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의 집념이 만든 거대한 어트랙션, '호프' 나홍진 감독①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모든 비극은 퍼스펙티브(Perspective, 관점)에서 출발한다”. 나홍진 감독이 〈호프〉의 디렉터스 노트에 쓴 문구다.

오는 7월 15일, 7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이자 나홍진 감독의 새 영화 〈호프〉가 개봉한다. 작은 마을의 사소한 악행이 우주적 비극으로 확장되는 서사, 그리고 그 안에는 나홍진이 줄곧 천착해 온 인간과 믿음에 대한 질문들이 뚜렷하게 자리 잡고 있다.

다만, 나홍진 감독의 질문은 여전할지언정, 사실 〈호프〉는 분명 ‘엔터테이닝한’ 영화다. 영화는 마치 놀이공원의 어트랙션처럼, 지루한 상황이나 친절한 캐릭터 설명 없이 관객을 그야말로 거대한 롤러코스터에 태운 채 거침없이 질주한다. SF와 서부극, 그리고 코미디와 액션을 뒤섞어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장르적 재미를 선사하는 이 작품은, 1분도 허투루 낭비하지 않고 오락적 기능에 충실한 장면들로 빼곡하게 채운 채 결말로 내달린다. 그리고 결말에 이르면 영화는 나홍진 감독이 천착해 온 ‘믿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은 우화인가? 그렇다면 그 은유는 무엇을 뜻하나?

개봉을 일주일 앞둔 지금까지도 영화의 비주얼과 사운드를 손보고 있다는 그는 집요한 완벽주의적 면모로 밀도 높은 영화를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만전을 기하고 있다. 7일 오후, 씨네플레이는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영화 〈호프〉의 나홍진 감독을 만나 영화 개봉 소감부터 영화의 비하인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래에 인터뷰의 전문을 옮긴다.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칸 영화제를 포함해 국내외에서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호평들을 마주하신 솔직한 소회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해주셨는데 귀에 안 들어옵니다. 저도 여러분들이 보신 극장(돌비관) 옆관(일반관)에서 다시 봤거든요. 제가 5.1채널 일반관에서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어제 간담회 끝나자마자 바로 달려가서 사운드 믹싱 수정하고, 시스템과 DI실에 전화해서 오늘 인터뷰 끝나자마자 가서 또 마무리 지을 예정이고요. 내일은 돌비 비전 비주얼 정리하려고 비행기 타고 미국 가서 마무리하고 올 예정입니다. 돌아오면 더 이상 뭘 하고 싶어도 안 되는 시간일 것 같네요.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지금은 제가 기분이 좋아서 취해 있을 상황이 아닙니다. 하여튼 마무리하려고, 눈에 보이는 거 하나라도 더 끌어올리려고, 진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마지막까지 수정 중이신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사운드와 음악의 질이요. 밸런스가 돌비 애트모스 버전과는 좀 다른 상황이 된 것 같아요. 대부분 애트모스 세션에서 작업된 걸 5.1채널로 다운 컨버팅해서 추출하는데, 저희 영화는 음악과 사운드가 너무 중요해서, 아예 5.1 작업을 다시 했습니다. 다만 파워가 달라져서 같은 레벨인데도 소리가 크게 혹은 작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 그런 것들을 바로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호프〉 속 바로 그 ‘눈물 장면’이요. 그게 DI실에서는 안 그래 보였는데, 극장에서는 왜 그렇게 보이는지 진짜 미치겠습니다. 그거 때문에 몇 번을 왔다 갔다 하는지 모르겠어요.

말씀하신 대로, 극 중 주인공 범석(황정민)이 미지의 존재와 맞닥뜨리는 ‘눈물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정교한 CG 기술이 요구되는 대목인데, 이 ‘눈물 장면’을 어떻게 구현하려고 하셨는지요.

그 장면은 정서적인 순간이라서 기술의 영역이 아닌 연출의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배우분께 모션 캡처를 했지만, 고속 촬영을 하고 아무리 프레임을 찢어놔도 막상 작업을 하니 데이터가 모자라 매칭이 잘 안되더라고요. 거의 다시 만들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만약 배우를 모시고 실제 촬영하는 것이었다면 제가 'NG'를 외치고 'OK'가 나게끔 다시 찍었을 텐데, (CG 작업은) OK가 쉽게 안 나네요.

〈호프〉
〈호프〉

〈호프〉는 SF 장르의 영화라고 알려졌지만, 사실 일반적인 SF 장르의 영화라고 칭하기는 어려운데요.

영화가 SF 장르로 불리게 된 건 이 장르를 뭐라고 지칭해야 할지 몰라서였어요. 카테고리를 골라야 하는데, 하나만 고르라면 SF가 맞나 싶었는데 사실 SF 문법에 맞진 않죠.

감독님의 전작 〈곡성〉에 외지인이 등장하듯, 이번 〈호프〉에는 외지인을 넘어선 외계인이 나옵니다. 외계인이라는 존재를 영화에 등장시킨 이유가 궁금합니다.

