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불가능에 도전한 배우. 뛰고, 매달리고, 버티고, 몸을 내던진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에서 조인성은 외계 지성체에 맞서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성과 동물적 감각을 뿜어내며 날것 그대로의 액션을 선보인다. CG의 편리함에 기대는 대신 육체로 직접 부딪치는 방식을 택한 그는, 한계를 시험하는 험난한 현장 속에서도 “미쳐서 하게 되어 있다”, “여기까지 왔는데 포기할 수 없다”는 말로 그의 결연한 각오를 증명해 보였다. 마치 〈호프〉 속, 악착같이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는 성기(조인성)의 질긴 생존 본능처럼 말이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호프〉는 비무장지대에 위치한 호포항 출장소장 ‘범석’(황정민)이 동네 청년들로부터 호랑이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온 마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믿기 어려운 현실을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조인성이 연기한 ‘성기’는 호포항에서 잡다하지만 돈 되는 일은 다 하는 동네 청년으로, 범석과는 또 다른 축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며 〈호프〉만의 기묘한 미스터리를 만든다.
모처럼 비가 장대같이 쏟아지던 7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호프〉의 개봉을 기념으로 배우 조인성과 씨네플레이가 만났다. 〈호프〉가 마치 장마와 태풍을 비웃듯 활짝 피는 능소화와 같은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조인성을 만나 나눈 이야기의 전문을 옮긴다.

마침 비가 오네요. 〈호프〉 개봉을 앞둔 심경이 어떠신가요.
올해 장마가 54년 만에 가장 늦게 시작된 장마래요. 사실 비가 많이 오면 영화의 흥행에 좋지는 않거든요. 그래도 개봉이 일주일 남았으니, 〈호프〉가 개봉하는 수요일에는 극장 나오시기가 조금 더 좋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날씨를 많이 찾아봤어요. 영화의 무드와는 맞는데, 비가 많이 오면 밖에 나오기가 힘드시니까요.
나홍진 감독은 20세기에 등장했던 액션 영화들처럼 모든 스턴트를 CG 도움 없이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고 촬영하는 클래식한 액션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호프〉를 보자마자, 정말 조인성 배우가 그야말로 ‘생고생’을 한 영화라는 게 느껴졌어요. 현장에서 촬영하시면서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드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그런 질문을 들으면 말로 잘 표현이 안 되더라고요. 한숨만 나오고.(웃음) 후반부의 액션 장면은, 무술팀도 그렇게까지는 안 해봤대요. 승마하시는 분들에게 여쭤봐도, 그렇게까지는 안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그걸 내가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지? 위험해서 그런 게 아니라, 불가능해 보여서요. (〈호프〉의 포스터에 나온 이미지처럼) 말을 한 발로 타볼 생각을 못 해보잖아요.(웃음) 해보니까 잘 안되더라고요. 달리는 차도, 오토바이가 아니니까, 바운스가 튀면서 제가 튕겨 나가더라고요. 오토바이면 제가 속도도 맞추고, 멈출 수도 있는데, 도무지 제어하기가 힘들었어요. 물론 다 안전하게 세팅을 해놓고 찍었다는 점 말씀드리고요. 왜냐하면 말에서 튕겨나가면 죽는 거니까요. 그리고 대교 장면에서는, 가드레일보다도 높은 말 위에 있으니까 까딱하면 저쪽으로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말은 원래 아스팔트에서 뛰도록 되어 있지 않잖아요. 땅을 밟고 나가게 되어 있지. 철 편차가 미끄러워서 고무 편자로 바꿔 끼긴 했지만, 자꾸 미끄러지는 거예요. 그래서 현장에서 모두가 긴장을 했어요.
말씀하신 대로, 후반부에 나오는 대교 위에서의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한데요. 그 장면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촬영했나요.
할리우드에서 특수 촬영을 담당하는 XM2 팀과 홍경표 촬영감독님, 나홍진 감독님이 모니터 룸 차를 타고 먼저 출발해요. 그 차 안에서 드론을 띄우는데, 엄청 크고 대단한 특수 장비예요. 차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제가 탄 말도 흥분하기 시작하죠. 제가 제일 후미에서 출발하는데, 출발 사인이 나면 제가 시속 25~30km 정도로 전속력을 내서 차에 딱 붙여요. 그런데 말이 그걸 싫어해서 옆으로 확확 틀어버려요. 그걸 제가 다시 잡아끌어서 겨우 안정감이 오면 슛이 돌고, 드론이 내려와요. 그럼 말이 또 그 드론을 싫어해요.(웃음) 저 밑에서 블루투스 모니터로 지켜보던 팀은 구간이 넘어가 연결이 끊기면 소리만 듣는 거예요. 사고가 났는지 안 났는지 소리로 파악하다가 “컷, 오케이!” 사인이 나면 밑에서 박수를 치는 식이었어요. 힘들었냐 안 힘들었냐를 떠나, ‘살았는데 죽을 뻔했어’ 싶은 거죠. 그렇다고 절대 안전하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기계면 인력으로 조작할 텐데 통제하기 힘든 말이라 어려웠던 거죠.
불가능해 보였던 액션을 해내고 나니까, 감독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무도 못 하니까 제가 한 거지 않겠어요?(웃음) 감독님께서 전화로, “선배님, 이게 원래 안 되는 걸로 알았는데요. 어떻게 했어요, 그거를?”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아니, 하라고 했으니까 했죠”라고 하니 감독님이 “대단한 분이네”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지금은 사이좋게 지내요.

