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 만한 사람들은 찾아봤을 <플립>이 7월 12일 드디어 국내에서 개봉했습니다. 2010년 제작된 영화니 7년 만에 개봉된 것인데요. 뒤늦게 개봉하는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각보다 뜨겁습니다. 에디터는 얼마 전 퇴근길에 여주인공 '줄리'의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은 사람도 봤을 정도! 도대체 이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년 소녀의 순수한 첫사랑

아마 오랜 시간이 흐른 뒤 어린 시절 썼던 일기장을 우연히 발견한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이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영화는 하나의 사건마다, 두 소년 소녀가 다르게 느끼는 감정을 교차편집으로 보여줍니다. 이들의 담담한 독백은 마치 솔직한 마음을 담은 일기장 같죠.

7살, 옆집에 이사 온 브라이스(캘런 맥오리피)에게 줄리(매들린 캐롤)는 한눈에 반합니다.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줄리는 브라이스에게 장난치며 스스럼없이 다가갑니다. 하지만 수줍은 소년 브라이스는 줄리가 자신을 괴롭히는 줄만 알고 어떻게든 그녀에게서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쓰죠.

세월이 흘러도 줄리는 여전히 짝사랑 중입니다. 매일같이 직접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브라이스에게 가져다줍니다. 그때만큼은 어릴 적 첫눈에 반했던 브라이스의 예쁜 눈이 오직 자신에게만 향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브라이스의 아빠는 믿을 수 없다며 아무도 먹지 못하게 합니다. 브라이스는 그걸 말하기가 또 미안해서 달걀을 받을 때마다 몰래 버립니다. 그걸 알게 된 줄리는 크게 실망합니다.

그 이후로 줄리는 달라졌습니다. 그런데 어라? 그때부터 브라이스는 줄리가 신경 쓰입니다. 그냥 평범한 옆집 소녀였는데, 이제 보니 줄리의 특별한 점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던 거죠. 브라이스는 줄리에게 잘 보이고 싶지만 둘의 감정은 엇갈리기만 합니다.

영화는 소년 소녀의 서툴고 풋풋한 첫사랑 우여곡절을 예쁘고 섬세하게 그렸는데요. 원작소설의 배경은 현대였지만, 롭 라이너 감독은 자신의 성장 시기였던 1950년대 후반으로 이야기의 무대를 옮겼습니다. 덕분에 관객들은 저마다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었고, 이야기는 더욱 순수하고 따뜻해졌습니다.


소년 소녀, 가장 가까운 사람을 이해하며 세상을 배우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에 대해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순간 뜻밖의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합니다. 그제야 그 사람에 대해 이해 못했던 부분을 이해하죠. 누구보다 가까웠던 줄리와 브라이스가 서로의 마음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처럼요.

또한 그냥 엄마, 아빠였던 어른들의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소년 소녀들은 한 뼘 더 자랍니다. 줄리는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자 조언자였던 아빠도 누군가에겐 아들이고 형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했다는 걸 이해하게 됩니다. 엄마는 아빠의 그런 점이 좋았다는 것도 알게 되죠.

브라이스도 마찬가집니다. 뭐든지 마음에 차지 않는 엄한 아버지, 손자인 자기보다 줄리에게 더 친절한 할아버지가 불만입니다. 옆집 줄리의 아빠와 오빠들을 철없는 몽상가라고 막말을 했던 꽉 막힌 아버지도 어릴 적엔 그러지 않았다는 걸 눈치챕니다. 할아버지가 줄리에게 다정하게 대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사연들을 안 뒤 브라이스는 가족을 좀 더 이해하게 됩니다.

영화에는 '부분'과 '전체'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옵니다. 영화에서 줄리의 아빠는 그림을 그리며 이런 말을 하죠.

그림 속의 소는 그냥 소일 뿐이고, 초원은 그냥 풀과 꽃이고, 나무들을 가로지르는 태양은 그냥 한줌의 빛이지만 그걸 한번에 모았을 때 마법이 벌어진단다.

줄리가 집 앞 플라타너스 나무에 올라 그런 풍경을 발견한 것처럼, <플립>은 줄리와 브라이스가 가까운 사람들을 더 이해하게 되면서 세상을 배우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그동안 다 커버린 주연 배우들, 어떻게 자랐을까?

세월이 흘러 첫사랑은 다시 마주치는 거 아니라고 하죠? 하지만 궁금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문득 <플립>을 다시 보다가 이런 비슷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국내 개봉까지 7년을 기다리는 동안 벌써 다 컸을 <플립> 속 첫사랑의 아이콘들은 과연 그 후 어떻게 자랐을까요?


매들린 캐롤
1996. 3. 18

매들린 캐롤은 '줄리' 역 오디션에 가장 먼저 참가했던 배우였습니다. 롭 라이너 감독은 그녀를 보자마자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합니다. 매들린 캐롤은 줄리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쳤는데요. 2014년 TV 시리즈 <스캔들> 이후 필모가 없다가 2017년부터 <제로 톨레랑스>를 시작으로 다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매들린 캐롤 인스타그램

진한 화장과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플립> 속 모습은 사라졌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화장기 없는 얼굴엔 <플립>에서 장난기 많던 소녀의 얼굴이 고스란히 남아있네요!


캘런 맥오리피
1995. 1. 24

롭 라이너 감독은 줄리 캐스팅에 비해 브라이스 역할에 어울리는 배우를 찾는 데 힘들었다고 합니다. 첫눈에 반할 만큼 멋진 외모면서 표정에 감정을 담을 수 있는 어린 배우를 찾기가 쉽지 않았죠. 결국 오스트레일리아까지 가서 캘런 맥오리피를 캐스팅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짜잔! 1995년생이었던 그는 지금 만 23세 성인이 되었습니다. 세상 풋풋+청량했던 아이는 이제 수염도 거뭇거뭇한 완전 어른이 되어 버린 것!(ㅠㅠ) 그는 <플립>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요. <텐>(2017)이라는 작품이 후반 제작 중이며, 최근작으론 오스트레일리아 영화 <더 레전드 오브 벤 홀>(2016)이 있습니다.

캘런 맥오리피 인스타그램

유독 <플립>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반응은 엄청난데요. 북미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에 비해 국내에선 개봉도 안 했는데 관객들의 성원으로 뒤늦은 개봉까지 이뤄냈습니다. 스크린에서 다시 펼쳐질 그들의 따뜻한 성장 이야기가 기대됩니다.

플립

감독 로브 라이너

출연 매들린 캐롤, 캘런 맥오리피

개봉 2010 미국

상세보기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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