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마더!>는 관객들을 당황시키는 영화다. 주인공의 극적인 감정을 온전히 체험하게끔 만들어 영화관에서 편안하게 관람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감독의 방식에 어떤 관객들은 환호를, 어떤 관객들은 당혹감을 보였다.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출해낸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대중에겐 <블랙스완>(2010), <노아>(2014)로 잘 알려진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신작 <마더!>로 돌아왔다. <마더!>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를 만나 영화에 대해 물었다.


5일 만에 완성한 대본, 어떻게 떠올리게 되었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이번 <마더!>의 시나리오를 5일 만에 완성했다. 그는 "많은 감정과 많은 분노를 느끼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했다.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대본을 완성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가 이 영화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평소 "사람들이 지구를 대하는 방식에 많은 불만을 느껴왔다"며 "관객들에게 지구에 대한 동정심을 느끼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현대인이 지구를 대하는 방식을, 마더(제니퍼 로렌스)가 정성 들여 꾸며온 집에 이방인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와 어지럽히는, 사소하고 공감 가는 일상에 빗대 표현했다. 그러다 그런 사람들이 감당할 수 없이 많아질 때, 영화의 본격적인 메시지가 등장해 관객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성경 속 인물을 지금 살아가는 사람에 대입했다

데뷔작 <파이>(1998)부터 <천년을 흐르는 사랑>(2006), <노아>(2014)까지. 대런 감독은 그동안 성경 텍스트를 활용해 캐릭터와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이번 <마더!>에서도 성경에서 가져온 캐릭터들이 눈에 띈다. 세상의 역사와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는 목표를 갖고 <마더!>의 작업을 시작한 그는 고심 끝에 신구약 성경 이야기를 활용해 지구상에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마더!>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 소개에는 마더, 그, 남자, 여자 등으로 되어있다. 이를 두고 영화를 본 관객들은 이들의 캐릭터가 가이아(마더), 그(예수), 아담(남자), 하와(여자), 카인과 아벨(형제)이라 짐작하며 해석했다. 감독은 캐릭터를 구상할 때부터 성경의 인물을 넣고 싶었다고 했다. 예를 들어 미셸 파이퍼의 배역을 구상할 때도, 인류 첫 번째 여성이자 신의 명령을 거부하고 금단의 열매를 따 먹은 하와는 어떤 인간일까 상상하면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성경 인물을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었기 때문에, 구체적인 이름이 없어도 성경 내용을 고려해 유추할 수 있다고 답했다.


모성을 표현할 배우로 제니퍼 로렌스를 선택한 이유는?

제니퍼 로렌스는 <마더!>에서 초반에는 긴장감 있는 스릴러 연기를, 후반으로 갈수록 모성 연기를 펼쳐야 했다. 제니퍼 로렌스가 엄마를 연기한다니. 쉽게 연상되지 않는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감독은 "아무런 가식 없이 순수한 감정의 풍부함을 연기하는 배우"라며 "그녀의 연기가 가장 좋았던 신을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연기력의 최고치를 보여주었다"고 극찬했다. "아마 그녀가 여태까지 펼쳤던 연기 중 최고의 연기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였다"고도 했다.

이번 영화에 음악을 쓰지 않은 것도 제니퍼 로렌스의 연기에 더 집중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데뷔작부터 최근작 <노아>까지 항상 클린트 만젤 음악감독과 함께 작업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컨택트>의 음악 감독인 요한 요한손과 협업한 것도 파격이다. 감각적인 편집에 맞물리는 음악은 대런 감독의 커다란 장점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음악을 없애는 선택까지 할 정도로 제니퍼 로렌스에 대한 그의 믿음은 대단했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가 돼서야 흘러나오는 노래가 더욱 인상적으로 들린다. 엔딩 크레딧에 쓰인 곡은 1950년대 미국에서 유명했던 가수 패티 스미스의 'The End Of The World'였다. (그는 전작 <노아>에서도 그녀의 곡을 엔딩곡으로 선택했다.) 그는 노래 제목이 영화가 비유하는 주제와 관련 깊었고, 한 여인의 감정적인 고통이 잘 느껴져 이 곡을 선택했다고 한다. 그렇다. 이 영화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엔딩 크레딧에서 한 사람의 인물명이 대문자로 등장하는데 여기에도 감독의 의도가 숨어있으니, 끝까지 추리해보시길 권한다.


남성 감독으로서 '모성'을 표현한다는 것

그의 필모를 훑다 보면 배역이 크든 작든 '모성'을 의미 있게 그려왔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레퀴엠>에서는 미망인이 된 여자가 아들의 무관심 속에 약물에 중독되고, <블랙스완>의 엄마는 딸의 성공에 집착적으로 열광한다. <마더!>의 마더(제니퍼 로렌스)와 <노아>의 일라(엠마 왓슨)는 아이를 갖게 되자 신에 저항하고 의지를 가진 강한 존재로 그려진다. 보통의 창작자들은 같은 성별의 캐릭터를 쉽게 선택하기 마련인데, 그는 유독 모성을 가진 여성 캐릭터의 내면에 흥미를 보였다.

그는 "어머니와 아이 사이에 있는 유대야말로 인간이 갖는 유대감 중 가장 강력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런 유대관계의 힘이 나를 매료시킨다"며 "성별로 인해 이런 주제를 탐구하는 걸 주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노아>에서 다루려 했던 많은 주제들이 내 영화에 다양한 방식으로 녹아들었다"며 "<마더!>의 스토리도 <노아>의 스토리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고도 했다.


인간 내면의 불안에 주목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그의 영화엔 극한의 광기, 집착, 믿음으로 파생된 내면의 불안을 가진 인물이 등장한다. 형체가 없는 내면을 영상화하기 위해서는 놀라운 상상력을 필요로 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인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표현할 방법으로 '체험'을 택했다. 관객을 주인공의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이다. 관객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점차 배우 내적인 독백에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이 핵심이다. 영화 내내 제니퍼 로렌스의 시점으로 전개하여 관객이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든 것이다.

16mm 필름으로 촬영한 것도 획일적으로 일상과 똑같이 보이는 것보다, 관객들이 다른 경험을 하길 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로 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영화들(<파이> <레슬러> <블랙스완>)에서 이 필름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16mm 필름에는 최근 기술로 표현할 수 없는 예술적 요소들이 있다"며 "독특하게 연출할 수 있어 이를 즐겨 사용한다"고 답했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 속엔 유독 광기 어린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문득 에디터는 그가 영화 속 주인공과 비슷한 경험을 했던 적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그는 "영화 속 캐릭터는 나 자신의 좀 막 나간 모습"이라며 "실제로 내가 그렇게 막 나가진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어떤 캐릭터든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현실감과 진정성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싶다"고 했다.


영화의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은...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항상 호불호가 분명한 작품들을 내놓는다. 그는 자신의 작품이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 "내 영화는 아주 강렬한 롤러코스터 같은 영화다. 어떤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지 않을까?" 관객들에게 늘 새롭고, 다르고, 독특한 체험을 선사해주고 싶다는 그. 호평을 하는 관객이나 혹평을 하는 관객들 모두를 충격에 빠트리는 데 성공했으니, 모든 관객에게 그가 영화를 만드는 목적은 잘 전달한 셈이 되었다.


씨네플레이 에디터 조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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