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위해 과감히 뛰어든, '호프' 조인성②

※〈호프〉 배우 조인성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호프〉
〈호프〉

가상의 존재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큰 도전이었을 텐데요. 특히 후반부 성기가 거대한 외계 지성체와 대면했을 때, 눈알을 굴리며 보여준 미세한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연기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사실 액션도 중요했지만, 다른 신들을 만들어놓는 것도 어려웠어요. 원래 리액션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예를 들면 〈밀수〉(2023)에서 권상사(조인성)가 등장했을 때, 저는 한 게 없어요. 그런데 김혜수 선배가 어떤 반응이냐에 따라서 이쪽의 인물이 살아나는 거죠. 그래서 〈호프〉에서도 크리처를 본 리액션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래야 크리처가 사니까요. 그 장면은 본능적으로 한 건데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셨어요.

성기의 외형을 보면 미국 서부극이 떠오르는데요. 연출적으로 이러한 룩과 장르적 무드를 의도하신 것인지, 감독님의 구체적인 가이드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감독님의 의도죠. 시골 청년이지만, 약간 멋스러운 톤앤 매너로요. 수염은 제가 길러서 갔고, 태닝도 조금 했고요. 그리고 분장 팀이 마술을 조금 부려줬죠.

〈호프〉 캐릭터 포스터
〈호프〉 캐릭터 포스터

보도자료를 보면 성기는 ‘사냥과 낚시로 소일거리를 하는 마을의 한심한 청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 성기의 대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캐릭터의 성격이 굉장히 제한적이라, 오히려 연기할 때 힘든 부분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전사가 뚜렷하게 있지 않아서 밖에서 많이 가져왔어요. 성기 무리들끼리 밖에서 정말 자주 만났어요. 저희끼리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말투와 포지셔닝이 정해지거든요. 그걸 그대로 현장 안으로 가지고 들어오니까 유기적이고 확신 있게 움직일 수 있게 돼요.

극 중 외계인을 처음 봤을 때 무리에게 “쏘지 마!”라고 제지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성기는 왜 외계인을 공격하지 말라고 했을까요.

쏘지 말라고 한 이유는 사람이 처음 보는 낯선 것을 접했을 때의 반응 차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데, 누군가는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 때문에 당장 부정적인 공격 대상으로 삼잖아요. 뇌에서 새로운 걸 받아들일 때 부정적으로 먼저 느끼는 게 사람 심리라고도 하더라고요. 상대가 먼저 공격하지도 않았는데 편견에 사로잡혀 총을 든 친구들을 향해 순간적으로 “잠깐만 쏘지 마, 더 봐봐”라고 제지하는 상황이라 생각했어요.

배우 조인성(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인성(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액션 작품을 굉장히 많이 찍으셨잖아요. 체력적인 부침이 있지는 않으셨는지요.

현장에 피지컬 팀이 있어요. 배우의 부상과 관리를 위해서, 액션 영화 현장에는 항상 상주해 계시는데요. 저희 현장에서 유행어가 있었어요. ‘커트’를 하면, “강 실장! 선배님 빨리 재생시켜”라고 하는 거예요. 빨리 다음 컷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재생시키라는 뜻이죠. 마사지하고, 파스 뿌리고.

‘핑계고’에서 말씀하시길, 원래도 부상이 있으셨다고요.

감독님도 알고 계셨고요, 그래서 효율적으로 운영을 해 주셨어요. 그렇다고 아예 안 뛸 수는 없는 거니까요. 그리고 결과물을 현장 편집으로 보게 되잖아요. 그러면 미쳐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는 없잖아요.

정호연 배우와 호흡을 처음 맞추셨어요. 호연 배우가 말하길, 조인성 배우는 현장에서 굉장히 유연했다고 하는데요. 정호연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정)호연이는 영화가 처음이지만, 연기를 처음 하는 배우는 아니니까요. 정말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느끼는 게, 제가 호연이 나이 때의 환경은 사실 로컬에서만 소비가 되는 내수 시장이었고, 배용준 선배가 넓혀준 일본과 중국 정도까지가 가능했고, 그 외의 해외에 진출한다는 건 좀 어려운 얘기였죠. 그런데 이제는 한국에서 작품을 만들면 아시아를 넘어 해외로 진출하는 시장이잖아요. 그런 시장 아래 이렇게 좋은 배우가 나타나니, 정말 호연이는 ‘슈퍼 코리안’이에요. 영어도 굉장히 잘하고요. 한국 영화나 드라마의 자산 같은 배우가 나타난 것이지 않나 싶어요. 저는 이제야 한국말을 잘하기 시작했는데.(웃음) 현장에서도 참 귀여웠어요. 제가 유연한 이유는, ‘오늘 100번 찍겠다’ 마음먹고 와서 30번만 찍으면 평정심을 찾고 땡큐라고 생각하게 되니, 고생할 마음으로 오면 안 유연해질 이유가 없어요. 호연이도 점점 기회와 경험이 쌓여 편안해지는 과정이 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배우 조인성(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조인성(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의 쿠키 영상을 보면, 자연스레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혹시 속편에 대한 논의나 감독님의 언질이 있었나요?

