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날. 한 할머니(키키 키린 분)가 도라야키 가게 앞을 서성입니다. 창문에 붙은 아르바이트 구인광고를 보고 온 거죠. 도라야키 가게의 주인인 센타로(나가세 마가토시 분)는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말에 당황하지만 이내 정중히 거절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시급을 깎아도 좋다며 자꾸 찾아오죠. 그러더니 도라야키를 하나 사서 맛을 보고 말합니다. 도라야키 맛을 보니 빵은 그런대로 괜찮은데 단팥은 문제가 있네.”

도쿠에 할머니는 50년 동안 단팥을 만들어 온 단팥 장인! 제대로 된 단팥 맛을 보라며 할머니가 만들어 온 단팥에 센타로의 마음은 움직입니다. 센타로는 그동안 시중에서 파는 업소용 단팥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할머니의 단팥은 맛도 냄새도 완전히 다른 맛있는 단팥이었거든요. 할머니의 실력을 믿게 된 센타로는 할머니를 고용하고 도라야키 맛이 소문나면서 가게는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도쿠에 할머니의 단팥 만드는 과정을 한 번 볼까요? 우선 단팥을 불리기 전에 상태 안 좋은 건 골라내고 넉넉한 물을 부어 하룻밤 불립니다. 잘 불어나면 팥을 씻어서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하게 부은 뒤 끓여서 찬물로 한 번 헹궈냅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단팥에서 떫은맛이 나기 쉽거든요. 깨끗하게 헹군 팥을 다시 냄비에 넣고 물을 부운 뒤 끓입니다. 얼마나 끓이냐고요? 할머니가 깜박 잠이 들 정도의 시간이면 됩니다. 아마 달라진 김의 냄새가 잠을 깨울 거예요.

이제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로 뜸을 들여야 합니다. 뜸이 다 든 뒤 익은 팥들은 으깨지기 쉬우니까 물을 약하게 해서 살살 흘려가며 떫은 물을 따라냅니다. 원래 팥이 잠겨 있던 물이 투명해질 때까지요. 그다음 냄비에 익힌 팥과 설탕을 넣고 끓이기 시작합니다. , 이때 갑자기 끓여선 안 돼요. 설탕과 팥이 친해질 시간을 줘야죠. 도쿠에 할머니 표현대로 맞선 같은 거라고나 할까요? 뒷일은 젊은 남녀(팥과 설탕)에게 맡기면 됩니다. 이렇게 2시간 정도 잘 저어가면서 끓이면 맛있고 달콤한 단팥이 만들어집니다. 만든 단팥(팥소)는 넓은 팬에 식혀뒀다가 잘 구운 반죽 사이에 발라주면 도라야키가 완성되죠.

화과자의 일종인 도라야키(どら) 달걀, 밀가루, 설탕 등을 섞어 반죽을 만들어서 둥글납작하게 구운 뒤, 가운데 팥소를 넣어 맞붙인 형태의 과자입니다. 모양이 타악기 징( どら)과 닮아서 도라야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있죠. 아마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라에몽이 좋아하는 과자로 익숙할 테고요. (실제 도라에몽의 작가 후지코 F. 후지오의 고향 도야마 현에서는 경조사 때 도라야키를 주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할머니가 만든 도라야키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사람들은 할머니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고 결국 그녀가 숨기고 싶어했던 비밀을 알게 됩니다. 할머니는 한때 나병이라고도 불리던 한센병 환자로 요양원에 강제 격리되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땅히 위로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세상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습니다. 할머니의 말처럼 인생은 저마다 사정이 있는 법이지만 세상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사정에 대해 대체로 인색한 편이니까요. 줄을 서야 사 먹을 수 있던 도라야키 가게에는 점차 사람의 발길이 줄어들게 되고 가게는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계절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인물의 감정을 담아냅니다. 할머니가 부푼 마음으로 도라야키를 굽기 시작하던 벚꽃 가득한 봄에서, 도라야키 가게에 생기가 넘치던 뜨거운 여름, 무성한 소문에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는 스산한 가을, 그리고 헤어짐이 기다리고 있는 차가운 겨울까지. 하지만 계절은 순환하고 봄은 다시 찾아옵니다. 그런 자연의 변화 덕분에 우린 매일의 삶을 이어가는 것이겠죠.

다소 감상이 넘칠 수 있는 이 영화가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건 도쿠에 할머니 역을 맡은 키키 키린의 연기 덕분입니다. 그녀의 연기 때문에 도쿠에 할머니 삶과 이야기는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됩니다. ‘우린 이 세상을 보고 듣기 위해 태어났고,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들이라는 것을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감독 가와세 나오미

출연 키키 키린, 나가세 마사토시, 우치다 카라

개봉 2015 프랑스, 독일,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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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메뉴 따라하기

도쿠에 할머니가 단팥을 다루는 모습을 보면 작은 생명 하나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할머니는 단팥을 만들 때 항상 팥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든요.
도라야키를 만들 때는 빵 반죽도 맛있어야 하지만 역시 맛의 포인트는 단팥입니다. 도쿠에 할머니가 자세히 일러줬으니 그대로 만들면 되는데요, 팥을 끓일 때 너무 센 불에서 오래 끓이면 바닥이 탈 수 있으니 중약불에서 잘 저어가며 끓이세요. 멀리서 와준 팥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도라야키를 만들어보세요.


도라야키
빵 반죽 : 밀가루 200g, 달걀 2, 설탕 90g, 2/3, 베이킹소다 1/2 작은 술, 1 큰 술
단팥소 : 2, 설탕 1, 1/3, 소금 약간

빵 반죽하기
1. 볼에 달걀, 설탕, , 베이킹소다를 넣고 잘 섞는다.
2. 여기에 밀가루를 넣고 섞다가 꿀을 넣고 섞는다.
3. 프라이팬은 뜨겁게 달군 뒤 식물성 오일을 얇게 바르고, 반죽을 한 국자씩 구워낸다.

단팥소 만들기
1. 팥에 찬물을 가득 붓고 끓으면 물을 버리는 과정을 두 번 반복한다.
2. 냄비에 다시 팥과 찬물을 붓고 40분가량 끓인다.
3. 팥알의 1/3이 터지도록 끓인 뒤, 설탕, , 소금을 넣고 끓인다.
4. 완성된 후에 뚜껑을 닫은 채로 30분간 뜸을 들인 뒤, 넓은 팬에 식혀서 준비한다.
5. 구운 빵 반죽 사이에 단팥소를 발라 완성한다.


파란달 /  요리 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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