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호프' 배우 정호연① “큰 작품을 만난 두려움, 신인다운 기세로 이겨내려 해”

배우 정호연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정호연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 정도로 화려한 데뷔가 있었을까. 배우 정호연은 톱클래스 모델에서 연기에 도전한 후 〈오징어 게임〉으로 인상적인 배우 데뷔에 성공했다. 거기에 이번엔 스크린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영화 〈호프〉를 통해서다. 〈추격자〉, 〈황해〉, 〈곡성〉 등 ‘문제적 성공작’을 연이어 내놓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이자 황정민, 조인성,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한 〈호프〉에서 정호연은 불쑥 튀어나온 존재감을 어김없이 과시한다.

라이징 스타임과 동시에 이미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한 정호연은 〈호프〉에서 호포항의 순경 성애 역을 맡았다. 첫 등장 장면부터 범상치 않은 카리스마를 내뿜는가 하면, 동네 어르신과 대화를 나눌 때는 눈빛을 반짝이는 아이 같은 모습으로 〈호프〉의 비주얼에 그대로 녹아든다. 이렇게 스크린 데뷔작으로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까지 밟은 정호연을 7월 8일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열심히, 철저하게 일하는 자신을 지키려 한다는 정호연은 쏟아지는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하면서도 특유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활기를 더했다. 〈호프〉를 더욱 깊게 음미할 수 있는 정호연과의 대화를 만나보자.


〈호프〉로 칸영화제까지 진출하며 다시 한번 월드스타가 되셨어요.

그런가요?(웃음) 그런 것보다 〈호프〉라는 영화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배우의 커리어에 있어서 영광스러운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설레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가 스크린 데뷔작인데 그에 대한 소감도 부탁해요.

그렇게 큰 화면에서 제 연기가 나오는 걸 보는 게 되게 생경한 느낌이었어요. 떨리기도 하고 그런 두려움도 있었는데 제일 큰 감정은 설레는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행복한 감정이고요. 정말 스크린에 나오는 배우가 됐다는 것에 굉장한 자부심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 느끼게 됐어요.

〈호프〉
〈호프〉

감독님이 첫 미팅 때부터 성애와 닮았다고 느끼셨다던데, 감독님과의 첫 만남은 어땠나요?

처음 감독님께서 미팅 제의 주셨을 때 작품에 관한 것보다는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캐주얼한 미팅이었어요. 당연히 저는 감독님의 팬이었기에 엄청 긴장했고 오디션을 보러 간다는 자세였고요. 실제 뵈니까 눈빛이 강렬했는데, ‘한 번도 눈을 안 깜빡이는 게 아니었나’ 싶었을 정도로 그런 강렬한 눈빛이었어요. 감독님 앞에서 척을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냐 싶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감독님께서 ‘충무로에 들어오면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면서 짜장면 한 그릇 사주셨습니다.(웃음) 미팅이 끝날 때 즈음에 제작사 대표님한테 ‘호연 배우에게 시나리오 전달해달라’ 하신 게 제인생에서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아요. 제가 당사자니까 그때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나중에 감독님이 ‘성애라는 캐릭터의 코어인 선의를 많이 보셨다’고 하셨어요.

선의라는 고귀한 가치를 닮았다는 얘기를 들으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나요?

그런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정말요?’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제가 생각했을 땐 성애와 저의 닮은 점이라면 지치지 않는 끈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공통점을 찾으면서 캐릭터 공부를 했던 것 같아요.

이번에 1급 면허증도 따고 총기 훈련도 받았다던데 배우는 과정은 어땠나요?

6개월 간의 과정이었어요. 웨이트 트레이닝은 영화에서 사용하는 총기가 5kg 정도 되는데, 감독님이 집요하게 테이크를 가는 분으로 알고 있어서 웨이트가 필수라고 생각했어요. 4kg 정도 근육량을 증량하고 유산소 운동도 기본 체력을 위해서 꾸준히 했어요. 1종 면허 한 번에 땄습니다.(웃음) 트럭으로요. 사실 세 번 실수하면 탈락이잖아요. 언덕길에서 시동이 꺼졌는데 다행히 기동이 걸려서 땄어요. 면허를 따고 레이싱을 전문으로 하는 분한테 드리프트 훈련을 받고, 총기 훈련도 받았습니다.

칸영화제 당시엔 영화가 제대로 눈에 안 들어왔을 것 같은데 국내 시사 때 다시 보니 어땠나요?

칸영화제에선 오전부터 일정을 다 하고 나니 극장에선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그러다 이번 시사 때 황정민 선배님하고 같이 봤는데 기억에 남는 순간이 괴생명체가 처음 등장했을 때 둘이 손을 마주 잡고 서로를 쳐다봤어요. 저는 입이 떡 벌어졌었고요. 그만큼 굉장히 박진감 넘치고 심장을 뛰게 하는 그런 영화지 않았나 생각해요.

많은 궁금증이 생기는 영화잖아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어떻게 나올까 가장 궁금했던 장면은?

미확인 생명체와 조우하는 장면들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시나리오 읽을 때 정말 많이 웃었어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 웃음이 나는 게 맞나요?’ 감독님께 물어봤는데, 감독님이 ‘본인이 그렇게 느끼는 대로 느끼는 것이다’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읽으면서 되게 재미있었다, 그런 기억이 납니다. 특히 임현식 선생님께서 얘기하는 장면이 정말 많이 웃겼어요. 또 이상희 선배님이 연기한 낙연 캐릭터가 범석과 왔다 갔다 하면서 대화하는 장면도 웃겼고요. 현장에서는 대부분 시나리오에 쓰인 대로 했고 중간에 감독님이 추가하신 부분도 있었어요. 그런 부분도 현장에서 웃으면서 촬영했어요.