〈곡성〉에서 다뤘던 토속적인 신들과 초자연적인 현상에서 한 발 더 심화시켜서, 더 큰 존재에게 다가가 보고 싶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주라는 공간이 나왔고, 그 존재를 표현하고 상징하기 위해 디자인이 수반되는 ‘외계인’으로 심화시킨 겁니다. 〈곡성〉에서는 외지인으로 충분했는데, 이번에는 심화의 대가가 필요하겠다 싶어 외계인을 등장시킨 거죠. 영화에서는 기존에 삭제됐던 씬들을 다시 붙여 음문석 씨가 연기한 ‘양배’ 캐릭터의 분량을 늘려 원상 복구했는데요. 아주 작은 마을에서 아주 사소한 일을 한 것이,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느냐를 얘기하는 영화이기도 하죠. 그렇게 큰 비극이 사소한 것에서 발생할 수 있고, 또 결국 악행이 돼버리지만, 정작 그 원인 제공자에게는 악의가 하나도 없어 보인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양배’는 악행의 원인 제공자에게 반드시 악의가 있으리란 법은 없다는 걸 설명하는 캐릭터죠.

영화에는 크게 두 번의 인간과 외계인의 충돌이 나옵니다. 또 영화는 후반까지 범석(황정민)의 여정, 그리고 성기(조인성)의 여정의 두 가지 갈래로 진행되는데요. 이와 같은 영화적 구성의 이유가 궁금합니다.

영화 속에서 관객 여러분들은 2시간 20분 동안 이들의 충돌을 계속 보게 됩니다. 액션의 쾌감과 재미도 드려야겠지만, 관객분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셔야 하는지를 챙겨드려야 했어요. 그래서 두 번의 큰 충돌이 관객들에게 앞과 뒤가 다르게 느껴지길 바랐습니다. 엄밀히 말해 두 번째 충돌에서는 관점이 외계인들에게 가야 옳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제가 선택한 것은 결국 관객이었어요. 첫 번째 충돌인 1시간여의 시간 동안은 범석의 입장에서 외계인과 격렬히 싸우는 걸 본다면, 그 이후 성애(정호연)와 성기를 통해 범석이가 모르는 또 다른 정보들을 관객이 알게 되죠. 중간에 증언을 하는 임현식 배우의 장면과 같은 곳에서 관객분들이 웃거나 재미있어하시길 바랐습니다. 그러고 나서 나중에 ‘내가 지금 왜 이걸 보고 웃었을까’ 하는 죄의식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거든요. 두 번째 충돌에 이르면, 원래는 외계인의 입장에서 영화를 봐야 정상인데, 나도 모르게 다시 인간의 입장에서 그 시퀀스에 몰입하게 되는 것을 유도하고 싶었습니다.

영화 전체가 어둠이 없는 환한 대낮에 전개됨에도 공포감이 압도적입니다. 또한 초반의 자동차 액션 신은 80년대 고전 블록버스터 같은 아날로그적 무드를 띠는데요. 영화의 비주얼적 전략이 궁금합니다.

엄청난 와이드 렌즈를 써서 영화를 만들어내고 싶었습니다. 어떻게든 관객이 더 가까이서 보는 듯하고, 그 공간 안에 한 발이라도 더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고 싶었죠. 미술, 촬영, 액션 카메라 무빙 모두 최대한 와이드 렌즈로 스쳐 지나가듯 느껴지게 해보고 싶었습니다. 시대를 과거로 설정한 건 솔직히 말씀드리면 스마트폰 때문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있으면 그걸 설명하기 위해 챙겨야 할 게 너무 많고 귀찮은 상황이 발생하거든요.(웃음) 심각한 빈티지 렌즈를 썼고, 그에 맞는 의상과 미술, 분장을 담아내다 보니 외계인을 디자인하고 충돌시킬 때 더 용이한 면이 있었습니다.

영화 속 등장하는 가상의 마을 호포항의 모습은 소박한 반면, 인근 숲의 모습은 이국적이기까지 합니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을 이렇게 설정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설정상 반드시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어야 했고, 이후 서사로 이어질 때 활용 가치가 높아야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아주 작고 누추한, 점도 안 되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 일이 온 우주의 이야기가 되고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어떤 곳이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제가 자주 들락날락하는 고성 북쪽 지역이 딱 그런 곳이겠다 싶어 설정했습니다.

〈호프〉
〈호프〉

특히나 숲속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추격 장면의 속도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런 촬영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실제로 위험을 무릅쓰고 빨리 카메라를 움직이지 않으면 그런 속도감은 나올 수가 없어요. 숲에서 말을 빨리 달리게 하면서 찍는 레퍼런스 자체가 존재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단 숲의 돌을 다 걷어내고 무언가가 빨리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바이크를 제일 많이 활용했습니다. 할리우드 큰 영화들 특수 촬영하는 액션 인프라 팀과 공조해서 카메라 완충 장치와 조정 장치를 다 정리해 놓고 냅다 달리는 수밖에 없었어요. 카메라도 차 앞에 달고 뒤에 달고, 말에도 카메라를 달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죠. 심지어는 배우들이 한 팔로 카메라를 직접 들고 찍어보기도 했습니다. 그래놓고 길을 내느라 드러난 흙바닥은 나중에 CG로 풀을 다시 심어서 처음 밟는 것처럼 복구했어요.