분명 창작자인 감독님 머릿속에는 다음 이야기가 있을 거예요. 하지만 단순하게 말하면, 1편이 잘 돼야 2편이 있는 거잖아요. 할리우드처럼 세팅이 다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 영화 제작 현실이 있으니까요. 감독님조차 작업이 다 안 끝났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결과물이 나오고 나면 감독님 입으로 직접 말씀해 주시길 저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님은 〈호프〉 제목을 두고 "누구나 지키고 싶은 게 있는데, 그게 나에게는 영화다"라고 하셨습니다. 인성 배우가 지금 가장 지키고 싶은 희망은 무엇인가요?

제가 날씨까지 계속 생각하고 있는 거 보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으면 하는 거겠죠. 어떻게 이 영화를 봐주실지 궁금합니다.

앞서 볼거리와 처절함을 안겨줘야 한국형 SF 장르를 완성할 수 있다고 하셨는데, 보기 드문 장르와 비주얼을 만드신 만큼 자부심이 크실 것 같은데요.

제 개인적인 자부심은 별로 의미가 없어요. 관객들이 철저하게 재미있게 보셔야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한국형 SF 영화가 부침이 많았던 건 태생적으로 호불호가 나뉘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불편하다고 도전을 안 하면 영화계가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없잖아요. 실패가 있어야 좋은 결과도 있고요. BTS가 유명해지기에 앞서, 많은 가수 선배님들이 끊임없이 해외 진출을 두드리다 깨지고 지혜를 얻어 지금에 이른 것처럼, 그런 과정 속에 우리도 있는 것 아닐까요. 이 작품이 한국형 SF의 완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또 다른 도약이자 시작일 수도 있으니까요.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자 한국형 SF의 새로운 도전인 만큼, 영화를 이끌어가는 주연 배우로서 어깨가 무거울 것도 같습니다.

전혀 느끼지 않을 수는 없죠. 저한테 도대체 왜 그러시는 거예요!(웃음) 제가 무슨 한국 영화계에 지대한 공로와 업적이 있는 배우도 아니고 소소하게 연기하던 배우인데 판이 이렇게 되어버렸네요. 저뿐만 아니라 황정민 선배님, 나홍진 감독님도 말씀드리지 않아도 알고 계시는 대외적인 상황으로 인해 피부로 느끼는 부담감이 크실 겁니다. 얼마 전에 ‘능소화’라는 꽃 이야기를 들었어요. 장마와 태풍처럼 어려운 날씨에도 하늘을 비웃듯 활짝 피는 꽃이래요. 그러니까 우리 작품이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태생적으로 극복해야 할 영화의 장르적 한계도 있고 대외적인 분위기도 어렵지만, 우리 작품이 그 능소화처럼 관객들의 품속에서 활짝 폈으면 좋겠어요. 잘하면 잘한다고 칭찬해 주시고, 또 못하면 못 한다고 호되게 혼도 내주시고요. 혼나는 것도 저희의 직업이잖아요. 결과물이 마음에 드셨는지, 드시지 않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에 드셨다면 진짜 많이 도와주세요. 재미없게 보셨다면 그런 부분을 써주셔야 또 발전이 있는 거니까요.

영화인

[인터뷰]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위해 과감히 뛰어든, '호프' 조인성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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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11.

[인터뷰]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위해 과감히 뛰어든, '호프' 조인성②

※〈호프〉 배우 조인성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가상의 존재를 상상하며 연기하는 게 큰 도전이었을 텐데요. 특히 후반부 성기가 거대한 외계 지성체와 대면했을 때, 눈알을 굴리며 보여준 미세한 표정 연기가 인상적이었는데요. 연기 비하인드가 궁금합니다. 사실 액션도 중요했지만, 다른 신들을 만들어놓는 것도 어려웠어요. 원래 리액션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예를 들면 〈밀수〉(2023)에서 권상사 가 등장했을 때, 저는 한 게 없어요. 그런데 김혜수 선배가 어떤 반응이냐에 따라서 이쪽의 인물이 살아나는 거죠. 그래서 〈호프〉에서도 크리처를 본 리액션이 굉장히 중요했어요. 그래야 크리처가 사니까요. 그 장면은 본능적으로 한 건데 감독님이 되게 좋아하셨어요. 성기의 외형을 보면 미국 서부극이 떠오르는데요.

[인터뷰]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위해 과감히 뛰어든, '호프' 조인성①
NEWS
2026. 7. 11.

[인터뷰] 인간만이 줄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위해 과감히 뛰어든, '호프' 조인성①

그야말로 불가능에 도전한 배우. 뛰고, 매달리고, 버티고, 몸을 내던진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서 조인성은 외계 지성체에 맞서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성과 동물적 감각을 뿜어내며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다. CG의 편리함에 기대는 대신 육체로 직접 부딪치는 방식을 택한 그는, 한계를 시험하는 험난한 현장 속에서도 “미쳐서 하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말로 그의 결연한 각오를 증명해 보였다. 마치 〈호프〉 속,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성기 의 질긴 생존 본능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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