사실 CG로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직접 몸으로 해내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사실, 더미(인형)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더라고요. 근데 우리 현장에는 더미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더미라고 아시면, 얘기할 때 약간 욱하죠.(웃음) “무슨 소리야, 여기 해본 사람이 있는데.”(웃음). 근데 왜 그렇게까지 했냐면, 그래야지 새로운 게 나오니까요. 그리고 관객들이 그런 장면을 보기 위해서 극장에 오는 것 아닐까요. 이 영화에 그런 것조차 없으면, 무슨 재미로 영화적 쾌감을 선사할 것이며, 영화를 보라고 관객들을 이끌고 설득할 것이냐는 생각이 들잖아요. 클래식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영화적 쾌감을 느끼게 해줘야지만 저희가 염치가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가 예전에 본 성룡 영화에서도 그랬듯이요. 또 우리나라의 SF 영화들이 부침이 많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볼거리와 처절함을 안겨드려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새로운 걸 만들려면 용기가 필요하니까요. 그렇다고 매번 이렇게 하겠다는 건 아닙니다.(웃음)
극 중에서 성기는 처절하고 무자비하게 던져지고 구르는데도 끊임없이 생존하는데요. 이러한 성기라는 인물의 신체적 세팅 값과 생존력에 대해 감독님과 논의하신 지점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인간이 외계 생명체를 쫓고, 그다음에는 쫓기기 시작하죠. 저는 인간이 미지의 생물과 부딪혔을 때, 살고자 하는 생존 갈망으로 어느 정도까지 견뎌낼 수 있느냐에 대한 본능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느낌이 들었어요. 외계 생명체가 사실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인간이 살고자 하면 초인적인 힘이 발휘되잖아요. 부모가 자식을 살리기 위해 초인적인 힘을 발휘했다는 사례들도 볼 수도 있고, 또 수많은 기도와 염원으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죠. 그래서 영화는 그런 인간에 대한 생존력을 얘기할 수 있다고 봤어요. 예를 들어 성기가 감자 먹는 장면도 그랬어요. 감자를 먹는 건, 살려고 하는 의지의 표현이지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게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성기의 그런 일련의 행위들이 살려고 하는 생존력을 표현한다고 생각을 했죠.
성기가 감자를 삼키는 장면 외에도, 극 초반에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거나 총각김치를 통째로 아삭아삭 씹어 먹는 등의 연기 씬에서도 인물의 다듬어지지 않은 원초적인 야생성이 강렬하게 전달됐는데요.
현장에서는 그런 얘기가 있었어요, 거기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 그거에 대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요. 처음에는 라면을 끓여 먹을까도 했어요. 그런데 너무 긴장감이 없고 텐션이 떨어지는 거예요. 거기서 한가롭게 라면을 끓여 먹고 있으면 한 3분은 걸리잖아요. 그래서 주먹밥과 총각김치로 바꿨고, 김치를 택한 이유도 일일이 찢어 먹을 필요 없이 빨리 베어 먹고 해결해야 하는 급박한 템포에 맞춘 거예요.

나홍진 감독님은 영화 쪽에서 타협 없는 완벽주의자로 유명하신데,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가셨겠지만 현장에서 유독 놀라웠던 지점이 있으셨나요?
사실 감독님의 전작을 보면 스타일을 유추할 수 있잖아요. 나 감독님과 작업을 안 해봐도, 그렇게 찍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장면들이에요. 그 에너지가 특별하잖아요. 특히 마지막 고속도로 장면은 합천에서 찍었거든요. 한 달을 예상했는데, 두 달 조금 안 돼서 끝났어요. 눈이 왔거든요. 말을 타야 하는데, 블랙아이스(도로살얼음 현상)가 생기면 저는 끝나는 거잖아요. 바닥은 어떻게 녹인다고 쳐도, 뒷배경엔 눈이 쌓였으니까요. 그래서 날씨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항상 풀 세팅을 하고 스탠바이를 했었죠. 분장에 한 시간 반이 걸리거든요. 그러면 촬영을 하든 안 하든 간에 항상 현장에서 모든 배우들이 한 시간 반의 분장을 걸쳐서 대기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공치고 내려올 때도 많았고요. 하늘이 또 지나치게 쨍하면 또 찍을 수가 없고요. 백주 대낮에 크리처물을 찍는 게 정말 어려워요. 커트를 붙여야 하는데, 빛의 일관성이 안 나오거든요. 그래서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데, 태생적인 문제를 피해 가지 않으려고 했던 나 감독님의 용기와 뚝심이 대단했어요. 그런 식으로 계속 날씨와의 싸움, 결국엔 시간 싸움이 있었죠.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비주얼과, 실제 완성본을 봤을 때의 느낌도 궁금해요.
이런 작품은 시나리오를 어떻게 구현해 내느냐의 문제거든요. 그런데 기술적으로, 물리적으로 안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호프〉를 읽고도 구현이 완벽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호프〉의 포스터에 공개된 장면처럼 한 손으로 말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저는 안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딱 구현 가능한 최대치더라고요. 그걸 나 감독님은 아셨던 것 같아요. 내가 하면서도, 가능한 게 너무 놀랍더라고요.
나홍진 감독의 말에 따르면, 빠른 속도감을 내기 위해 말 위에서 촬영을 하기도 했다고 들었어요.
숲에서 제가 말을 타면, 승마 팀이 옆에서 말을 타고 같이 뛰면서 핸드헬드로 같이 찍기도 했어요. 카메라 팀이 탈 수가 없으니까요. 그분들은 들 수 있는 장비를 들고 손으로 찍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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