〈호프〉 쇼케이스 현장의 (왼쪽부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호프〉 쇼케이스 현장의 (왼쪽부터) 황정민, 조인성, 정호연

황정민 배우, 조인성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정민 선배님하고 호흡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지라도 너무 좋았어요. 티키타카가 좋았는데 아마 선배님이 맞춰주셨을 거예요. 뒤로 가면서 동시에 무언가를 보거나 같은 행동을 하는 순간이 계속 있는데, 정말 이런 리듬들이 맞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배운 건 선배님이 항상 20분씩 일찍 오세요. 그리고 항상 긴장을 절대 늦추시지 않으시고요. 촬영장에 적응하면서 편해지는 순간에 긴장이 풀릴 수 있는데, 누구보다도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모습이세요. 특히 액션영화를 촬영할 때는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하니까, 그런 배우로서의 태도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조인성 선배님은 현장을 유연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어요. 무겁지 않게, 티 안 나게 유머러스하게 여유 있게 챙겨주셔서 여유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게 배우로서 가져야 하는 좋은 자세이지 않나 싶었고요. 그래서 두 선배님께 연기는 물론이고 그런 자세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어요.

배우 데뷔작이 〈오징어 게임〉이었고 영화 데뷔작이 〈호프〉잖아요. 경력을 시작하면서도 필모그래피가 무척 화려해요.

제가 배우로서 보낸 시간과 경험에 비해 큰 작품들을 만나고 있어서 당연히 두려운 순간도 있어요.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자 준비하려고 했어요. “실전은 기세다”라는 대사처럼(웃음) 좋은 기세를 가지려고 해요. 제가 경험, 노하우, 내공은 부족할지라도 대단한 베테랑들 사이에서 좋은 기세를 가진다면 그게 신인으로서 매력일 수도 있겠다 생각하며 기세를 가져가려고 했어요. 스스로 불안함과 두려움보다 감사함을 집중해서 더 느끼려고 해요. 어떻게 하면 이 기회를 살려서 더 멋진 커리어를 가져갈 수 있을까 실질적인 숙제들을 주로 생각하려고 합니다.

성애는 실제로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하셨나요?

감독님께서 리딩 때 이런 얘기를 하셨어요. ‘성애는 마을에 숟가락 개수까지 아는 아이지 않을까’ 힌트를 주셨죠. 마을 자체가 노인 인구가 대다수이기에 성애가 어르신들을 오랫동안 상대하면서 일상이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감독님과 나누기도 했어요.

영화에는 인물에 대한 전사 같은 것이 전혀 나오지 않잖아요. 감독님은 이런 부분을 다 준비하셨나요, 아니면 배우에게 맡겨둔 편인가요?

저도 감독님께 이것저것 물어봤는데 감독님은 그런 전사가 영화에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영화의 ‘저스트’(Just)만을 담고 싶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아 그래서 감독님의 영화들이 쿨한가’ 싶었어요. 전 감독님들의 작품이 보고 나면 항상 쿨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개인적으로 노트에 성애의 전사 같은 것을 적은 건 있지만 그것보다 영화적으로 관객들이 느낄 필요가 있는 지점들을 더 훈련하고 집중하려고 했어요.

배우 정호연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배우 정호연 (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성애가 영화 등장부터 마지막까지 굉장한 텐션을 유지하잖아요. 그래서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감독님이 제 평소 톤보다 한 톤 정도만 높여서 해보자고 하셨어요. 리딩도 그렇게 했었는데 그러다보니 촬영 초기엔 목이 좀 쉬긴 했어요. 그런데 성대도 근육이라고 쓰다보니까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목이 쉬지 않더라고요. 신기한 경험이 또 있는데, 촬영을 시작하면서 프리 프로덕션 때만큼 운동을 꾸준히 하지 못했는데도 체력이 더 좋아지고 집중력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어요.

아무래도 실존하지 않는 존재를 상대로 연기를 해야 했는데, 이런 부분은 현장에서 어떻게 해결했나요?

본 촬영 들어가기 전 쉬는 시간에 스태프분들이 레이저포인트로 시선을 잡아주거나 외계 생명체의 모형을 장착하신 배우들이 도와주셨어요. 이런 모션일 것이다, 어떻게 움직일 것이다 설명하면서 포인트를 잘 잡아주셔서 미리 숙지하고 거기에 날것의 리액션을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사전에 상상한 것과 실제로 영화에 나온 것엔 차이가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상상한 그 이상의 느낌이었어요. 첫 외계인 등장에서 정말 심장이 두근거리는, 아드레날린? 이런 것이 폭발하는 느낌을 받아서 황정민 선배님하고 ‘우와~~~’하면서 서로를 쳐다봤어요.(웃음) 스포가 될 수 있겠지만 저는 스토리를 알아서인지 좀 슬프더라고요. 외계인과 인간의 비극이라지만 우리네 삶에서도 많이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마음이 되게 복잡했어요. 또 눈이 너무 예쁘잖아요. 제가 F여서 그런가 그 친구들에게 과몰입하는 경향이었어요.(웃음)

※ 〈호프〉 배우 정호연의 인터뷰는 2부로 이어집니다.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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