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보기 좋은 엔터테이닝 영화 〈파묘〉, 더욱 직관적이고 친절해진 장재현 표 오컬트

<파묘>를 기다리는 국내 관객들의 기대감이 하늘을 찌른다. 22일 개봉을 앞둔 <파묘>는 21일 기준 사전예매량 약 23만 장을 기록했다.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오컬트 외길을 걸은 장재현 감독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최민식과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이라는 믿음직하고도 신선한 조합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터다.

개봉을 이틀 앞둔 20일 오후,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파묘>의 언론배급시사회와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파묘>는 앞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전 세계에서 최초로 공개되었는데, 당시 글로벌 영화 팬들의 호평을 받았던 터. 장재현 감독은 국내 취재진에게 영화를 처음 선보이며 내심 긴장한 모습이었다. 이날 영화를 미리 관람한 후기와 감독, 배우들의 말을 토대로, <파묘>에 대한 이모저모를 전한다.

 


<파묘>, 개봉 전부터 소문난 명당을 파헤쳐 보니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가 종교와 오컬트의 만남이었다면, <파묘>는 민족, 역사를 오컬트와 비벼냈다. 반면, 장재현 감독의 전작과는 색채가 확연히 달라졌다. <파묘>는 장재현 감독이 잘 하던 것, 그리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들을 촘촘히 엮어낸 신작이기 때문이다.

 

<파묘>는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보다 훨씬 쉽고, 친절하고, 직접적이고, 직관적이다. 다르게 말하면, 엔터테이닝 요소가 많아 극장에서 다 함께 보기 좋은 영화라는 뜻이다. 다만, 장재현 감독 전작의 팬이라면 <파묘>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등 장 감독의 전작들은 현실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탐구였다면, <파묘>는 미지의 영역을 모호하게 남겨두는 대신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파묘>가 엔터테이닝한 영화가 된 건 장재현 감독의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장재현 감독은 “(영화의) 의미보다도,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전했다. 장 감독은 “코로나19를 겪고, (한국영화의 위기를 겪으며) 극장용 영화에 대해서 고민을 했다. 극장에서 영화를 더 재밌게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화끈하게 만들고 싶었다”라며, “(<파묘>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영화”라고 말했다.

실제로, <파묘>에는 무서운 장면, 놀랄 만한 '갑툭튀' 장면(점프 스케어), 웃음 나는 장면 등이 다수 포진해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의 월드 프리미어 당시, 한국의 민속신앙이나 역사, 음양오행 등을 잘 모르는 외국 관객들도 <파묘>를 보며 다 함께 소리 지르고, 웃고, 감탄하며 마치 콘서트처럼 즐겼다고 한다. 배경지식이나 준비 없이도 충분히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뜻이다.

 


풍수사, 장의사, 무당이 힘을 합쳐 싸우는 히어로 무비

 

‘오컬트 어벤져스’라고 할까. 최민식-유해진-김고은-이도현의 4인 조합은 ‘험한 것’에 대적하기에 최적의 밸런스를 갖췄다. 4인의 캐릭터는 영화의 감칠맛을 살린다. 비즈니스로 모인 이들이 가족과 같은 유대감을 느끼게 되는 관계성도 주목할 만한 포인트다. 최민식은 음양오행에 빠삭한 40년 경력의 풍수사로, 김고은과 이도현은 ‘힙한’ 무당으로, 유해진은 대통령까지 염하는 베테랑 장의사로. 네 명이 각자의 장기를 살려 사건을 파헤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히어로 영화를 연상하게 한다.

 

최민식이 연기한 ‘김상덕’은 악지와 명당을 가리기 위해 흙을 맛보기도 하는, 직관적인 통찰력을 뽐내는 인물이다. 최민식은 “인간과 신의 사이, 장재현 감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의 만듦새가 촘촘하고 구멍이 없는 카펫 같다. 그래서 장재현 감독이 영화를 조각해가는 과정이 궁금했다. 형이상학적인 내용을 상업적인 영화로 관객에게 전달하려는 힘이 대단하다”라고 <파묘>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유해진의 ‘영근’ 캐릭터는 장재현 감독이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하여 10여 차례 넘는 이장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영근은 4인 중 가장 현실에 맞닿아 있는 인물이기도 한데, 유해진은 촬영 현장에서 실제 베테랑 장의사의 자문을 받으며 실감 나는 연기를 완성해냈다.

장재현 감독은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하게 된 소감에 대해 “아무래도 조상 중에 누가 좋은 자리에 누워 계신 것 같다. 나는 교회를 다니지만”라고 밝혀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기기도.

 


다시 보고픈 장면은 단연 김고은의 굿판

 

 

<파묘>의 딱 한 장면만 다시 볼 수 있다면, 많은 관객들이 망설임 없이 화림의 대살굿 장면을 택하지 않을까. 얼굴에 먹과 피를 칠하고, 칼을 휘두르고, 신을 부르는 화림의 기이한 분위기는 관객들의 피부로 와닿아 정말 내가 곧 신과 만날 것만 같은, 묘한 기분이 들게 한다.

대살굿 장면은 이모개 촬영감독(<서울의 봄> 등)을 필두로 4대의 카메라로 촬영했다고 한다. 김고은은 무속인의 개인 번호를 받아서 수시로 연락하고 집에도 찾아가는 등, 수없이 연습해 굿의 디테일을 완성했다. 김고은은 “하루 전에 리허설을 하고, 그다음 날 촬영했다. 하루 만에 촬영할 수 없는 분량이었는데 하루 만에 끝냈다”라고 대살굿 촬영 경험을 회상했다. 유해진은 “고은 씨가 말은 편하게 하지만, 시간이 날 때마다 경문을 외우고, 현장에 오신 무속인 분들에게 레슨을 받으며 정말 열심히 했다”라며 “배우들은 항상 (누군가의 연기를 볼 때) 내가 저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본다. 그런데 내가 저 역할을 한다면, 정말 피 말리는 연습이 필요하겠구나 싶었다”라고 김고은의 연기를 평했다.

최민식은 대살굿 장면을 찍는 김고은을 보고는 “저러다 뭔 일 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며, “몰입도가 대단했다”라고 밝혔다. 앞서 <파묘> 제작발표회 때 배우 최민식은 김고은에게 “이러다 무당으로 투잡 뛰는 거 아니냐”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파묘>는 22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쿠키 영상은 없다.

 

씨네플레이 김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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