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아직 우리가 보지 못한 수많은 영화가 있다. ‘오늘은 무슨 영화를 볼까’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 이들을 위해 쓴다. ‘씨네플레이’는 10년 전, 20년 전 이맘때 개봉했던 영화를 소개하려 한다. 재개봉하면 당장이라도 극장으로 달려가서 보고 싶은 그런 영화들을 선정했다. 이름하여 ‘씨네플레이 재개봉관’이다.
라따뚜이
감독 브래드 버드 목소리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개봉 2007년 7월 상영시간 115분 등급 전체 관람가
-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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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브래드 버드
출연 패튼 오스왈트, 루 로마노
개봉 2007 미국
10년 전 여름 극장가에 걸렸던 영화들을 되새겨보자. 먼저 마이클 베이 감독의 <트랜스포머>가 베일을 벗었다. 곧이어 <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다이하드 4.0>이 개봉했다. 쟁쟁한 외화들 사이에서 관객들의 지지를 얻은 영화는 <화려한 휴가>와 <디 워>였다. 두 영화는 각각 700만, 800만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런 화제작들 사이에 <라따뚜이>가 있었다. <라따뚜이>는 100만이 조금 넘는 성적을 기록했다. 애니메이션 치고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작품의 가치에 비해 주목을 덜 받았단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어느 때보다 픽사의 ‘도전’이 돋보이는 작품이기 때문. 어떤 도전이었냐고? <라따뚜이>는 생쥐가 주방에서 요리하는 이야기다. 기본 설정부터가 충격이다.
주인공 생쥐의 이름은 ‘레미’. 레미는 치즈와 딸기를 함께 먹었을 때 얼마나 훌륭한 맛이 탄생하는지 아는 생쥐다. 그의 가족은 ‘생쥐의 분수에 맞게’ 버려진 음식을 먹으란 소리만 반복한다. 그에 굴하지 않고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어요(Anyone can cook)”라 외치는 스타 셰프 구스토를 보며 제 꿈을 키워나가는 레미. 어느 날 인간에게 쫓기다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고 하수구에서 길을 잃게 된다. 이리저리 헤매다 그가 도착한 곳은 레스토랑의 주방. 알고 보니 그곳은 레미의 꿈의 직장인 ‘구스토 레스토랑’이다!
그곳에서 레미를 반긴 건 신입 직원 링귀니가 만든 최악의 수프 냄새. 맛없는 요리를 용서하지 못하는 레미는 인간들 몰래 스스로 양념을 추가해 수프를 되살리기 시작하고, 그 장면을 링귀니에게 딱 들키고 만다. 생쥐의 장난일 거라 생각했던 수프는 엄청난 맛을 자랑하고, 직원들은 훌륭한 수프를 만든 링귀니에게 감탄한다. 타고난 요리 실력이 있다는 오해(!)를 사게 된 링귀니. 그는 레미에게 협업을 제안한다. 그리하여 요리 천재 생쥐와 요리 견습생의 조합이 탄생하게 된 것.
한물간 레스토랑에 사람이 몰린다는 소문을 들은 미식가(겸 애식가) 안톤 이고가 레스토랑을 찾을 것을 예고하며 주방은 긴장에 휩싸인다. 천재 요리사로 추앙받는 링귀니를 질투하던 주방장은 그가 생쥐와 함께 요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생쥐 레미는 무사히 구스토의 주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작부터 매끄럽지 않았던 <라따뚜이>
<라따뚜이>는 픽사가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 처음 내놓은 작품이다. 사랑스러운 물고기(<니모를 찾아서>), 장난감(<토이 스토리>) 등 다소 친근한 캐릭터들과 스펙터클한 모험을 펼쳐왔던 픽사. <라따뚜이>의 레미는 그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캐릭터였다. 병균을 옮겨 다니는 ‘쥐’가 주방에서 요리를 한다니! 실생활에서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고, 그 상상이 다소 끔찍(!)하다는 점에서 <라따뚜이>는 관객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위험이 높은 영화였다. 제작되기 전 내부에서도 반대의 의견도 꽤 있었다고.