첫 외계인의 등장이 충격적이었습니다. 소박한 마을에 거대한 미지의 존재가 등장하니, 관객에 따라서는 이 첫 외계인이 등장하는 장면을 다소 이질적이라고 볼 수도 있을 텐데요. 왜 이런 이질감이 두드러질까요?

첫 번째 이유는, 사실 영화를 볼 때 그 존재가 외계인인지 몰라야 되거든요. 호랑이인 줄 알았다가 뭔지 모르는 놈이 툭 튀어나와야 하는데, 우리는 이미 광고나 기사로 외계인이 나온다는 걸 다 아시고, 범석이가 50분 만에 만난 놈이 외계인이라는 걸 인지하고 보시잖아요. 외계인이 한눈에 띄지 않게 정체를 모르게 디자인하고 싶었는데, 이미 동네방네 외계인이라고 소문이 다 난 상태에서 튀어나오니 ‘이거 외계인 아니잖아요’ 하는 이질감이 드는 게 원인 아닐까 싶어요. 두 번째는, 대낮 땡볕에 이 격렬한 피사체를 달리고 움직이게 한 제 잘못이죠. 고속으로 달리는 피사체를 노멀 프레임으로 비추면 모션 블러가 엄청 걸려서 다 뭉개지거든요. 그걸 억지로 또렷하게 보려고 하니 이상한 거죠. 그리고 촬영지였던 해남 바닷가의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해서 해가 떴다 그늘졌다 난리였어요. 예전 〈곡성〉 때 같으면 날씨를 굉장히 집착적으로 중요시하는 홍경표 촬영 감독님께서 해를 기다리셨을 텐데, “괜찮아! 하늘이 원래 구름도 꼈다 그런 거야. 빨리 찍고 가자” 하시더라고요.(웃음) 찍어놓은 컷들이 해가 떴다 졌다 일관성이 없는데, 그런 난점들이 있었습니다.

〈호프〉 속 외계인은 인간을 닮았고, 각 캐릭터별로 외형이 전부 다 다른데요. 외계인의 디자인한 과정에 대해서도 여쭙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리얼리티가 중요할 것 같아서 타블로이드지에 실렸을 법한 전형적인 외계인에서 시작했어요. 그러다 디자이너들과 얘기하면서 아직 안 나온 영화들이 이렇게 디자인하고 있더라, 그럼 우린 이렇게 가면 안 된다, 그런 정보들을 디테일하게 접하면서 계속 진화해 나갔죠. 외계인의 변천사는 거의 8년에 걸쳐서 이루어졌습니다. 2017년, 18년도부터 디자인을 시작해서 모델링하고 영화에 집어넣어 보고, 나중에는 배우분들하고 매칭시키면서 제일 큰 변화를 겪으며 여기까지 온 거게 된 거죠.

배우들의 처절하고 몸부림치는 생존 액션이 인상적입니다. 조인성 배우가 연기한 성기의 끈질긴 액션과, 정호연 배우가 연기한 성애 캐릭터의 강인한 액션이 인상적이었는데요. 두 인물은 어떻게 그려내려고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성기는 인간이 얼마나 악착같이 살고자 하는지, 죽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 인간의 특성을 극대화한 인물입니다. 한마디로 ‘지구인으로서의 가오’를 담당하는 캐릭터라 액션 장면이 그렇게 그려졌습니다. 성애라는 인물은 제가 엄청 추운 나라의 조그만 공항에 갔을 때 영감을 받았습니다. 활주로에서 비행기를 유도하시는 젊은 여성분이셨는데, 장갑도 안 끼고 손과 얼굴이 다 새빨개진 채로 비행기에 올라와서 기장과 아주 프로페셔널하게 얘기를 나누며 리드를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감동을 받았고, 저런 분을 영화에 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한 〈호프〉 나홍진 감독의 인터뷰는 2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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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 전체 예매율 50% 돌파하며 예매율 고공행진! 특별관 포스터 4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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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7. 9.

‘호프’ 전체 예매율 50% 돌파하며 예매율 고공행진! 특별관 포스터 4종 공개!

올여름 극장가에 가장 시네마틱한 체험을 선사할 영화 〈호프〉의 사전 예매율이 50%를 돌파하며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예매 오픈과 동시에 올해 가장 빠른 속도로 예매율 1위에 오른 〈호프〉는 압도적인 수치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기존 상영작은 물론 개봉을 앞둔 신작들을 모두 제쳤으며, 예매율 2위인 〈모아나〉와는 2배 이상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개봉을 7일 앞둔 시점에 무려 예매율 50%를 돌파한 〈호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거센 상승세를 보이며 예매 점유율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79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첫 선을 보인 〈호프〉는 해외 유수 매체의 뜨거운 호평을 불러모았다. “나홍진 감독이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만드는 데 있어 대가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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