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0년의 집념이 만든 거대한 어트랙션, '호프' 나홍진 감독② (스포일러 포함)

※〈호프〉 나홍진 감독 인터뷰는 1부로부터 이어집니다.

※이 인터뷰에는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와 해석이 있습니다.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가 완성되기 전, 감독님이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를 비롯한 외계인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인공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사실 영화에서 외계인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은 결말에 이르러서인데요. 영화 밖 서사를 염두에 두신 건가요, 아니면 이야기 안에서 그들을 주인공으로 보라는 의미인가요.

전자입니다. 후자라면 제가 너무 파렴치한 거죠.(웃음) 영화 밖의 서사를 알아서 해석해달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제 머릿속에만 있는 얘기들을 힌트로 드렸다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사실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드려야 되나 싶을 정도로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더 크게 들기는 하는데요. 물론 더 고민해서 각색해 볼 여지도 있겠죠. 배우분들은 이미 제가 구축해 놓은 그 거대한 서브 스토리를 다 읽으셨고 그걸 위해 모이신 게 맞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마지막 장면에서 전함이 내려와서 엄청난 폭발을 하잖아요. 그 장면에 굉장히 공을 들이신 것 같은데요.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스토리상으로 말씀드리면, 그 전함에는 ‘쿠얼’이 타고 있는데, 우리 기독교에서 여호와 혹은 신이라고 부르는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영화가 그쯤 왔을 때 신을 추락시키고 사망케 하자고 결단을 내릴 시간이라고 생각했죠. 꿈속 대사와 전함 폭발의 순서를 일부러 뒤죽박죽으로 섞어 놨어요. 대사를 먼저 듣고 전함이 터졌다면 이해하기 좋으셨겠지만, 앞선 2시간 20분 동안의 이 이야기가 심각하게 단순하고 동화적이어서 이 부분만큼은 쉽게 유추해 내지 못하게 방해하려는 목적이 있었습니다.

〈호프〉
〈호프〉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을 통해 하고 싶던 이야기는 무엇이었나요.

그 침몰하는 전함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존재가 탑승해 있습니다. 꿈속에서 나와서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우리가 아는 그 존재가 맞는 것 같죠. 침몰은 이미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가 중요합니다. 외계인이 창고에 죽어 있던 아이 외계인의 부활을 얘기하잖아요. 아이에게는 많은 것을 대입시킬 수 있겠죠. 안 좋은 언론계의 상황일 수도 있고, 영화계의 상황일 수도 있겠죠.(웃음) 우리가 안 좋은 상황 속에 있더라도 부활을 진심 어리게 갈구하고 믿고 희망하는 것이, 곧 실제 부활하는 증거로서 작용할 것이라는 얘기를 하며 끝내고 싶었습니다. ‘믿음’이라는 단어가 ‘희망’보다 몇 단계 더 전진한 의미의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목을 〈호프〉라고 지었습니다. 영화 제목을 〈페이스〉(Faith)가 아닌 〈호프〉라고 지은 이유는, 예전에 단편 영화를 〈페이스〉(2023)로 했었기 때문이고요.(웃음)

감독님의 작품 〈추격자〉(2008)에 십자가가 나오고, 〈곡성〉에 이어 이번 영화도 믿음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감독님께 종교적인 이야기가 많이 영향을 끼치는 것 같습니다. 혹시 모태 신앙이신가요?

아니요. 저희 어머니랑 저랑 어렸을 때 절 다녔습니다.(웃음) 기독교적 요소를 끌어오는 건 여러 종교의 신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신뢰받는 ‘원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메시지를 던질 때 인간의 발언보다는 그분의 발언을 빌리는 것에 관객들이 좀 더 수긍이 가지 않을까 싶어서요. 무슨 얘기를 할까 어떻게 풀어갈까 남모를 고민을 하고 이것저것 다 뒤져보기도 하는데, 결국엔 결론이 꼭 그쪽으로 가게 되더라고요.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나홍진 감독(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호프〉로 이전에 시도한 적 없는 새로운 형식의 영화를 선보이셨습니다. 이번 영화를 연출하시며 세운 목표나 방향성은 무엇이었나요?

전형적인 한국 영화의 다양한 장르가 혼재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장르적인 밀도, 특히 액션 스릴러 쪽으로의 밀도를 충실히 높여보고 싶었어요. 시작하면서 50분 동안 괴물을 보여주지 않고 남자를 쫓는 장면은 굉장한 무리수고 과욕을 부린 거죠. 최대치의 목표는 극장 안에서 관객분들이 사운드와 비주얼을 통해 직접 그 복판에 있는 듯한 쾌감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그걸 위해 정말 긴 시간 동안 프리 프로덕션을 하고 촬영을 했어요. 당연히 위험하고 어려웠지만 스태프부터 배우들 모두 헌신적으로 열정적으로 해주셨고,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2008년 〈추격자〉 이후로 줄곧 극장 개봉 영화를 연출하고 계십니다. 이전작 〈곡성〉 이후로 10년이 흘렀기도 하고요. 관객들의 영화 관람 환경이 변화한 상황에서, 연출자로서 지키고자 하는 소신이 있으신가요?

극장용 영화를 만든다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정말 자유자재로 잘 다룰 수 있다는 것은 저 먼 훗날의 일 정도로 느껴질 만큼 경험해 봐야 할 것이 많습니다. 늘 부족함을 느끼고 최선을 다해 습득해 온 것들을 녹여내고 있지만 아직도 부족할 거예요. 점점 나아지고 있는 건 느끼지만, 진짜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그 시점이 언제일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여튼 그때까지 어떻게든지 꼭 살아야 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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