<라따뚜이>는 감독 교체를 겪기도 했다. 맨 처음 <라따뚜이>의 아이디어를 낸 이는 픽사 단편 <게리의 게임>의 연출을 맡았던 얀 핀카바. 단편 한편이 연출의 전부였던 그에게 프로젝트를 맡기기엔 무리였다고 여긴 픽사는 <인크레더블>을 연출한 브래드 버드 감독에게 <라따뚜이>의 책임을 넘겼다. 다소 어려운 제목도 문제였다. 프랑스어인 ‘라따뚜이’(Ratatouille)의 발음이 어려운 것을 감안해 온갖 포스터와 예고편에 음성 철자를 붙였다.
결과적으로 <라따뚜이>는 로튼토마토 신선도 96%를 기록하며 주목을 받았고, 6억 23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몇 배의 수익을 냈다. 영화의 배경인 프랑스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중 가장 높은 오프닝 기록을 세우기도. 그해 오스카에서는 각본상, 음악상, 음향효과상 등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다.
생쥐의 요리가 맛있어 보이는 마법
전 세계를 매료시킨 <라따뚜이>의 첫 번째 매력! <라따뚜이>는 한밤중 공복으로 보면 위험한 영화다. 요리 하나하나가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구스토의 레스토랑에 가고 싶게 만드는 마력을 자랑하기 때문. 요리 과정부터 플레이팅까지 미각을 돋우기에 충분한 비주얼을 선사한다. 사실 생쥐가 하는 요리가 맛있어 보이기 시작할 때부터(...) 레미의 매력에 넘어갔다고 보면 된다. <라따뚜이>의 애니메이션 팀은 직접 프랑스 셰프와 함께 일하며 조리 예술을 배웠다.
시각부터 청각까지 사로잡는 ‘파리’ 영화
러닝타임을 수놓는 파리의 풍경도 예술이다. 에펠탑은 물론 노트르담 성당까지 파리의 명소를 만나볼 수 있다. 낭만에 젖은 레미를 보고 있자면 당장 파리행 비행기 표를 끊고 싶어질 것. 본격 프랑스 소환하는 OST도 훌륭하거니와, 성우들의 프랑스 억양 강한 영어를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음 쫀득해지는 스펙터클 액션
주방에서 요리만 하는 생쥐냐고? 아니, 레미는 액션도 뛰어나다. 감독의 전작이 <인크레더블>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실사 영화 버금가는 고퀄의 추격신이 등장할 때마다 마음이 쫀득해진다. 여담으로 감독 브래드 버드는 이후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의 연출을 맡아 호평을 얻기도 했다.“Anyone can cook!”
무엇보다 이 영화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 스토리다. 빈틈없이 탄탄한 기승전결은 여느 애니메이션의 모범 답안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 가장 기본적인 것으로 사람 마음 울리는 건 픽사가 가장 잘하는 것들 중 하나다. 레미의 심금을 울린 “누구나 요리할 수 있어요”란 구스토의 대사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의 교훈을 넘어 어른들의 마음까지 흔드는 힘을 지닌다.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소재를 훌륭히 배합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픽사만의 능력이다. 최고급 레스토랑 속 생쥐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줄이야! 이후 ‘로봇’의 ‘사랑’, ‘할아버지’의 ‘도전’ 등 상반되는 키워드에 도전한 많은 작품들이 픽사의 대표작으로 거듭났다.
파리에서 명성을 떨치는 레미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아쉽게도 픽사 대표 짐 모리스는 <월-E>, <인사이드 아웃>, <라따뚜이>의 속편 제작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흠. 세 애니메이션 모두 복습할 때마다 감탄하는 작품이란 점을 작은 위안으로 삼아보자.
픽사의 새로운 작품은 2017년 가을 개봉 예정(북미 기준)인 <코코>다. 멕시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픽사 역사상 백인이 주인공이 아닌 첫 번째 장편 영화다. 그들이 펼쳐낼 또 다른 ‘첫 작품’은 어떤 모양새일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 단연 ‘픽사’니까!
씨네플레이 에디터 유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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