머쥔 시대의 이야기꾼 '사카모토 유지'가 펜을 들었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를 통해 독보적인 감성 연출을 입증한 '도이 노부히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기에 현재 일본 영화계를 최전선에서 이끄는 20대 간판스타 '히로세 스즈', '스기사키 하나', '기요하라 가야'가 총출동해 대체 불가한 시너지를 발산한다. 각기 다른 질감의 개성을 지닌 이들은 정교한 캐릭터 해석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단절된 세계 속에서 빛나는 성장의 서사를 담아낸 영화 '짝사랑 세계'는 오는 2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상영 시간은 126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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